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으로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같은 단어를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여 오해나 혼란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위염인데 의학용어로서의 위염과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위염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
위염은 원칙적인 정의로는 위점막에 염증세포가 있는 상태로 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소견에 관한 용어다. 위내시경이나 위장관 조영술을 시행하면서 위점막에 발적이나 위점막의 불규칙한 변화가 관찰되었을 때 위점막에 염증세포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위염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 후 의사가 환자의 증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검사 없이도 위염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게 되었고 환자도 속쓰림, 복부팽만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신문이나 건강잡지를 읽다 보면 "위염은 병이 아니다", "위염은 암보다 잘 낫지 않고 보험재정 악화에 주범이다" 라는 모순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헬리코박터에 감염되면 100%에서 위염(현미경적 소견)이 발생하고 우리나라 인구에 80%가 헬리코박터에 감염되어 있으므로 이것은 병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태라는 의미로 "위염은 병이 아니다" 라는 글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 배가 아프면서 생기는 다양한 증상을 위염으로 사용하였을 경우 모든 위장병의 누명을 위염이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럼 이제 위염의 현미경적 소견과 내시경소견, 유발인자를 근간으로 한 분류법에 따른 원인과 증상 및 치료법 그리고 위염을 예방하기 위한 바람직한 식습관에 관하여 알아 보자.
위염은 크게 발생시기에 따라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 위염과 오랜 기간 서서히 발성하는 만성 위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급성 위염은 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두통약, 생리통약, 해열제 등등), 항생제, 철분제 등 약물이나 세균감염, 그리고 독주,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스트레스, 커피, 담배 등에 의한 위점막 자극에 의해 발생된다. 또한 외상이나 화상, 패혈증 등에 의해 위점막에 혈류가 감소한 직후에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염증에 의해 위점막이 떨어져 나가 미란, 출혈 등이 발생하는데 진행되면 위궤양이나 위천공에 의한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은 주로 명치부분이나 오른쪽 늑골 아래에 찌르는 듯하거나 쪼아내는 듯한 통증이 갑자기 발생하고 속쓰림, 소화불량 등이 흔히 동반되지만 치료 후에는 수 일 내에 갑자기 증상이 없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위염 자체만을 진단하기 위하여 위내시경검사나 위장관 조영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 위암 , 위림프종 등과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으므로 감별진단을 위해 이러한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위암이 흔한 지역에서는 위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일단 약을 먹어보고 증상의 호전이 있으면 위염, 호전이 없으면 위궤양이나 위암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상황을 보고 나중에 내시경을 시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치료에 대한 반응과 병의 종류와는 연관이 없고 위암인 경우에도 궤양치료제 복용 후 증세의 호전이 있어 검사를 반복적으로 미루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급성 위염의 치료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며 제산제, H2수용체 차단제, 항콜린제, 프로톤펌프 억제제, 프로스타글란딘 피폭제 등 위산분비를 억제하고 위점막 혈류 개선을 개선하는 소화성궤양 치료제를 사용한다. 헬리코박터에 의한 감염의 경우는 항생제를 사용하여 박멸하여야 한다.
윈인을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 만성위염으로 진행한다. 약물이나 세균에 의한 경우는 단기간에 원인을 제거하기가 용이하나 생활습관에 의한 경우(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는 원인을 제거하기가 어렵고 재발이 흔하다.
생활습관의 개선의 기본은 금주, 금연, 규칙적인 운동 및 식사로 요약된다. 생활습관의 개선은 누구나 알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하는데 매우 힘이 들어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므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만성 위염은 급성 위염의 원인 인자를 제거하지 못해 위점막에 염증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로서 기간이 오래되면 위점막이 위축되고 위세포들이 장세포로 변화하게 되어 위축성 위염, 위형 화생 등으로 진행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위암의 발생이 증가하므로 주기적인 내시경 관찰이 필수적이다.
만성 위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위 내에 살고 있는 헬리코박터라는 균이다. 이에 관하여서는 앞 장에서 따로 자세히 다루고 있어 생략하겠다. 만성신부전, 간경변, 동맥경화,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심부전 환자 등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만성, 급성 위염이 호발하므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증상은 복통, 복부팽만감, 복부 불쾌감, 구역, 구토, 식욕부진, 체중감소, 속쓰림, 트림 등이 나타나는데 무증상인 경우도 적지 않다. 급성으로 악화상태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고 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 등이 증상을 악화시킨다.
만성 위염은 내시경 소견에 따라 위 점막이 부풀어오른 듯한 발적이 불규칙적으로 분포한 표재성 위염, 위 점막이 얇아져서 위 벽의 혈관이 비쳐 보이는 위축성 위염, 위점막이 회백색의 오돌도돌한 모양으로 변해있는 화생성 위염, 위 점막주름이 두꺼워져 있는 비후성 위염 등으로 구분된다. 그 외 드물게는 위절제술 후 발생하는 위축성 위염, 호산구의 위벽 침윤에 의한 호산구성 위염, 결핵이나 거대세포 바이러스에 의한 위염, 크론병의 위 침범에 의한 위염 등이 있다.
표재성 위염의 경우 상복부 통증, 무겁고 눌리는 듯한 느낌, 구역감 등 소화성 궤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고 위축성 위염이나 화생성 위염인 경우는 위산 분비가 감소되어 속쓰림이나 복통보다는 복부 팽만감, 복부 불쾌감, 체중감소 등이 흔하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원인이 된다고 추측되는 알코올, 카페인 등이 들어 있는 음료, 향신료, 자극적인 음식, 항생제, 아스피린 등의 약물 섭취를 피하고 증상이 있는 경우 표재성 위염에서는 소화성 궤양에 준하여 약물사용을 하고 위축성 위염에서는 점막 보호제, 소화관운동 기능조정제가 사용되고 경우에 따라 지나친 스트레스를 관리를 위해 신경안정제가 병용되기도 한다.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약물 요법이 필요하지 않으나 위산감소로 인하여 철분, 비타민 흡수에 장애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부족한 경우 철분, 비타민 등의 보충이 필요하고 위암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기적인 위내시경검사가 필요하다. 호산구성 위염, 결핵에 의한 위염, 거대세포 바이러스에 의한 위염, 크론병의 위 침범에 의한 위염의 경우는 각 질환별로 특별한 치료를 요한다.
만성 위염의 예방은 급성 위염의 확실한 치료 및 생활습관 개선이다. 많은 환자들은 "술, 담배를 끊으시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십시오" 라고 하면 씩 웃으면서 그건 아는 거고 특별히 좋은 음식, 가려야 하는 음식이 무언지 등으로 화제를 전환한다. 음식은 특별히 제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음식에 신경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만 속쓰림이 심한 경우 겨자, 후추 등의 자극성 향신료나 커피, 홍차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위염은 바른 생활습관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위염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적절한 약물을 투약한다면 쉽게 치료되며 만성위염, 위암 등으로의 진행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증상이 심할 때만 약물을 복용하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완치가 불가능한 병으로 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