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에 잠긴 국보(國寶), 울산 반구대 암각화 》
국보(國寶)는 나라에서 으뜸가는 문화유산을 말한다. 국보급 문화유산의 가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모두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런데, 국보급 문화유산이 1년 중 8개월 동안 물에 잠겨 부식되고 훼손되어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문화유산 복원과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 때에, 물에 잠긴 국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우리의 문화의식도 물에 잠긴 것은 아닐까?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기억하세요?
물에 잠긴 국보 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 절벽(높이 3m, 너비 10m)에 선사시대의 사냥 모습, 육지와 바다의 동물, 그물․배 등 총 75종 300여점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 그림은 우리민족의 기원과 문화원형을 보여주며 그림의 표현력이 뛰어난 점, 그리고 육상․해상 동물이 모두 새겨진 희귀한 유물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최고의 미술품이자 문화유산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사교과서에서 동물을 사냥하는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 암각화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친근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그림 1] 울산 반구대 암각화 선면 모습(전체)과 실제 부분 모습(원형) - 임세권, <한국의 암각화>, 대원사 참조
울산시 수몰된 암각화는 방치, 관광사업만 추진
1965년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 상류에 사연댐을 건설하면서 반구대 암각화는 물에 잠기게 되었다. 이후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암각화 수몰과 대곡천 수질오염 등으로 암각화 보존 대책을 촉구하였다. 또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반구대 암각화 이외에 대곡천 상류지역의 천전리 암각화를 포함하여 대곡천 주변 문화공간을 사적지로 지정하여 세계유산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반구대와 주변 일대가 세계유산으로서 탁월한 세계적 가치(OUV)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댐 수위를 낮추어 물에 잠긴 암각화를 구하고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요구는 울산시로부터 거절당했다. 댐 수위를 낮추면 8만2천t의 물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대신에 반구대 암각화에 영구적인 물막이 벽을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부족한 물은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공급받는 15만t에서 25만t으로 늘이면 가능하며 하상여과․용현하천처리․빗물저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울산시의 부족한 물을 확보할 수 있고 물에 잠긴 암각화를 살려낼 수 있는 의견이 있다.
한편, 2001년부터 울산시는 암각화 주변 관광자원화 사업을 위해 2002년부터 국고로 180억원을 투입시켜 암각화 주변 도로 정비와 전시관 건립 등을 추진해 왔다. 울산시는 관광사업을 위해 도로를 만들고 전시관을 짓고 있지만, 정작 반구대 암각화는 물속에 잠겨 있다. 그리고 반구대 앞에 물막이 벽을 세운다는 계획은 반구대 주변 문화경관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결국, 암각화 보존은 등한시 하면서 박제화 시켜 관광 상품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그림 2] 대곡천 주변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주변 유적지 분포도 & 반구대 실제모습(좌상 부분) - 임세권, <한국의 암각화>, 대원사 일부 참조
: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 주변에는 많은 유물, 유적지가 발견되었다. 반구대 암각화 바로 위편에는 천전리 암각화가 있다. ※ 노란색 부분은 유적지 유물 출토지 표시
반구대 암각화를 살리는 길, 의지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화유산 정책은 얼마 전까지 개발논리에 밀려서 경제적 이득을 위해 문화적 가치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관광과 문화유산 상품 개발을 위해 문화유산을 함부로 활용하고 박제화 시켜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경우가 적잖이 많다. 곳곳에서 역사문화의 중요성을 외치고 각종 문화이벤트 행사를 열고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의미와 원형보존, 그리고 문화유산을 통해 삶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한 사례가 된다. 울산시에서도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직면하고 있지만 다른 대안을 찾기보다는 쉽게 해결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관광사업’이라는 눈앞의 이득에는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유산은 잘 보존하고 가꾸어서 후손에게 물려줄 미래자산이다. 문화유산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함부로 문화유산을 사용하고 훼손시킨다면 후대에 비쳐진 지금의 모습은 어떠할지 분명하다.
더 이상 개발논리와 관광 수단화, 무의미한 이벤트 행사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문화유산 올바르게 보존하고 문화 가치를 높일 수 없다. 물려받은 문화혜택을 후대에 잘 물려주는 배려와 책임이 필요하며 문화유산의 보존과 가치를 향상시키려는 사회적인 문화 풍토 조성과 우리의 의지가 필요하다.
반구대 암각화를 물속에서 건져 올리는 일은 울산시와 문화재청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의지와 책임감에 달려있다.
첫댓글 지금 현재 반구대 암각화는 3월말과 4월초에 볼 수 있습니다. 물줄기가 말라서 해설사 인솔하에 천을 건너가서 볼 수 있습니다. 그 전후에도 볼 수 있지만 3월말과 4월초가 가장 가깝게 볼 수 있습니다. 날씨도 바쳐주어 잘 보입니다. 그러나 5월달이 지나가면 물에 점점 잠기게됩니다. 7~8월이면 가득 잠기게 됩니다. 반구대 암각화 김태관 해설사분께서는 항상 상주하시면서 해설을 하시고 계시는데, 이분 또한 안타까워 하시고계십니다. 여하튼 지금의 모습이라도 잘 보호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고생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