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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갯벌, 해송 숲에서 즐기는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신안 증도
신안 증도는 느리게 둘러보는 섬이다. 슬로시티라는 슬로건과 어울리게 섬 안의 모든 것이 더디게 흘러간다. 해무가 걷힐 무렵 태평염전 길은 몽환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 소금 창고들이 가지런히 늘어선 이곳 갯벌 염전은 국내 최대 규모다. 증도가 세계슬로시티로 지정되는 데도 갯벌 염전이 중요한 원인이 됐다. 증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승인된 곳이다. 갯벌도립공원은 우전해변에서 화도까지 광활하게 연결된다. 물이 빠지면 짱뚱어, 농게, 칠게 등의 향연이 펼쳐진다. 짱뚱어다리 건너 만나는 우전해변을 운치 있게 거니는 방법은 소나무 10만여 그루가 늘어선 ‘한반도 해송 숲’을 택하는 것이다. 솔숲을 거닐며 일몰의 증도해변과 만나는 시간은 느리게 걷기에 방점을 찍는다. 염생식물원, 화도노두길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증도의 트레이드마크인 짱뚱어다리
증도대교가 건설되며 뭍과 가까워졌지만, 섬을 좇는 사람들의 ‘안단테(느리게)’ 템포에 대한 로망은 여전하다.
증도에서는 이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새로 지은 멋진 펜션보다 면 소재지에 있는 소박한 민박에 하룻밤 묵으면 좋다. 자식 기르느라 농사지으며 평생을 보냈다는 주인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눠야 제 맛이다. 섬을 오가는 버스가 20~30분 늦는 것은 넉넉한 품새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뚝뚝해 보여도 섬에 대한 설명을 찬찬히 늘어놓는 기사 아저씨와 맞장구칠 때쯤이면 슬로시티 증도 감상에 필요한 워밍업은 갖춘 셈이다.
길이 뚫리고 우전해변 쪽이 번잡해졌지만, 느린 여행을 즐기려면 증도 주민이 주로 거주하는 면 소재지 쪽에 숙소를 잡는다. 새벽이면 닭이 울고, 밤이면 골목에 개가 짖는 수더분한 동네다. 세월과 탈것이 아무리 빨라도 섬사람의 인심조차 앗아 가지는 못했다. 이곳에 태평염전, 짱뚱어다리, 한반도 해송 숲까지는 제법 멋지고 느린 길이 기다린다.
이른 새벽이면 태평염전 길을 걷는다. 해무가 걷힐 무렵 염전 길은 몽환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 갯벌 염전에는 소금 창고들이 가지런히 늘어섰다. 그 길이가 3km에 달한다. 이곳 갯벌 염전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다. 전체가 약 460만 ㎡로 여의도 면적 2배에 가깝다. 태평염전 전체가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증도가 세계슬로시티로 지정되는 데도 갯벌 염전이 중요한 원인이 됐다. 2007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증도를 아시아에서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하며, 인류의 생명을 위해 갯벌 염전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그 가치를 인정했다.
길을 걷다 보면 생각 없이 스쳐 지나던 염전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세월에 빛바랜 나무 창고와 소금을 싣고 오가던 나무 수레가 낯설게 다가선다. 창고 가득 쌓인 천일염은 한때 천시 받던 염부들의 땀방울로 얻어낸 귀한 결과물이다. 국내 생산되는 천일염 가운데 6%가 이곳에서 나온다.
[왼쪽/오른쪽]태평염전길과 소금창고 / 태평염전 소금창고
태평염전 길 끝자락에는 소금박물관과 염전체험장이 있다. 소금박물관은 초창기 창고로 쓰던 곳을 박물관으로 단장했다. 소금의 역사와 세계의 소금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옆 체험장에서는 장화를 신고 고무래로 대파질을 하며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염전체험장 건너편은 염생식물원이다. 함초, 칠면초, 나문재 등 소금기 많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 나무 데크 관찰로 주변으로 자욱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소금박물관 [왼쪽/오른쪽]염전체험장의 고무레 / 염생식물원
소금밭전망대에 오르면 염전과 식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둑판처럼 연결된 소금밭에 세모 지붕 창고들이 늘어섰고, 그 뒤로 바다가 이어지는 아득한 풍경이다. 한 템포 더딘 심호흡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온다. 고개를 돌리면 증도대교다. 증도의 느린 염전과 차들이 빠르게 오가는 증도대교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전망대 아래는 소금가게, 소금레스토랑, 소금동굴힐링센터 등 소금을 테마로 한 공간이 조성되었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에도 ‘소금’ 수식어가 붙어 미각을 자극한다.
소금밭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태평염전
증도를 둘러보는 또 다른 방법은 자전거를 타고 섬과 갯벌 사이를 누비는 것이다. 소금박물관 앞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목적지는 화도로 정한다. 물이 빠지면 섬을 잇는 1.2km 노두길이 열리는 곳이다. 노두길 좌우로 증도의 갯벌이 가깝게 드러난다. 짱뚱어다리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확연한 갯벌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다. 증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승인된 곳이다. 갯벌도립공원은 이곳 화도까지 광활하게 연결된다. 물이 빠지면 짱뚱어, 농게, 칠게 등의 향연이 펼쳐진다. 살아 숨 쉬는 갯벌의 모습을 실감한다.
화도는 장혁과 공효진이 주연한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촬영한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 한 개를 사면 주인 할머니가 말한다. “고맙습니다.” 집 뒤편으로 인적이 드문 증도의 진짜 바다가 펼쳐진다.
화도를 잇는 노둣길 [왼쪽/오른쪽]화도 초입의 이정표 / 화도 고맙습니다 촬영지
늦은 오후에는 짱뚱어다리를 건너 우전해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갯벌을 가로지르는 짱뚱어다리는 이제 증도의 명물이 됐다. 470m 이어진 나무다리가 증도 주민의 삶터와 해변을 잇는다. 나무 데크 아래 갯벌로 연결되는 계단도 있다. 4km가 넘는 우전해변은 짱뚱어다리가 있는 짱뚱어해수욕장, 엘도라도리조트와 신안갯벌센터가 있는 우전해수욕장으로 나뉜다. 모래 해변은 짱뚱어해수욕장 쪽이 한결 운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이다.
[왼쪽/오른쪽]짱뚱어 해수욕장의 해질무렵 풍경 / 우전해변의 해질무렵 풍경
우전해변을 제대로 거니는 방법은 바닷길을 따라갔다 해송 숲길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해변과 나란히 들어선 해송 숲길은 소나무 10만여 그루가 동행이 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모양을 닮아 ‘한반도 해송 숲’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솔숲은 걷기를 탐하는 이방인의 안식처가 됐다. 솔숲을 거닐며 노을 지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은 느리게 걷기에 방점을 찍는다.
한반도 해송숲길
증도 여행은 구수한 된장이 곁들여진 별미 짱뚱어탕으로 두둑하게 마무리 짓는다. 철부선 오가던 시절과 비교하면 증도까지 가는 길은 분명 편리해졌다. 차를 타고 둘러볼라치면 3~4시간으로 족하다. 하지만 차는 한쪽에 세워두고 걷거나 자전거로 움직여야 ‘슬로시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
태평염전→염생식물원→짱뚱어다리→한반도 해송 숲→우전해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태평염전→염생식물원, 소금박물관→염전 체험→소금밭전망대→화도
둘째 날 / 짱뚱어다리→한반도 해송 숲→우전해변→신안갯벌센터→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신안군 문화관광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
감사합니다!!!
ㄳ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