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스님들로 구성된 자비나눔실천도량 ‘나누우리’의 행보가 일취월장이다. 나누우리는 지난 1월 서울 은평구청에서 희망나눔의 제1회 작은음악회를 연데 이어 지난 4월 27일 진안 마이산 탑사에서 제2회 희망나눔 자선 산사음악회를 큰 규모로 연 것이다.
나누우리(이사장 근아 스님)와 니르바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 미디어붓다가 공동주최하는 두 차례의 희망나눔 음악회를 통해 나누우리에 동참하는 후원자들이 급증하는 등 나누우리는 음악회 즉, 문화가 있는 나눔마당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불교나눔운동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문화적 행사와 거리가 있었던 태고종 소속 스님들이 고급 클래식 음악을 하는 니르바나필과 손을 잡고 연 4회 정기연주회를 갖게 된 것은 획기적인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고종 하면 늘 영산재 등 전통불교음악만 연상시키는 것이 통례였지만, 과감하게 서양 클래식을 수용함으로써 동서문화의 균형은 물론 태고종 문화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현재 나누우리에는 200여 태고종 소속 스님들이 회원으로 동참하고 있어 종단내 최대 스님들의 모임이 되었다. 나누우리의 태동 목적이 자비를 나누는 실천모임이지만 태고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님들 200여 명의 모임이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마침 오는 6월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인지 이날 마이산 탑사에서 열린 나눔음악회에는 태고종 총무원장과 종회의장 등 종단 수뇌부가 대거 동참했다. 한 때 태고종 총무원이 입주해 있는 전승관에 사무실을 두었다가 방을 비워줘야 했던 것에 비교하면 새옹지마가 따로 없는 셈이다.
전북 진안 마이산탑사에서 열린 제2회 나누우리 희망나눔 자선 산사음악회에서 전북대학교 전통무용단이 삼고무 공연을 하고 있다.
제2회 자선음악회가 열린 마이산 탑사에는 마침 토요일 휴일이고, 벚꽃이 막바지인 터라 수많은 관광객과 참배객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쳔혜의 경관에다가 사람의 솜씨로 믿기 어려운 탑들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탑사의 절경에 놀라고, 이 산사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리허설)를 들으며 두 번 놀랐다. 다투어 나누우리 회원들이 들고 서있는 성금함에 작은 정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전북대학교 전통무용단과 전북도립 무용단의 승무, 베를린국립음악대학원 바스니스트 이소율과 한양대 테너 이계향의 리허설 연주를 들으며 경내를 빼곡이 채운 인파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탑사 앞마당에 설치된 노천극장에서의 오전 리허설은 어쩌면 오후 2시 20분부터 열린 본행사에 앞선 1부 음악회와 다르지 않았다.
탑사와 나누우리가 오랜 시간, 온갖 정성을 들여 마련한 ‘불우환아돕기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제2회 희망나눔 자선 산사음악회’ 본행사는 그러나, 돌연 쏟아져 내리는 봄비로 차질을 빚었다. 이미 리허설에서 훌륭한 연주를 들었으니, 봄가뭄을 해소하고 만물이 소생하도록 하기 위한 생명의 봄비가 더 중요하다는 하늘의 뜻인 듯했다.
탑사 주지 진성스님이 대법고를 치며 음악회의 시작을 산하대지에 알리고 있다.
탑사 주지 진성스님이 송영선 진안군수에게 진안군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백미 1000킬로그램을 전달하고 있다.
봄비 치고는 제법 굻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탑사 주지 진성 스님의 대법고 연주로 음악회가 시작됐다. 웅장한 법고 소리는 산천을 깨우고 그곳에 사는 무수한 생명들에게 참진리의 생명음을 들려주었다. 법고 소리 우렁찰수록 비례해서 빗소리도 굵어졌다. 인공의 소리와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져 또한 환상의 하모니가 되었다. 전북대학교 전통무용단의 삼고무가 음악회를 힘차계 열었고, 나누우리 이사장 근아 스님이 무대에 올라 음악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보리심이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착한 근기를 널리 증장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 근아 스님은 “오늘 개최되는 제2회 희망나눔 자선 산사음악회가 이러한 부처님의 크신 뜻을 불교문화를 통해 일깨워주고 모두가 부처님의 자비정신과 보시사상을 실천하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되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마이산탑사의 회주 혜명 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마이산 탑사와 전주 실상사 신도회 나누우리 봉사단에서 주관하는 제2회 자선 산사음악회에 동참한 사부대중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자비와 보시는 나와 남이 함께 기쁨을 얻는 길이며 나와 이웃과 사회가 더불어서 행복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제2회 나누우리 희망나눔 자선 산사음악회가 열린 전북 진안 마이산 탑사의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
음악회를 격려하기 위해 특별히 탑사를 찾은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 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그동안 사단법인 나누우리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대승보살도의 실천이념 아래 지구촌 곳곳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데 종교와 지역, 국경을 초월하여 많은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높이 평가한 후 “이번 탑사에서의 자선음악회를 통하여 나누우리의 사업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우리 사회에 희망과 나눔의 따뜻한 메시지기 더욱 높이 그리고 멀리 확산되기를 축원한다”고 격려했다.
송영선 진안군수도 “오늘 산사음악회에 내리는 봄비는 생명의 비이며 감로의 비”라며 “여러 고승대덕과 불자님들, 그리고 관광객들의 진안방문을 환영하며, 특히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의 바탕인 한국불교에서 이렇게 대한민국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동체가 되도록 큰 길을 활짝 여는 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감사해했다.
이날 나누우리 이사장 근아 스님은 진안군 선정 환우 아동인 임도훈 어린이 환아 부모에게, 그리고 탑사회주 혜명 스님은 암다혜 어린이 환아부모에게 각각 치료비를 전달했다. 이어 탑사 주지 진성 스님이 송영선 진안군수에게 진안군 불우이웃에게 보낼 백미 1,000킬로그램을 전달했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지면서 이날 음악회는 아쉽게 도중에서 마무리되었지만, 참석자들과 관람객들은 행사 주최측에 아낌없는 성원과 박수를 보냈다. 출연진의 아름다운 공연과 연주를 다 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국불교태고종 종도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보살행의 감동은 이 아쉬움을 덮고도 남았던 것이다.
밤낮없이 음악회를 준비해온 탑사 주지 진성 스님에게 참석자들은 일일이 찾아가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이 장면을 바라보는 동참자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봄비와 함께 흘러내리는 감동의 눈물은 이내 땅으로 스며 대자연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로수가 되었다.
나누우리와 니르바나필이 주최한 제2회 희망나눔 자선음악회는, 봄비 내리는 가장 아름다운 산사에서 열린 가장 아름다운 음악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