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오름이 있다. 저마다 말하는 개수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300개가 훌쩍 넘는다. 제주 본섬을 내려다보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 전역에 ‘오름’이니 ‘악’이니 ‘랑’이라고 붙은 이들이 한 가득이다. 모두 오름을 뜻한다. 제주를 찾는 이들은 아름답고 이국적인 남쪽섬에서 ‘바다’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오름을 빼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논하기는 어렵다. 부드러운 능선에 가뿐히 올라 여기저기 솟은 오름과 더불어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그 많은 오름 중에서도 이름난 것을 꼽자면 그리 많지 않다. 거문오름, 다랑쉬오름,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물찻오름 쯤 되지 않을까. 유명해서 많이들 찾는 것인지 찾는 이가 많아 유명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찌되었건 찾기도 수월하고, 오르기도 어렵지 않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오름의 경우, 찾아가기부터 쉽지가 않다. 진입로부터 오름으로 들어서는 길까지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 토박이나 오름 전문 여행가가 아닌 오름 초보가 굳이 잘 모르는 오름까지 가지는 않을 터. 우선 찾아가기 쉬운 오름부터 올라보자. 미모도 빠지지 않는 제주 오름 3곳을 소개한다.
하나, 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에서 내려다본 제주 바다. 사진에는 짤렸지만 우측으로 이끈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이 펼쳐진다. 오름에 오르면 이제껏 알던 이미지속의 제주 대신 그의 실체와 만날수 있다
이름도 예쁜 다랑쉬오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자리하고 있다. 남서쪽에 자리한 높은오름(405.3m)을 빼고 인근에서 가장 높다. 분화구가 달처럼 보인다고 달랑쉬오름으로도 불린다. 월랑봉(月郞峰)이라고 알려진 이유다. 약 382m의 야트막한 오름으로 30~4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한라산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름치고는 숨이 찬 오르막이다. 나무데크로 길이 정비되어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뒤돌아보니 아끈다랑쉬오름이 얌전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끈’은 ‘작은’이라는 뜻의 제주어. 오름의 분화구까지 생김새를 살필 수 있는 기회다. 저기 오른쪽 뒤편으로 보이는 건 용눈이오름이다. 날이 좋다면 바다도 한 몫 거들 것이다. 낮게 깔린 구름이며 여기저기 봉긋하게 솟은 오름이 펼쳐진다.
왼쪽, 다랑쉬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길. 데크로 길이 만들어져 있어 오르기 수월하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30~40분 정도 약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다랑쉬오름 정상에 닿는다
오른쪽, 다랑쉬오름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끈다랑쉬오름'. 오름의 형태, 분화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오롯이 보여준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른쪽 뒤로 용눈이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덧 정상(?)에 도착한다. 전망대도 있다. 제주에서의 모든 일정이 그러하지만, 제주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오름에서는 날씨가 너무나 중요하다. 비구름이라도 뒤덮인 날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풍경이 뒤돌아서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정상에 올랐다고 끝이 아니다. 오름의 백미는 분화구 주변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제주는 수줍어하면서도 분명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화구의 바깥둘레가 1500m, 깊이는 115m나 된다. 강한 바람에도 살아난 낮은 나무들이 보인다. 삼나무도 보인다.
오름 주변에는 다랑쉬마을(월랑동)과 다랑쉬굴이 있다. 제주4·3사건으로 마을을 사라졌다. 매년 월랑봉 일출제가 열린다고.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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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아부오름
아부오름에서 바라본 아부오름 분화구. 원형의 삼나무는 영화 '이재수의 난'을 촬영하기 위해 심어졌다. 아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많은 아부오름은 10분이면 정상에 올라 부드러운 분화구 둘레를 걸을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먼저 살펴봤던 다랑쉬오름에서 남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북쪽으로 비자림, 남쪽으로는 성읍민속마을, 서쪽으로는 거문오름,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을 두고 있다. 아부오름을 비롯해 제법 유명한 오름들은 이 사이에 모두 들어선 것 같다. 그중에서도 아부오름은 손에 꼽는 오름이다.
아부오름이 유명해진 것은 영화 ‘이재수의 난’ 덕분이다. 현재 분화구에 원형으로 자리한 삼나무는 영화촬영 당시 심어진 것이라고. 이재수의 난은 1901년 제주도에서 실제로 일어난 천주교인과 주민들 간의 충돌사건을 다룬 영화다.
왼쪽, 아부오름 초입에 자리한 '앞오름' 안내판. 아부오름 근처에 와서 길을 잘 모르겠다면 차량들이 주차된 곳으로 가면 된다. 거기가 바로 아부오름이다. 10분이면 정상에 오르지만 여유있게 화구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포인트다. 아부오름 가운데 예쁘게 심어진 삼나무도 놓치지 말자
오른쪽, 아부오름으로 오르면서 보이는 풍경. 운이 좋으면 오름 주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나 말을 가까이서 만날 수도 있다
오름에 들어서면 커다랗게 ‘앞오름’이라고 쓴 돌로 된 안내판과 만난다. 앞오름, 압오름, 아보름이라고 불린다. 산 모양이 둥글고 마치 어른이 앉아 있는 모습 같다고 아부악(亞父岳, 阿父岳)으로 표기한다. ‘아부’는 제주말로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사람을 뜻한다. 초입에서 1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역시 풍경이 끝내준다. 억새 가득한 가을날이면 한라산 일몰이 멋들어지게 떨어지는 것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올라가는 길이 짧고 분화구 주변 길이 부드러워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좋다. 곳곳에 자리잡은 말똥이 눈에 띈다. 오름에서 바라보는 풍경 뿐 아니라 오름 화구 내의 삼나무 숲도 좋은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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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저지오름
저지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풍광 좋기로 유명한 저지오름은 부드러운 숲길로 이어져 남녀노소 모두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2007년 환경부의 '아름다운 숲' 대상에 빛난다
제주 본섬 서남쪽을 대표하는(?) 저지오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자리하고 있다. 닥몰오름, 새오름, 저지악(楮旨岳) 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마을이름과 함께 저지오름이 되었다. 옛 이름인 닥몰(닥모루)는 닥나무가 많았다는데서 유래했다. 저지마을 초입에 자리한 저지오름 휴게소에서 물이나 간식 등을 챙겨가는 것도 좋겠다. 주차도 이곳에 하면 된다.
2007년 환경부의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은 저지오름은 부드러운 숲길이 정상까지 이어져 가족단위로 찾는 이들이 많다. 높이도 239m로 부담 없다. 올레길 13코스, 14코스가 닿는 곳이라 올레와도 겹친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올레꾼도 올레리본도 반갑다.
왼쪽, 저지오름 정상 전망대. 전망대에서 동서남북으로 바라다 보이는 제주의 풍경. 낮은 오름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자리하고 바다는 배경처럼 펼쳐진다
오른쪽, 환경부 '아름다운 숲' 대상에 빛나는 저지오름. 정상에서의 풍광도 좋지만 저지오름을 채우고 있는 숲길도 매력적이다. 오름 중에서는 '산행'느낌이 강한 편이다. 초입의 휴게소에서 물과 간식을 준비하자
숲길을 채운 소나무, 삼나무 등 200종이 넘는 나무 덕분에 자연학습 생태장으로도 인기다. 정상에는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풍광 좋기로 유명한 오름답다. 저지오름 정상에서는 가장 넓게 제주를 바라볼 수 있다. 앞의 두 오름은 손에 잡힐 듯한 제주를 보여주었다면 저지오름은 약간 떨어져서 속삭이는 것 같다.
2500m가 넘는 둘레 역시 인기있는 산책코스다. 정상만 찍고 가기에는 저지오름의 숲이 아깝다. 코스 곳곳에 자리한 이곳의 생태, 식생에 관한 안내판이 알아가는 재미를 더한다. 숲이 우거져 깔때기 형태의 분화구를 제대로 볼 수는 없는 게 아쉽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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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주도에 가볼곳이 넘 많네요~~~
우리 나라 어느 곳이든 가볼곳이 너무 많아
언제 해외여행 해볼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