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은 인간이 벗은 두 발로 서 있다
이서하
작은 사람 뒤에 큰 사람을
세우는 종렬이 싫었다
땅을 팠더니 거대한 개미굴이 나왔다
갱들의 무리가 국경을 넘어
숲을 헤집고 창문에 부딪친 새가
풍경을 흔들고 있다
뼈가 부러지는 날에는 세상의 질서가
조금씩 움직일 거야 순서가 정해지면 적을 만들자
말씀하셨던 겨울 개미는 어디로 갔나요?
아버지 우리 함께 가요 똑같이
생긴 개미가 나와 둘이 되는 일
추운 날에는 불쏘시개를 가지고 놀았다
단추가 떨어진 옷을 입고 외출을 해도
단추가 떨어진 곳은 알 길이 없고
네가 찾던 단추에 대한 그리움이란
단춧구멍에 찔러 넣은 실처럼
개미굴을 빠져나오는 개미를 보며
여자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석고를 붓고 여왕개미를 부르자
구멍 안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옆집 엄마가 불에 타서 죽었대
나는 걸을 수 없어서 뛰었지*
그건 우리가 잘하는 일이잖아?
갈라진 콘크리트 안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것은
어느 광부의 손이었던가
발이 뛴다 길이 도망간다
우리를 입에 올리지 말라던 아버지,
당신은 길에 놓인 신발의 의미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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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레논, Mother(1970년 12월)
—《현대시학》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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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하 / 1992년 경기 양주 출생.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한국경제〉청년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