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에 대하여
최근 중국의 교과서에 그간 동북공정의 결과물이 기재되었다는 기사가 실리면서 동북공정에 대한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매스컴들은 이때다 싶어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또한 정부의 대응도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과연 동북공정이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분석하는 기사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분석이라고 해야 북한 정권의 붕괴 시 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겠다는 정도의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직은 중국의 의도를 명백하게 밝혀 분석한 자료를 찾기 힘들다.
어쨌든 중국이 왜 과거의 역사까지 조작하면서 만주에 대한 영유권을 확고하게 할 필요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지 않으면 우리의 대응도 겉돌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외교적 대응도 감성적 대응도 아닌 중국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네티즌은 중국 공산당이 중화 민족에 대하여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중화민족은 한족(漢族)을 주체로 하고 55개 소수민족을 포괄하는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민족이다. 학문적으로, 근대 서구 국민국가 형성에 있어서 민족주의는 주요한 역할을 하였고, 그러한 민족주의를 통해 형성된 국민의 통합이 국민국가의 기초가 되고 있다. 중화민족은 이러한 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 새롭게 창조된 개념이다. 이것은 흡사 British가 English를 중심으로 Welsh, Scottish, Irish 일부가 포함된 것과 유사하다. 우리가 영국인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British이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관념을 독특하게 구체화하여 그것을 계서적繼序的 개념으로 만들었다. 즉, 중화민족에 해당하는 것을 ren(人)으로, 중화민족의 구성요소는 zu(族)으로 개념화 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인은 족의 상위 개념이다. 즉,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인은 이제 한족이라 불린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인(韓人)들은 이제 더 이상 조선인도 한국인도 아니다. 그들은 중화민족의 일원인 것이다.
영어로 번역도 Chinese nation(중국인, 중화민족), Han nationality(漢族)으로 달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인'의 개념이 단순하게 국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민족의 개념을 포괄하는 것이다. 즉, 일반 민족을 넘어서는 상위 민족 개념에 중화민족이 있는 것이다. 많은 조선족은 자신을 중국인 혹은 중화민족이라 한다. 그리고, 조선족이라 한다. 이것은 49년이래 78년 개혁 개방 전까지 30여 년간 고립된 채로 진행된 중국의 민족정책의 현실인 것이다. 모든 것은 이러한 민족과 국적이 혼재되고 새롭게 규정된 중화민족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티벳 문제의 근원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조선족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선언은 동북공정이 중국민족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일단 동북공정의 목적을 내부결속을 위한 작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더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수많은 욕구들이 분출되는데 그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소수민족들의 독립요구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러한 것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중국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심각한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소수민족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곳으로 티벳과 신장성의 이슬람지역 그리고 만주의 조선족 자치구를 꼽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중국공산당의 선언은 분명 앞의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도 앞의 세 지역은 중국분열의 뇌관과도 같은 곳이다. 언제라도 조건만 충족된다면 특히 티벳은 곧 독립을 요구할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결국 이 지역을 확실하게 중국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 역사를 통하여 만들자는 것이 중국의 생각인 것이다. 역사를 통하여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포괄적 개념의 중국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동북공정도 이러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보면 중국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한국이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마저 남한에 흡수 통일되고 나면 만주에 있는 조선족이 동요할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중국이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티벳, 신장의 위그루 자차주, 조선족 자치주 어느 한곳에서 독립의 요구가 발생할 때는 이 불길을 최소한 세 곳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1909년에 체결된 일본과 청나라와의 간도협약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나면 백두산을 포함한 간도지역에 대한 영유권 문제가 바로 제기되기 때문에 영토분쟁이 싹을 끊어버리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성화를 백두산에서 채화한 것도 세계에 간도가 중국의 영토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네티즌이 이러한 상황이라면 조선족을 우리의 동포로 인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미국이나 일본의 한국민족을 "재미동포"나 "재일동포"로 인식하면서 중국동포를 "조선족"으로 인식하는 상황이라면 "재중동포"는 곧 중국의 한 구성원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은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인한 후 해야할 것이다. 이미 정부도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정도의 정보는 정부도 이미 지니고 있을 것이며 우리들 보다 더 깊고 다각적인 검토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본인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일차적인 목적이 내부단속을 위하여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조선족 자치주에서는 한글과 병기하던 안내판들이 중국어로만 쓴 것으로 교체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중국은 동북공정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한 징후는 국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많은 중국동포들이 자신의 조국을 중국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역사책도 바꾸고 안내판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다음부터이다. 일차적인 목적이 달성된 후 그 진행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모른다. 내부단속이 완료되었다고 판단되면 중국은 본격적으로 북한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북이 통일되고 나면 간도에 있는 중국동포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그리 편치 않게 된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북한과 남한이 통일되기 전에 북한을 자신의 변방으로 흡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역사적 근거이다.
이러한 문제가 노골화되는 부분은 지금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얼마 전 기사에 중국은 "한반도 북쪽이 역사적으로 자신의 영향권 하에 있었다."고 발표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논리는 곧 북한에 대한 지배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 비약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다음의 경제대국이다. 또한 이제까지의 중국이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나 지금 중국이 행하고 있는 제삼국에 대한 선심외교의 방향으로 볼 때 중국의 논리가 먹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는 결국 강대국의 논리에 의하여 지배당한다. 이러한 점을 상기할 때 동북공정에서 나오는 논리들이 앞으로의 우리 민족의 사활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동북공정의 추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고, 우리의 대응논리를 분명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동북공정의 진행상황을 전시작전통제권과 연계시켜볼 때 작통권의 문제도 단순히 지금 우리가 환수받을 능력이 "있느냐" 또는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만일 급속히 북한이 붕괴되어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준 전시상황으로 전개될 때 만일 중국이 자신의 영토라는 논리로 북으로 진주한다면 그 때 우리의 뜻대로 군을 북으로 진주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와도 깊게 관련이 있다.
어쨌든 지금 우리의 주변 정세가 우리에게 그리 우호적으로 변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역사왜곡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중국의 변화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중국동포에 대한 문제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미 재외동포법 발의 때 중국정부가 내정간섭이라는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현재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조금만 노력하여 찾아보면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중국동포를 우리 민족의 일원으로 여기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지원을 통하여 중국의 <조선족>이 배달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