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 콘크리트는 군데군데 깊숙하게 패이고
별관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은 낡아서 이빨이 빠졌다.
손을 봐야 하는데...
마침 매제가 일을 가지 않는 다고 하니 오라고 했다.
미장공인 매제는 조수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작업할 부분을 설명하며 의견을 나눴다.
참 더운 날씨다.
오후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지인이다.
지인의 아버님이 소천되셨단다.
내가 투병 생활할 때
이발 가위와 기계를 가지고 오셔서 날 의자에 앉혀 놓고
서툴지만 멋들어지게 이발을 해 주셨던 분이다.
족보로는 할아버지뻘 된다.
나머지 일을 지시해 놓고 서둘러 영안실을 찾아 간다.
피서를 가느라 많이 빠져 나갔다는데
여전히 도로는 막힌다.
문상을 하고 상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7년만에 만나는 지인도 있다.
누가 그랬다.
예수쟁이랑 비예수쟁이랑 함께 만나려면
상갓집 가야 만날 수 있다고...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시간, 더 나누고 싶은 사연들 뒤로하고 일어선다.
부지런히 달려 집으로 오니 작업을 마무리 하고 있다.
내일까지 해야만 마무리가 된단다.
조수로 오신 분의 일당만 달란다.
8만원이란다.
이렇게 조수로 따라다녀도 일당이 제법 되는데...
어째든 일감이 많고 일거리가 많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
말이 옆으로 샜다.
삶이란게 허무한 것 같지만
꼭 그랗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하루다.
벌써 저녁 8시가 넘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