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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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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12,13-17
그때에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은 13 예수님께 말로 올무를 씌우려고,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 몇 사람을 보냈다. 14 그들이 와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께서 진실하시고 아무도 꺼리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압니다. 과연 스승님은 사람을 그 신분에 따라 판단하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15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다 보여 다오.” 16 그들이 그것을 가져오자 예수님께서,“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황제의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7 이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그들은 예수님께 매우 감탄하였다.
세금과 납세의 의무
요즘 ‘조세 피난처’라는 말과 ‘페이퍼 컴퍼니’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에 따르면 전 세계의 순금융자산 94조7천억 달러 가운데 19.5%에 해당하는 18조 5천억 달러(약 2,076조원) 정도가 이 조세 피난처에 숨겨놓은 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각 나라에서 어마어마한 세금 손실액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원천징수에 의해서 몇 푼 되지 않는 봉급에서도 어김없이 세금을 납부하지만 전 세계의 부자들은 이렇게 탈세를 하거나 그림이나 보석 등으로 재산을 숨겨두고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재산을 은닉하거나 하와이 등 세금이 싸거나 거의 없는 나라의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숨겨놓기까지 합니다.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고사성어는 세금을 가혹하게 징수하여 백성들이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정치 상황을 말합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에 비유되는 말로서 세금 등을 가혹하게 거둬들여 무리하게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아 못살게 구는 정치적 상황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 고사성어는 춘추시대 말 공자의 모국인 노나라는 조정의 실세인 계손자(季孫子)가 세금 등을 가혹하게 징수함(苛斂誅求)으로써 백성들이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정치적 상황을 나타낸 말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말이 전혀 상관없는 말인 때입니다.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 기슭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는데 어떤 여인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구슬프게 울고 있었답니다. 이 울음소리를 듣고 있던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에게 그 까닭을 물어 보라고 했고, 자로가 여인에게 이유를 묻자 그녀는 더욱 흐느껴 울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옛적에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게 당했는데, 이제 나의 아들이 또 그것에게 죽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을 떠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이곳은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거나 부역을 강요하는 일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답니다. 공자는 이를 보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니라.”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은 정치를 잘해야 백성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 것입니다.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 일정부분의 조세가 부과되어야 합니다. 조세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해야 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국민의 의무가 있는 민주주의의 국가입니다. 탈세하거나 조세를 기피하기 위해서 재산을 은닉하거나 유령회사를 조세피난처에 만들거나 하는 것은 완전히 범법행위입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소인배적 탈법행위입니다. 공정한 세금의 부과를 통해서 국정이 정의롭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조세포탈 혐의가 포착 되는대로 발본색원해서 국가의 재정도 기반을 튼튼히 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나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세금이 경감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세금은 소득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납부하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잘못된 과세정책입니다. 그런데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하우징푸어의 문제 말입니다. 빚을 내어 집을 사고, 집이 매매가 되지 않으면서 집에 대한 과세표준액은 높아져서 세금이나 은행 이자부담이 커져서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지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세금을 경감해 주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공평성의 문제에서 아주 심각해집니다. 또한 종교인의 면세에 대한 것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종교인들에게 면세해주는 것은 오래된 세법의 관행이었는데 소득이 높은 종교인들에게까지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세 공평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득표를 예상해서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조세 평들에서 벗어난 것들입니다. 세금은 국민의 의무입니다. 성실한 납부는 교회에서도 교리로서 정하고 있습니다. 세원(稅源)을 찾아내서 공평한 과세를 해서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것은 정치가들의 몫입니다. 성실하게 납세를 하는 서민들에게 국가에서 면세나 감세 혜택을 주는 것을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혜택을 받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세금을 깎아먹는다고 미안하게 생각할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세금을 내는 것도, 재산을 가지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하느님의 것을 잠시 보관하거나 관리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내 재산이랄 것이 없고, 내 자손들에게 물려줄 것도 없습니다. 본시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하느님의 것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되고, 관리하는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입니다. 부자들의 재산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숟가락 하나까지 모두 헤아리시는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그 재산들을 관리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詩:최민순신부/曲:김베드로/音:하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