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어린이 48]
나를 키운 바다
지은이 박일 그린이 한희란
지은이 박일 그린이 한희란
판형 국판(152*210) 쪽수 112쪽
출간일 2013년 11월 25일 값 9,000원
ISBN 978-89-97335-22-0 (74810) 대상 초등학교 전학년
■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을 펼쳐놓은 바다시편들
박일 시인의 열 번째 동시집『나를 키운 바다』에서는 주로 바다를 소재로 한 동시와 노년의 시인이 어린 손주와의 사이에서 겪은 일화를 시화한 동시가 특히 눈에 띈다.
먼저 바다는 시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남 사천(삼천포)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인에게 바다는 원형적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 후 지금까지 부산 해운대에서 줄곧 바다와 함께 살아온 시인에게 바다는 삶의 근원이자 정신적 모토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동시에서는 유독 바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바다는 그의 동시에서 상상력의 원천이자 삶의 의미를 통찰하는 근간인 것이다.
나는/바다입니다//
새벽마다/갯바람을 헤치고 나와/밤새 잡아 온 바다를 사서//
아침 햇살과 함께/시장 바닥에 펼쳐 놓고//
“도미 사이소--.”/“갯장어 사이소--.”//
늘/비린내를 안고 오시던/우리 엄마는/바다를 팔아/대학생을 만들고//
아침 해를 팔아/시인도 만들었으니//
나는/바다지요./아침 해지요.
--「나를 키운 바다」 전문
위의 시에서 보이듯이 바다는 시인의 삶과 일체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시인의 어머니는 새벽 수산물 시장에서 장사를 해 자식을 키운 듯한데, 이를 시인은 “밤새 잡아 온 바다를 사서” 이를 다시 “아침 햇살과 함께/시장 바닥에 펼쳐 놓고/(……)/바다를 팔아”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이에 시인은 “나는/바다지요./아침 해지요.”라는 인식에 이른다. 무엇이든 군말 없이 내주기만 하는 바다는 부모와 같아서 ‘나’를 낳고 키워준 셈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바다의 젖을 먹고 자란 바다의 자식이자, ‘나’ 자신 역시 바다라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의 삶이 자연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를 낳고 키운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자연의 숭고함마저 깨닫게 한다. 이러한 바다에 대한 상상력은 파도를 ‘딴전 피우다가 장난을 걸어 오는 내 동생’(「파도」)으로 여기기도 하고, 바닷가 모래밭에 그려놓은 손글씨 “영미야, 사랑해!/엄마, 아빠, 사랑합니다./차니♡미나”를 쓸어가는 파도가 “이름만/쓸어 담고 싶어도” 사랑이 “자꾸만 따라”온다는(「사랑 줍기」) 절묘한 시상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이렇듯 바다를 통한 자연친화적 상상력으로 노래한 삶의 따뜻함과 사랑의 정서는 아이들에게로 확대되어 이 동시집 전편에 걸쳐 아이들의 일상을 따뜻하고도 유쾌한 시선으로 보듬고 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교단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체험한 경험이 시인의 연륜과 함께 더욱 무르익어 진솔하고도 깊은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어린 손주를 소재로 씌어진 일련의 작품에 이르러서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한층 농익어 유쾌한 시적 발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눈여겨보게 된다. 가령, 머리 감고 나온 할아버지에게 손주는 머리를 다시 감으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아직도/비눗물 남아 있어요.”(「흰머리」)라고 한다. 할아버지의 흰머리를 비눗물로 착각하고 그런 것이지만, 이 단순한 말장난을 군더더기 없는 한편의 시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솜씨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또한 유리창에 색종이로 “별 모양의 해 하나” 붙여놓고 “할아버지!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내세요.”라고 말하는 손주에게서 시인은 손주의 예쁜 마음에 “집 안에 온통 햇살뿐이다.”(「해」)라고 감탄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제 시인은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마음만큼은 한층 아이들의 마음 가까이에 다가서 있다는 것을 이 동시집은 느끼게 해준다. 이는 누구나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음의 시를 보면 시인이 부단한 노력으로 동심의 세계를 지켜나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예순여덟 할아버지//
빼기/욕심, 거짓, 고집, 자존심 그리고 선생님……//
꿈, 사랑과 그리움/더하면//
여덟 살 아이.
--「동심」
할아버지가 되도록 살아오면서 마음에 새겨진 ‘어른다운 것들’을 모두 빼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꿈과 사랑과 그리움’을 더해서 “여덟 살 아이”의 마음을 지키고자 하는 시인의 자세가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시인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이며, 동시를 짓는 자세이다. 그래서 그의 동시는 고루하지 않고, 해를 더할수록 아이답고, 푸르고 건강한 동심의 세계가 더욱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 차례
제1부 나를 키운 바다
바다 / 수평선에서는 / 나를 키운 바다 / 푸른 악마 / 파도 / 쓰나미를 보며 / 사랑 줍기 / 새가 되는 날 / 꼭두각시 춤 / 호랑이 얼굴 / 꼬마 부처 / 개미의 집 / 업어 준 아이 / 빵빵한 축구공
제2부 봄이 되면
새해 아침 / 봄이 되면 / 제일이 / 전깃불 / 비구름 / 비눗방울 / 진달래 / 나뭇잎은 숨어서 / 등불 / 오징어 / 닷새 먼저 / 낙엽 / 별 / 왼손잡이
제3부 시인 할아버지
엎드린 새 / 아기 손주 / 바둑 두기 / 귀신 / 공 받기 / 다섯 살 / 해 / 수저통 / 시인 할아버지 / 올림픽 선수 / 동심 / 흰 머리 / 할머니와 유모차 / 엄마라는 산
제4부 아프리카 햇살
해운대 / 중국 땅 밟고 / 깔딱 고개 / 따오기 한 마리 / 꽃배 / 꽃의 웃음 / 노르웨이 바다 / 아소산에서 / 모황도 기흠이네 / 석 달 친구 / 나는 비행기를 타고 / 아프리카 햇살 / 얼굴이 까매서 / 머리카락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바다의 꿈과 태평양 같은 희망을 주는 동시_김춘남(시인, 아동문학가)
■ 저자의 말
나이가 들어 갈수록 동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화작가 안데르센도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린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이 동시집(제10동시집)에 들어 있는 「사랑 줍기」처럼 사랑도 넘치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 이 동시집에는 꿈과 동심과 사랑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가정은 물론 우리 사회도 꿈과 동심과 사랑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박일
■ 추천의 말
외국에서는 영재 교육 방법으로 동시 쓰기와 읽기를 많이 시킨답니다. 동시 쓰기는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사고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좋은 동시를 외우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물을 보는 느낌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박일 선생님의 동시집 『나를 키운 바다』에는 그리움, 사랑, 꿈과 희망, 여행 그리고 유머와 재치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동시집에 숨어 있는 선생님의 보석 동시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면서 동시가 주는 빛나는 아름다움을 느껴 보세요. 그 속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될 거예요.
—김춘남(시인, 아동문학가)
■ 저자 소개
글쓴이_박일
아동문학가. 1946년 경남 사천(삼천포)에서 태어나 진주교대, 동아대 국문과, 그리고 동아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79년 『아동문예』에 동시 3회 추천을 받은 후 제7회 계몽아동문학상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습니다.
동시집으로 『풀빛 고향 바다』 『산에서 바다에서』 『백두산에 올라서서』 『봄의 기쁨』 『아침나라 여행』 『예순 개의 바다』 『엄마와 보물상자』 『주름살 웃음』 『내 일기장 속에는』이 있고, 산문집 『이야기 동학』 등이 있습니다.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문경아동문학상, 설송문학상(본상), 여산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초・중등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현재 ‘아름다운 동시교실’을 운영하면서 글쓰기 재능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린이_한희란
건국대학교 회화학과를 졸업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중입니다. 그린 책으로는 『아빠를 잡아먹은 사마귀』 『말을 해야 알지』 『미래는 너희 세상이란다』 『그 숲에는 거북이가 없다』 『엘리베이터 타고 우주여행』 『그 사과밭에 생긴 일』 등이 있습니다.
첫댓글 박일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