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중국 음식점에 들렸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 네 명이 들어와 음식을 시키고 나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식사 도중에도 각자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한 마디의 대화도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각자 계산을 하고 역시 말없이 나가버렸다. 아마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인 듯한데 이들은 말없이 들어왔다가 말없이 나갔다. 나로서는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저두족(低頭族)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이 스마트폰에 빠져버린 사람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느라 자기가 내릴 층을 놓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버스나 전철 안에서는 물론, 버스를 타고 내릴 때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아 뒷사람을 방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 가는 사람도 이제 더 이상 낮선 풍경이 아니다. 심지어 대중목욕탕 안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나는 보았다.
이렇게 스마트폰에 빠져 고개를 들지 않는 사람을 중국에서는 ‘저두족’이라 부른다. 문자 그대로 ‘고개 숙인 족속들’이다. 우리보다 IT 후발국인데도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열풍이 가정에까지 침투하여 중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국민가족관계 보고서’에 의하면 가장(家長)의 70%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저두족 현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그 결과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스마트폰에 빼앗긴 어린 자녀는 애정결핍에 걸려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보다 자녀의 얼굴을 보자’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독일과 영국의 대학이 합동하여 진행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을 10분간 방안에 홀로 남겨두고 이들이 스마트폰을 확인할 때까지의 시간을 재어봤더니 44초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인간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고 할만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 리서치 전문기업의 조사에 의하면, 성인 10명 중 8명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스몸비(smombie)족
급기야 ‘스몸비족’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스몸비족이란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다. 좀비는 서아프리카의 한 원시 종교에서 나온 말로, 그 종교의 사제(司祭)가 인간으로부터 영혼을 뽑아낸 존재라고 한다. 따라서 영혼이 뽑힌 좀비는 사제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가 된다. 현대에서 좀비는 ‘자발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 타인에게 조종되거나 생물적 본능에 의하여 움직이는 사람’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스몸비족’은 스마트폰에 푹 빠져 외부세계와 단절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이 스몸비족의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고 길을 걷는 사람이다. 당연히 각종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한 30대 남성이 스마트폰을 보다가 절벽에서 추락하기도 했고,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던 여성이 강에 빠져 사망하기도 했다. 이들에 의한 교통사고도 해마다 늘어 휴대전화 사용자를 위한 전용도로를 만든 나라도 있고, 걸으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는 나라도 있으며, 스마트폰을 보느라 어디를 걷는지도 모르는 보행자를 위해 길바닥에 특수 신호등을 설치한 나라도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에는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다. “휴대폰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접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접촉하고 있는 사람들이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있도록 해준다”라 말한 핀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인간이 기계인 스마트폰의 조종을 받는 ‘좀비’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