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최문자
죽어있어도 좋은데
소식이 온다
아침 신문에서 그 사람 관련기사를 읽었다
그 이름 밑에 빨갛고 노란 발이 달린다
저기
신문 위에 말 한 마리 서있다
말은 위험한 기억의 언덕배기를 슬슬 넘어서
찔레꽃 덤불 속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
그와 나,
죽도록 반대방향으로 말을 달렸다
오늘 아침 그 말들은 왜 살아날까?
찔레꽃 덤불 속에서 부스럭거리고 있다
더는 걸어 들어갈 수 없어 말이 꽃 속에서 우뚝 선다
신문의 다른 기사를 더듬더듬 읽어갔다
글자들이 찔레줄기 알가시가 되어 핏줄을 찌르며 무더기로 올라온다
아침은 혼미하도록 턱없이 빛나고
거실 중간에 나는 말뚝처럼 박혀있다
말뚝 한 쪽 고리에 걸린 그의 밧줄은 언제나 팽팽하다
밧줄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 끝에, 말 한 마리 서있다
철사줄처럼 가느다란 소식
말 한 마리 보내는 날
아무도 모르게 나는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시와 표현》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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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 1943년 서울 출생.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울음소리 작아지다』『나무고아원』『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사과 사이사이 새』『파의 목소리』. 시선집 『닿고 싶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