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아디의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넓은 하늘에 매가 바람을 가르며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그러자 그 옆 나뭇가지에 꼼짝없이 앉아 있던 독수리가 핀잔을 주었다.
“가만히 좀 있게. 그리 쉴 새 없이 움직이면 언제 땅 아래를 볼 수 있겠나?”
“무슨 소리! 자네만큼 내 눈도 예리하단 말일세. 저 멀리 산과 바다가 보이는군.”
그러자 독수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 밝은 눈을 따라오지는 못하겠지. 난 저 아래 골목에서 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의 수염이 세 가닥인 것도 보인단 말이지.”
과연 독수리의 말대로 골목 아래에는 세 가닥 수염을 늘어뜨린 고양이가 졸고 있다.
“대단하군!”
매의 찬사에 신이 난 독수리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 아래 농장 보이나? 자네는 안 보이겠지만 그 안에는 탁자가 하나 있다네.
그리고 탁자 위에는 밀 이삭이 놓여있군. 내가 가서 저 밀을 물어 올 테니 잘 보게!”
매가 말릴 틈도 없이 독수리는 농장으로 쏜살같이 내려갔다. 그런데 이삭을 입에 문 순간 철커덕 하며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다. 독수리는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쳤지만 올가미는
더욱 옥죌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매는 다시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곤 중얼거렸다.
“모든 새 중에 가장 밝은 눈을 가졌다지만 올가미를 보지 못한다면 그 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