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그러나 막상 거제도에 가보면 섬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 섬과 뭍 사이의 좁은 물목인 견내량에는 한강 다리만큼 큰 신거제대교가 놓여 있고, 다리를 건너면 장승포항까지 왕복 4차선 국도가 시원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같은 국도 주변에는 세계적 규모의 조선소와 고층 아파트도 들어서 있다. 섬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와 단절감 따위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풍경과 정취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북동부 해안에 국한된다. 그 지역을 제외한 거제도는 여전히 깨끗한 바다와 수려한 자연, 따뜻한 인심이 살아 있는 섬이다.
거제도에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가 적지 않다. 그중 남부면 갈곶리의 해금강은 거제도의 수려한 자연풍광을 대표해온 절경이다. 한때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해금강을 구경하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1995년 구조라해수욕장 남쪽의 작은 섬에 외도 보타니아가 처음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도 거제도 동부해안에서 출항하는 유람선은 모두 해금강을 경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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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도의 여름 풍경. 수국 만발한 화단 저편에 비너스가든이 보인다. 2. 항만식당의 해물뚝배기. 3. 바다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착장 주변 풍경. 4. 한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울창한 외도의 상록수림길.
이국적 정취 물씬 풍기는 그림 같은 해상농원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무인도인 해금강은 원래 전체적인 생김새가 칡뿌리를 닮았대서 ‘갈도’라 불렸다. 깎아지른 암벽 위에는 수백 년 동안 모진 비바람과 해풍을 견뎌온 노송이 우뚝하고, 섬 머리께에는 희귀 난초를 비롯해 700여 종의 식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대양에서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절벽 곳곳에 십자동굴, 부엌굴 등의 해식동굴과 용트림바위, 촛대바위, 신랑신부바위 같은 기묘한 형상을 빚어놓아 북녘 땅의 해금강에 못지않은 절경을 이룬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해금강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1971년에는 강릉 소금강계곡의 뒤를 이어 명승 제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 해금강을 제치고 거제도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외도 보타니아(070-7715-3330, www.oedobotania.com)는 거제도에 딸린 600여 개 섬 중 하나인 외도(外島·밖섬)에 자리한 해상관광농원이다. 거제 구조라항에서 남동쪽으로 4.5km, 한려해상공원 해금강에서 북서쪽으로 5km쯤 떨어져 있다. 사방이 가파른 바위 벼랑으로 둘러쳐져 있고, 가장 높은 곳이 해발 80m에 이르는 외도의 총면적은 16만5289㎡(5만 평)쯤 된다. 원래 이 섬에 8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외도 보타니아 설립자인 고(故) 이창호, 최호숙 씨 부부에게 땅을 팔고 모두 뭍으로 떠났다.
외도해상농원은 발길 닿는 곳마다 선인장동산, 화훼단지, 비너스가든, 천국의 계단, 코카스가든, 놀이조각공원 등의 테마정원으로 정성스레 꾸며져 있다. 종려나무, 귀면각, 부채선인장, 부겐빌레아, 금목서, 금황환 등 740여 종의 희귀한 수목과 화초로 가득한 정원에는 지중해풍의 건물이 곳곳마다 들어서 있어 이국의 어느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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