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카발로... 오페라 '
팔리아치' 중 '의상을 입어라 (Vesti la giubba) '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1857 ~ 1919)
작곡·대본 : 레온 카발로
초연 : 1892. 5. 21. 밀라노
때 와 곳 : 1860년대의 성모 성천제의 날, 이탈리아의 한 마을
Jose Cura / Tenor
- 배경 -
판사였던 레온카발로의 아버지가 직접 담당했던
몬탈로푸고라는 작은 시골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에서 취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격렬하고 정열적인 대사와 멜로디는
뛰어난 극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2막에서의 극중극 형식 역시 레온카발로의
천재적인 재능을 입증해 보이는 부분이며
숨돌릴 여유조차 없는 긴박한 마지막 장면은
보기드문 드라마틱한 파워가 발휘되는 명장면이다.
혈기가 왕성한 남이탈리아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팔리아치' Pagliacci는 이보다 앞서
1889년 손초노 Sonzogno음악출판사의
단막오페라 현상 공모에서 1등 당선돼
이듬해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둔 1막의
오페라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1945)의 작품
'카발레리라 루수티카나' Cavalleria Rusticana와 함께
Cav/Pag 라는 이름으로 1백년 이상 짝을 이뤄 공연돼 왔다.
이 이름은 두 작품의 머리글자에서 딴 것이다.
이 두 작품은 우선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에서는
낭만주의 작품을 탈피하고 보다
현실적인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표현하자는
현실주의자들에 의해 베리스모 운동이 벌어지게 된다.
낭만주의 오페라가 신화나 영웅담으로 상징되듯이
비현실적 테마를 즐겨 취급한 데 대하여
베리스모 오페라에서는 일상생활적인 사건,
인간이 지닌 추악상이나 잔학성 등이 솔직히 표현하고 있다.
그림은 1892년 밀라노 손초노 음악출판사가 펴낸
팔라치아 초판의 표지
두 작품은 베리모스 오페라의 대표작이라는 점 외에도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주요 사건이 질투에 의한 살인이라는 점,
그리고 삼각관계의 교묘한 설정,
서정적인 간주곡, 활기찬 합창들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주의적인 강렬한 인상은 두 작품을 같이
감상함으로써 더욱 뚜렷이 남는다.
재미있는 것은 항상 Cavalleria Rusticana가 먼저 공연되고
Pagliacci가 나중에 공연되는데
이는 Pagliacci의 마지막 대사가
"이것으로 연극이 끝났습니다"로 마무리 되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고 있다.
줄거리
서 막
막이 오르기전에 광대 토니오가 나타나서 말을 한다.
"광대도 사람입니다. 피도 살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광대의 연극도 결코 헛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어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비바체의 음향에 맞춰 막이 오른다.
제1막
몬탈토 마을의 거리에서는 저녁 공연을 위해
배우들이 무대 의상을 입고 카니오가 끄는
당나귀 짐마차를 타고 마을을 두루 행진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성모 승천제를 경축하기 위해
마을이 떠들썩하다. 광대 토니오가
마차에서 내리는 네다를 도와 주겠다며 손을 내밀자,
유랑극단 단장인 카니오가 그의 뺨을 갈긴다.
그리고 어느 누구라도 제 아내에게 흑심을 품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경고한다.
네다는 그의 아내였던 것이다
카니오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끌려 술집으로 가면서
아내 단속을 잘 해야 겠다는
사람들의 주의에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내말을 믿게나, 농담 따위는... 재미 없다네…"
이 때 교회 종소리가 울려오며
유쾌한 '종의 합창'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불린다.
홀로 남은 네다가 그 유명한 발라텔라
'새의 노래'를 쾌활하게 부른다.
토니오는 네다를 향한 자신의 불타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비틀거리면서 더듬더듬 사랑을 고백한다.
네다는 토니오를 희롱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랑하는 심정을 계속 늘어놓으면서
강제로 키스하려고 한다.
놀란 그녀는 채찍을 휘둘러 쫓아 버린다.
다시 혼자 남은 네다를 실비오가 발견한다.
실비오는 그녀의 구혼자로서, 그의 열렬한
사랑의 세례로 인해 그녀의 마음은 쉽게 무너지게 된다.
그들은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말해주세요'라는
감동적인 2중창을 부른다. 그리고
그들은 저녁 공연이 끝난 직후 함께 달아나기로 약속한다.
그 때 앙심을 품은 토니오에게 이끌려온 카니오가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격노한 카니오가 단검을 빼어들고 실비오를 쫓아가나
그는 벌써 담장을 넘어 달아나 버린다.
씩씩거리며 돌아온 카니오가 제 아내에게
그 자의 정체를 대라고 사납게 몰아 붙인다.
끝내 네다가 이를 거부하자 그는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한다.
토니오와 베페가 그런 그를 붙들어 말리고,
베페는 그런 그를 그녀의 천막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공연 준비를 시킨다.
제1막의 마지막 곡으로 아리아인
'의상을 입어라 Vesti la giubba'를
카니오가 비탄에 잠겨 부른다. "웃어라, 광대여.
마음이 괴로워서 연기와 대사를 분간 못해.
그래도 웃어라… 비록 그대의 가슴이 찢어질지라도…
토니오는 마을사람들이 많이 관람하도록 하기 위해
커다란 북을 친다.
관중들이 자리잡고 장내는 기대로 술렁인다.
네다는 탬버린으로 입장료를 걷으며 슬며시 실비오에게 다가가
카니오를 조심하라고 속삭인다.
그 때 작은 무대의 막이 오르며 연극이 시작된다.
콜롬비나역을 맡은 네다는 그녀의 연인인 하를레킨이
도착하기를 조바심내며 기다린다.
그녀의 남편 팔리아치가 타데오처럼 나가버린 후,
그녀는 창문 아래서 하를레킨이 부르는 호색적인 세레나데를 듣는다.
그러나 그때 타데오 역 을 맡은 토니오가 들어와
실제로 했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는 예전과 같이 경멸적으로 거절당한다.
하를레킨이 때마침 도착해,
타데오를 발길로 차 내쫓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네다와 함께 포도주를 마신다.
하를레킨은 팔리아치가
그들의 야반 도주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수면제를 가져왔다.
마을사람은 이 장 면에서 가장 흥미진진해 한다.
그러나 갑자기 팔리아치가 무대위로 돌아오게 되고
그의 아내가 떠나가는 하를레킨을 부르면서
오늘밤에 사랑해요. 영원히 저는 당신 것입니다 라고 하는 말을 듣는다.
팔리아치 역을 맡은 카니오는 연극인 줄 알면서도
이 상황이 마치 현실인양 매우 화가 치밀었다.
그는 급기야 현실과 연기를 분간 못하고 광대의 옷을 찢으며
'이젠 광대가 아니다 'No! Pagliaccio non son' 라는
극적인 아리아를 부른다.
그리고는 네다를 붙잡고 애인의 이름을 대라고 위협한다.
그녀는 이런 와중에도 공연을 계속하려고 노력하며
공포에 질린듯 작은 목소리로 '
당신이 그렇게 비극적인 사람인줄 몰랐어요' 를 노래한다.
카니오는 칼을 잡더니 순식간에 네다를 찌르고 만다.
그녀는 실비오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치지만
그 역시 네다의 곁에 오자마자 칼에 찔린다.
네다는 실비오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고 실비오 역시 죽는다.
관객들은 혼비백산하고 카니오는 실신한 사람처럼 소리친다.
웃어라, 광대여, 웃어라 카니오는 다시 넋이 나간 듯 칼을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청중들을 향해 떠듬떠듬 큰 소리로 외친다.
"이것으로 연극이 끝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