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을 한 아름 안고 있는 어둠속에 버스는,
자칭 산이 좋아 산에 든다는 이들을 내려놓습니다.
이른 새벽 ! 주위는 진흙 같은 어둠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금파님 저쪽 계단 위에서 마나술루님이 오시래요”
아람치님이 저를 데려갑니다.
따끈한 라면국물에 밥 한술 넣어서 김치랑 맛있는 새벽 아침을 먹습니다.
분명, 하늘은 오늘도 우리들 마음을 알고 계시는 것처럼 빗님을 내리지 않습니다.
새벽 4시 문이 열리고 어둠속을 향해 출발합니다.
뿌연 밤안개가 온몸을 촉촉이 적셔오는 것 같습니다.
이마 위 불빛은 숨죽여 어둠을 밝히니, 노란 달맞이꽃이 우리를 반기고
이따금 산새소리만이 우리를 따라 올뿐 바람도 없는 고요함은 숲의 전령이 되어,
자꾸자꾸 한없이 우리들을 데려 갑니다.
얼마를 올랐을까?
오래된 고사목 사이로 희미한 새벽이 밝아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소리는 분명 우리들의 마음도 반겨주는 소리입니다.
숲이 참 고맙습니다.
숲 속길.....
그 누가 밤새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숲 속 길을 그 무엇에 홀린 듯 따라갑니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저만큼 숲이 끝날 즘에
그리운 그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보고 푼 그가 하얀 미소 지으며 나를 반길 것만 같은 마음에 성큼 성큼 걸어가 보니,
살포시 피어있는 금강초롱꽃이 수줍어 고개도 들지 못하고 다소곳이 나타납니다.
진 고개에서 출발하여 노인봉 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라갔습니다.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 바위 위에 서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안개 바다. 마치 안개 바다위에 덩그러니 떠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서 눈 깜짝할 사이 안개가 사라지더니 굽이굽이 능선과 그림 같은
산하가 내 앞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집니다.
아 !!......
감탄의 함성이 메아리치고 자연의 신비에 놀라움을 새삼 느껴봅니다.
높고 깊은 산중에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아마도 그가 나를 안내 해준 것만 같습니다.
가슴속 깊이 뭍어 둔 그리움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마음 가는 데로 나를 맡기려 합니다.
기다려 주었다는 듯이, 아니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빗님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조그만 오두막 산장에서 따끈한 신선차를 마시며,
비옷을 입고 다시 발길을 재촉합니다.
그냥 어릴적 비를 맞으며 놀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 비오는 산길을 즐깁니다.
굽이굽이 물이 흐르는 계곡 길을 비와 함께 동행을 합니다.
또 다른 운치가 있어 나를 감동시킵니다.
이러한 그 무엇이 자꾸 산에 들게 하여줍니다.
숲이 주는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렵니다.
카페 게시글
일요산행 후기
오대산 노인봉을 비를 맞으며....
금파 錦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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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6
05.07.06 11:33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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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악이 좋아서 가져왔습니다.ㅎㅎ
자연은 그곳을 찾은 모든 사람들을 시인으로 만드네요.^^ 자연은 내 안에 두고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까지 모조리 찾아내어 흔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금파 錦波 님, 부디 그 마음.. 꿈 속에서도 계속되길 바랄 게요.^^ 금파 錦波 님의 밤은 더디게 찾아왔군요. 아름다운 밤 보내세요~*^_^*
다리는 좀 풀렸는지요?..
산입구에서 seat mate'금파'님을 얼마나 찾았는데...담산행에서는 같이 오릅시다. 시간 있을 때 산에 자주오세요.
갑장이라서 무지 반갑더라구요
그래요, 빗님이 참 잘도 참아주었지요.
이따금 불러주시는 노래소리 ...좋았답니다.
어느분이 이리 잔잔하니 맘에 와닿는 글을 썼는지 알 수가 이어서 나름대로 행복한 아침입니다^^ 늦은시간 올려주신 후기 잘 보고 가요....흑흑 부럽기까지 합니다^*^
민정님이 점점 보고싶어 집니다
^^* 마음에 와 닿는글입니다. 같은 산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할줄 아는 축복받은 삶이 부럽습니다.
이쁘게 봐주니 부끄럽기도하고....
하산길 비한방울 덜 맞으려고 그 좋은 경관을 주마간산하듯 대충 흘려버리고 서둘러 내려온게 후회막심합니다.. 다음엔 속옷까지 비에 흠뻑 젖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그림을 마음속에 담아오렵니다.. 좋은후기 잘 읽고 갑니다..
패스 패스 ..기억이 맴돌고, 아 ~젊은 오빠.맞지요?
고운 시 한편 같은 후기가 더 좋은 듯 하지만 그래도 문득 일어나는 편안함은 음악이 옆에서 손을 잡아주기 때문이겠지요? 금파님 만나서 방가웠고요.......님의 인상이 기억에 있으니 소금강이 아직 여기 있네요.......ㅎㅎ
화담 님의 산을 사랑하는 넉넉함을 볼수있는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정갈한 글이 너무 짧게 끝나 여운을 남기네요 아름다운 글 만큼이나 아름다운 추억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언제든 문득 산이그리워 산에들면 만날것같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