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가 열여섯 살때일입니다. 명지의 가족은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경포대를 갔습 니다. 바다의 풍경을 누리면서. 너무 아름다운 나흘을 보내고 마음은 그대로 그곳에 남겨둔채 명지네는 경포대를 떠났습니다. 집으로 오는길에 폭우가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큰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사고로 명지는 다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날 이후 명지는 두개의 보조다리 없이는 몇 걸음도 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명지 하나에게만 불행이 온것이 아니었습니다. 명지보다는 덜했지만 명지의 아빠도 보조다리없이는 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명지의 아빠는 하시던 약국을 경영했습니다. 명지는 사춘기를 보내며 죽고싶을정도의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밥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기도하고 위안이 되어준사람은 오직 명지 아빠뿐이었습니다. 물론 엄마의 위로도 있었지만 그 위로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은 어찌할수 없었습니다. 정신까지 절룩 거리는 명지한테 정상적인 엄마의 위로가 아무리 크다하여도 명지한테는 아무 도움이 안됐을겁니다. 명지아빠는 명지의 맘을 이해한다고 명지는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고통을 겪기에. 명지는 땅만 쳐다보고 다니ㅡ는 아이가 되어있었습니다. "아빠. 난 다른사람들이 나를 불쌍한 눈으로 보는게 너무 싫어." "명지야. 아빠도 처음엔 그랬어.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연민이 아니라. 인간만이 가질수 있는 사랑같은거야. 그걸 알고 나서 그들의 눈빛이 고맙기까지 하더라." "아빠는 명지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어 그런데 아빠말좀 들어바 물론 아빠나 명지가 어쩌면 그들보다 더 불행할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의 불행을 통해서 다른사람이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잖아 우리야말로 다른사람들을 위로하는 거구..... 명지야. 조금만 더 견뎌.. 아빠가 네곁에 있잔아.." 명지는 사춘기를 지나 대학을 입학했습니다. 그녀의 아빠는 명지가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명지역시 아빠가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날올때 그들의 눈앞에는 아주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차가 다니는 도로쪽에는 한 어린 꼬마가 뛰어들고 있었습니다. 앞서 걸어가던.명지의 아빠는 그아이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보조다리도 없이 아이를 향해 달리고 있는 아빠를 보았던..명지는. "아빠.? 명지의 물음을 뒤로한채 보조다리를 앙팔에 끼고는 서둘러 가버렸습니다. "엄마 . 엄마도 봤지? 아빠 걷는거...." "명지야 놀라지 말고 엄마 말 잘들어..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리라 생각했어. 아빠는 사실 보조다리가 필요없는 정상인이야. 그때 아빠는 다치지 안았어 아빠는 그때 팔만 다쳤단다. 그런데 사년동안 보조다리를 짚고 다니신거야. 너혼자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구.... 성한 몸으로는 누구도 아픈 너를 위로 할수 없다고.." "왜 그랬어 아빠까지......" 명지는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나왔습니다. "울지마.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아빠는 견디지 못하셨을거야. 불편한 몸으로 살아오시며 너를 위로할 수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는지... 오늘은 그 어린것이 교통사로로 너처럼 될까바봐서....." 멀리 보이는 명지 아빠는 여전히 보조다리에 몸을 의지한채 빠른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명지의 눈에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눈물이 떨어짐을. 압니다...............명지의 아빠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결코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는거야. 슬픔도 그리고 기쁨까지도 .......힘겨워도 견디고 또 견디다보면... 언젠가는. 슬픔도 아름다운 노래가 되거든..." 마음이 아픈날이면 명지는 늘 아빠 품에 안겨서 울었습니다. 그때마다 소리내어 운것은 명지였지만 눈물은 명지의 아빠 가슴속으로 더 많이 흘러 내렸을 겁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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