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미트볼
정채원
누구세요? 한 입 베어 물던 미트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당신이 사랑하는 미트볼 속에는 고기도 양파도 당근도 들어있지요. 그림자도 태풍도 슬픔도 들어있지요. 그리고 지난밤 당신이 꿈속에서 만난 그 바보도 들어있답니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던 그 바보 말입니다. 동대문이 어느 쪽이냐 묻던 당신께 대답 대신 하품만 하던 그 바보 말입니다. 그를 지켜보던 당신까지도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말았다는 게 더욱 견딜 수 없던 당신.
그제는 고기맛, 어제는 먼지맛, 또 오늘은 죽음맛인 미트볼, 너는 대체 누구니?
지난밤 꿈속에서 바보가 말했지. 나는 지루해. 하품을 멈출 수 없어. 나만 보면 하품까지 따라하는 사람들, 허공처럼 지루해. 매일 먹는 미트볼도 지루해. 다음 미트볼 요리는 불쾌한 골짜기*에 사는 로봇에게 맡겨야겠어. 때로는 당신 같고 때로는 나 같은 그들, 늘 지루한 그들. 바보 같은 그들. 서로 너무 닮아 가짜가 진짜이고 진짜가 가짜인 그들에게 말이지.
오늘도 나는 미트볼을 한 입 베어 물다가 가장 지루한 미트볼에 주석을 달지. 오, 미트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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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canny valley
—《시와 세계》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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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원 /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을 통해 등단. 시집『나의 키로 건너는 강』『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일교차로 만든 집』.
Uncanny Valley
로봇이 인간을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논문(영어로는 uncanny valley). 각종 안드로이드물이 쏟아져 나온 일본이니만큼 자연스럽게 나올 만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이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로봇 분야만이 아니라 3D 영상 분야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