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는 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사람들이 몰려든다.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녹여줄 온양온천 때문이기도 하지만, 온천만큼이나 뜨끈뜨끈한 맛집들이 포진해 있다. 3대가 정성과 고집으로 지켜온 구수한 청국장정식, 27년 노하우로 우려내 진한 국물이 일품인 진곰탕, 단돈 3,000원에 면발의 감동을 담은 칼국수 한 그릇까지, 겨울이라 더 맛있는 집이 수두룩하다.
온천보다 뜨끈한 맛집들이 수두룩
구수한 청국장을 만들어온 3대 고집, 온양청국장집
온양관광호텔 맞은편에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밥집이 있다. 냄새 없는 청국장으로 소문이 자자한 ‘온양청국장집’이다. 여러 차례 TV에도 나왔고, 이름난 연예인들 단골집이기도 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와락 반긴다. 흔히 청국장 하면 떠오르는 쿰쿰한 냄새와는 다르다. 구수한 냄새에 갑자기 배가 고파온다. 자리를 잡고 앉기가 무섭게 이 집 최고의 인기 메뉴라는 청국장보쌈정식을 시킨다.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청국장보쌈정식 한 상
아들이 나무를 손수 깎아 만들었다는 투박한 상에 맛깔스러운 찬들이 차려진다. 무생채, 깻잎장아찌, 시금치무침, 동치미, 미역줄기볶음, 양배추찜, 손두부까지 10가지가 넘는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소박한 반찬들이지만 맛은 범상치 않다. 시골 외할머니가 차려낸 딱 그 맛이다. 상 위에 올라온 반찬들은 미역이나 멸치 등 몇 가지를 빼면 대부분 농사지은 것으로 만든다. 두부도 아침마다 직접 만들어 고소하다.
배고픔을 못 참고 반찬 맛에 빠져 있을 때, 드디어 청국장이 등장한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을 냉큼 한 국자 떠서 후후 불어 맛본다. 구수하고 개운한 맛이 추위에 지친 몸을 확 사로잡는다. 숟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야들야들하게 삶아진 수육과 천생연분이다.
[왼쪽/오른쪽]장작불에 7시간 삶아내 3일 동안 정성껏 띄운 청국장 / 야들야들 삶아진 수육
냄새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이 집 청국장의 비밀을 파헤쳐봤다. 온양청국장집이라는 간판을 내건 것은 1991년이지만, 사실 어머니가 청국장집을 시작한 건 47년 전이다. 어머니가 하시던 전통 방식 그대로 지금은 아들이 청국장을 띄운다.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7시간에 걸쳐 콩을 삶는다. 콩을 삶는 7시간 내내 저어주는 노고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콩을 삶을 때 뽕나무를 넣는 것은 이 집만의 독특한 비법이다. 뽕나무는 당뇨나 고혈압에도 좋지만, 콩의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담백한 맛을 더 살려준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청국장을 띄우는 일이다. 뜨끈한 구들장에서 3일 동안 발효시키는데, 이때 온도가 청국장의 냄새를 좌우한다. 온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쿰쿰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계절마다 온도와 습도 조절에 온 힘을 쏟는다. 지금은 아들이 대를 이어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아버지가 하시던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자라서 그 정성과 맛을 고스란히 지켜내고 있다. 영업시간 09:00~21:00, 명절 당일과 다음날 휴무. 청국장보쌈정식 1만 5,000원, 청국장 8,000원.
[왼쪽/오른쪽]냄새 없고 구수한 청국장 / 청국장과 천생연분인 수육 온양청국장집 외관
3,000원짜리 명품 면발, 홍두깨칼국수
온양온천전통시장으로 가면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선 칼국수집이 있다. 주방이 입구에 있어서 줄을 서 있는 동안 홍두깨로 반죽을 밀고 국수를 삶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커다란 홍두깨로 반죽을 쓱쓱 밀고 칼로 삭삭 썰어서 펄펄 끓는 육수에 넣는 것을 보는 동안 식당으로 들어갈 차례가 돌아온다. 15개 남짓한 테이블이 꽉 차 있어 합석하는 재미도 있다.
[왼쪽/오른쪽]홍두깨로 반죽을 밀고 국수를 삶는 모습이 보이는 가게 입구 / 세 차례 반죽하고 24시간 숙성시킨 반죽을 홍두깨로 민다.
기본 메뉴는 딱 3가지. 손칼국수, 손수제비, 잔치국수가 전부다. 그런데 가격이 놀랍다. 손칼국수가 단돈 3,000원. 그것도 1년 전에 100원 올린 가격이다. 그런데 3,000원이라고 얕봐선 안 된다. 커다란 대접에 넉넉하게 담긴 양에 한 번 놀라고 맛에 두 번 놀란다. 야들야들한 면발을 후루룩 후루룩 먹는 맛이 기가 막힌다. 면발을 얇게 밀어 부드럽지만 한 그릇 다 먹을 때까지 쫄깃쫄깃함이 살아 있다.
야들야들하고 쫄깃쫄깃한 명품 면발
명품 면발의 비결은 바로 정성이다. 24시간 숙성시키는 동안 세 차례 반죽을 거친다. 흔히 쫄깃한 면발을 위해 전분을 조금 섞기도 하지만, 이 집은 그런 작은 팁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원칙대로 반죽과 숙성에 온 정성을 쏟는다. 진하고 시원한 국물도 대박이다. 전남 여수에서 가져오는 멸치와 무 그리고 몇 가지 약재를 넣고 10시간 이상 우려낸다. 약한 불에 은근히 끓여내 멸치의 쓴맛이 나지 않고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난다. 칼국수 한 그릇에 마음마저 뜨끈해지면 시장 구경을 나서는 발걸음이 마냥 행복하다.
영업시간 08:30~20:00, 명절 당일 휴무. 손칼국수 3,000원, 잔치국수 2,000원.
[왼쪽/오른쪽]진하고 시원한 국물 맛도 대박 / 손수제비와 손칼국수 한 그릇이 단돈 3,000원
27년 노하우로 우려낸 진한 곰탕 한 그릇, 고려옥
아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고려옥’은 아산 사람들이 사랑하는 밥집이다. 27년 동안 곰탕 하나만을 끓여온 곰탕 달인의 집으로 진한 국물 맛이 한결같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해도 변치 않는 국물 맛의 비결은 처음 배운 전통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뚜껑도 들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가마솥에 뼈를 넣고 밤새 끓여낸다. 고기는 핏물을 세 번에 걸쳐 빼내고 삶는다. 냄새 없이 깊고 담백한 맛을 수년간 지켜온 고집과 정성이 놀랍다. 이제는 아들이 그 맛을 대물림하기 위해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다.
강산이 세 번 변해도 변함없이 지켜온 곰탕
곰탕 전문점이라 메뉴 고르기가 쉽겠다 싶은데 진곰탕, 꼬리곰탕, 우족곰탕, 도가니탕, 양곰탕, 소머리곰탕까지 저마다 매력 있는 곰탕들이 ‘짜장이냐 짬뽕이냐’를 선택하는 것만큼 어렵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진곰탕과 꼬리곰탕이다. 삼겹양지만을 사용하는 진곰탕과 특제 양념장에 찍어 먹는 꼬리곰탕 맛은 한번 먹으면 반하고 만다. 하루에 두세 번씩 담그는 겉절이와 이틀에 한 번씩 담그는 깍두기는 진한 곰탕과 찰떡궁합이다. 국물은 무한 리필이다. 아이들이 있으면 주문을 하기도 전에 국물과 밥이 공짜로 나온다. 아이들 먼저 먹이라는 주인장의 배려다. 진한 곰탕 한 그릇 먹고 나서면 차가운 겨울바람도 솜바람처럼 푸근하기만 하다.
영업시간 10:00~22:00, 명절 연휴 휴무. 진곰탕 9,000원, 꼬리곰탕 1만 5,000원.
[왼쪽/오른쪽]하루 두세 번 담그는 겉절이와 함께 차려낸 곰탕 / 전통 방식대로 가마솥에 밤새 끓여낸다. [왼쪽/오른쪽]27년 고집과 정성을 이어가는 부자 / 고려옥 외관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