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1년 프랑스의 젊은 귀족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구스타브 보몽(Gustav de Beaumont, 1802-1866)이라는 친구와 함께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미국식 민주주의를 연구하기 위해 온 토크빌은 9개월에 걸쳐 미국 전역을 돌면서 앤드루 잭슨 대통령을 포함해 개척자, 인디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국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미국의 민주주의
토크빌이 프랑스로 돌아가 1835년 1월 출간한 『미국의 민주주의 (De la démocratie en Amérique)』는 "몽테스키외 이래의 명저"라는 칭송을 받았다.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도 장문의 서평에서 극찬했으며, 이 책은 곧 영어와 독일어로 번역돼 널리 읽혔다. 파리에서는 1848년 2월경까지 12쇄나 출간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1840년 『미국의 민주주의』 제 2권을 출간했는데, 이 책들은 오늘날까지도 민주주의에 대한 고전으로 널리 잃히고 있다. 데이비스(Davis)는 "이 책은 나온 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사와 미국 정치이론의 필독서가 되고 있다" 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토크빌 역시 미국의 특성을 예리하게 꿰뚫어보는 안목과 비범한 통찰력으로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국 정치와 민주주의 전반에 대한 중요한 논평가로 대접을 받고 있다..... 토크빌의 논평과 관찰력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해서 1831년이 아니라 지금 적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 오류보다는 정곡을 찌르는 내용이 더 많았다."
1831년에서 1832년까지 토크빌의 눈에 비친 미국은 어떠했던가? 그는 미국에서 서부가 갖는 중요한 의미를 포착했다. 그는 서부에서 '민주주의'를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서부로 몰려가는 과정에서 신분과 경제력의 차이는 있을 수 없었다. 모두가 평등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건강한 정신과 태도가 서부개척사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토크빌은 미국의 사법제도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미국에서 귀족들이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법원의 판사석에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라고 했다. 미국의 법관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한 종식직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미국 헌법 제3조 제1절은 "연방대법원 및 하급법원의 판사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한 그 직을 보유" 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사법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였지만 동시에 인재확보의 목적도 있었다. 임기제로 하면 법관보다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변호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토크빌이 미국을 좋게만 본 것은 아니다. 그는 미국인들이 철학보다는 실용에 치중한다면서 일편단심 부만 좇는 미국인들을 꼬집어 지적했다. 그는 "돈에 대한 숭배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압도하는 나라를 나는 미국 이외의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다" 고 했다. "미국 국민성 깊은 곳에 들어가보면 그들은 '그게 돈이 되나' 라는 한 가지에 관심만으로 세상의 모든 가치를 평가한다. 이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이해관계' 이며 모든 순간을 관통하는 사적 이해는 때로는 공공연하게 선포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회 이론으로까지 승격되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토크빌만 한 건 아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미국인들의 지극한 돈사랑에 주목했다. 1790년에 미국을 여행한 프랑스 사회개혁가 로쇼푸크 리앙쿠르는 "미국은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지배적인 나라다"라고 했고, 1805년 영국인 리처드 파킨슨은 "미국 사람들은 모두 돈을 추구한다"고 했다.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은 "미국에는 두 가지 성(性)이 있는데 하나는 오직 달러 사냥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고, 다른 하나는 달러 사냥꾼 밥해 먹이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낸다" 고 했다. 또 1850년대에 러시아 작가 미하일 포고딘은 "미국은 현시대 사람들에게 한동안 희망이었지만, 결국 현시대의 사생아에 불과했다. 미국은 국가라기보다는 차라리 무역회사에 가깝다"고 한탄했다. 얼마 후엔 막스 베버까지 가세해 "미국인들의 지극한 최고선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토크빌은 미국인의 돈사랑과 연결시켜 "나는 미국만큼 독립적인 정신과 진정한 토론의 자유가 적은 나라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미국 특유의 물질주의와 순응주의를 지적한 것이다. 그가 미국 민주주의와 관련해 '다수의 독재'에 대한 공포를 표현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는 민주주의가 아첨의 정신을 전파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순응주의와 물질주의가 미국의 특성이 되는 것 만큼이나 개인주의와 이상주의도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보았다.
첫댓글 음...
실용주의는 미국에서 발생했죠. 나름 그것도 철학이라는... 비록 얕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