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2번 C단조
멘델스존의 아버지 아브라함 멘델스존은 함부르크의 대은행가였다. 조부 모제스는 유명한 철학자였다.
음악가로는 드물게 유복한 집에서 태어난 펠릭스(‘행운아’란 뜻) 멘델스존은 곱상한 용모답게 고상하고
우아한 빅토리아 왕조 풍의 취미를 즐겼으며 작품에서도 이러한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쇼팽이나 슈만, 리스트 같은 음악가들과 동시대인이면서도 멘델스존은 이들과는
조금은 색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멘델스존에게도 낭만주의의 열정을 표출한
작품들이 있다. 그의 실내악곡, 특히 피아노 트리오 작품이다.
실내악으로 꽃피운 고상한 낭만주의자의 열정
현재 우리에게 전해지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는, 즐겨 듣는 1번 D단조 Op.49(1839)의
두 가지 버전과 여기서 소개하는 2번 C단조 Op.66(1845), 그리고 멘델스존이 아주 어릴 때인
1820년에 쓴 C단조 트리오가 있다. 하지만 어릴 때의 C단조 트리오는 작품번호로 등재되지
않았고, 오늘날에는 연주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하면 1번 D단조와 2번 C단조 두 곡만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그중에서도 슈만이 “베토벤 이후 가장 위대한 피아노 트리오”라고 격찬하였고,
멘델스존 특유의 달콤한 선율로 넘치는 1번 D단조 트리오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2번 C단조 트리오는 1번 D단조 트리오보다 음악적으로 한결 성숙한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반적인 낭만주의 정서에 몰입하는 측면에서 2번은 1번과 비슷한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1번에
비하면 작품의 이미지가 보다 정열적이고 격렬하다. 그리고 세 악기의 균형 감각도 1번보다 훨씬 좋고
구성도 치밀하다. 한마디로 한창 나이 작곡가의 표현 의욕이 강하게 배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845년 초에 쓰기 시작했다. 그 무렵 멘델스존은 여전히 베를린에서 해야 할 여러 일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필하모닉 협회 주최 시즌 공연을 지휘했고,
이어 라이프치히에 가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시즌 공연을 지휘했는가 하면 그곳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많은 시간을 빼앗겨야 했다.
그럼에도 천재 작곡가답게 피아노 3중주 2번은 착수한 지 두 달여 지난 1845년 4월 30일에 완성된 것
으로 보이는데, 멘델스존은 작품을 계속 다듬다가 그해 10월에 완성된 악보를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
출판사에 보냈다. 멘델스존은 교정 단계에서도 몇 번이고 수정을 가하는 등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출판은 이듬해인 1846년 2월에 이루어졌다. 바이올린 연주자이며 작곡가인 슈포어(Louis Spohr,
1784-1859)에게 헌정했고, 멘델스존의 피아노와 슈포어의 바이올린으로 초연되었다.
1악장: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에 콘 푸오코
C단조 트리오는 D단조 트리오와 마찬가지로 네 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다.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은
C단조 4/4박자로 우선 피아노가 유니슨으로 정감 어린 제1주제를 도입하고, 피아노의 주제를 곧
현악기가 받아 반복하는데, 제시하는 선율은 에너지가 넘치는 첫 악장에서 중추를 이룬다.
이 선율은 더욱더 유려한 멜로디로 확장되고, 곧 E플랫장조의 제2주제가 등장한다. 이 주제들도 아주
생생하게 발전해 나가는데, 중도에서 현악기의 표정 가득한 선율이 아주 인상적이다.
재현부에서 코다까는 제2주제가 명료하게 표현된다.
2악장: 안단테 에스프레시보
E플랫장조 6/8박자 3부 형식. 피아노가 먼저 느리면서 표정이 짙은 코드로 주제를 내놓으면 그것을
바이올린과 첼로가 차례로 노래하며 시작한다. 중간부에서는 현악기가 선율을 주도한다. 현악기가 다시
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하는 3부에서는 처음부터 보다 섬세한 감각으로 열정을 빚는다. 단조의 선율이 더
풍부한 형식으로 돌아오기 전에, 약간 어두운 빛깔을 띠는 부분이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3악장: 스케르초. 몰토 알레그로 콰지 프레스토
매우 생생한 활력을 느끼게 하는 스케르초 악장으로 G단조 2/4박자의 프레스토이다.
역시 3부 형식이며 작곡가가 비르투오소적인 연주효과를 노린 부분이 곳곳에 나타난다.
트리오는 G장조로 조를 옮기며 현악기 중심으로 진행된다.
제3부는 제1부의 재현이며 트리오 부분이 G단조로 연주된다.
4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아파시오나토
4악장 피날레는 멘델스존이 이 곡을 마무리하며 최후의 승리가로 개선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열정적이고 빠르며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첼로가 열정적인 제1주제를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제2주제는 현악기의 유니슨으로 E플랫장조로 명료하게 등장한다.
발전부는 제1주제로 먼저 시작한다. 하지만 피아노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코랄 선율을 가져온다.
멘델스존이 이곳에 사용한 코랄은 ‘당신의 옥좌 앞에서(Vor deinen Thron)’로, 바흐 역시
칸타타 130번 ‘주 하나님 우리 모두 당신을 찬양합니다’에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발전부는
이 코랄 선율로 화려하게 수놓아진다. 코랄 부분은 그대로 코다로까지 들어가
웅장한 오케스트라 효과를 내는 데 일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