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 입는 카키색 반바지가 보이지 않아
아내에게 어디 있느냐 물었더니 깨끗하게 세탁된 반바지를 장롱에서 꺼내준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데 어디 가느냐? 묻기에
화단 잡초 뽑으러 간다했더니 따라 나선다.
잡초는 없다던데 시골에서 자랐던 내 눈에는 잡초가 많이 보인다.
잡초의 기세에 짓눌려 백합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잡초는 꽃잔디며 철쭉이며 국화며
원추리까지 기를 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밭에 채소를 심고 남은 곳에는 무엇을 심을 것인가
오순도순 상의를 하면서 잡초를 뽑다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장로님이 합세를 하신다.
정자 아줌마는 뽑아 놓은 잡초를 치워준다.
이제야 화단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잡초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았던 꽃들이
이제야 뿌리를 힘차게 내릴 것 같다.
서재 뒤에 있는 화단에는 코스모스를 심어 놓을까…,
아니면 국화를 가득 심어 놓을까.
코스모스는 산들산들 가는 허리로 유혹을 할 것이고
국화는 그윽한 향으로 유혹을 할 것이다.
아무려면 어떠랴~
무엇을 심던지 잡초는 뽑아내고 꽃을 심어야겠다.
누구라도 아름답다 불러줄,
아무라도 향기가 좋다고 다가설 꽃으로 말이다.
어느새 서산엔 해가 기울고 있다.
오늘 같은 날 궁평항에 가면 낙조가 참 아름답겠다.
밀레의 만종이 생각난다.
첫댓글 집에서 바라보는 낙조도 아름다울 때가 있지요.. 내 마음이 아름다울 때
하모~ 맞아요~
뭘 심어도 좋을 듯 하네요~~ 사랑과 수고와 기쁨이 가득한 고민을 하시니~듣기만 해도 즐겁네요..
^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