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외가 죽을 때까지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
황금의 개띠해인 무술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만복과 함께, 특히 나이가 많이 드신 노인분들이 걱정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새로운 출발의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우리나라의 남녀평균 수명이 각각 75세, 82세라고 합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7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2,859천명이고 80세 이상 노인만도 1,141천명에 이른답니다. 나와 나이가 같은 81세 노인이 9만8천명입니다. 따라서 100세시대의 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이 첫째는 건강이요 둘째는 손 안에 쥔 돈입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노후에 크게 고생하게 마련입니다. 나는 81세고 아내는 76세인 노인부부입니다.
나는 퇴직후 18년간, 그동안 저금했던 돈과 여기에서 나오는 은행이자(옛날에는 이자가 높았음), 그리고 아들이 보태주는 생활비로 중류정도의 생활은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무직으로 19년간의 공무원생활을 마쳤기 때문에 근무년수가 1년이 모자라 공무원 연금도 못타고 따라서 국민연금도 없습니다. 퇴직금만 탔습니다.
헌데 나이는 먹고, 가지고 있던 저금은 곳감 빼먹듯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수입은 얼마 안 되다 보니 세월이 흐를수록 살아갈 일이 조금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나머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내 수준을 중산층이라는 전제하에 죽기전까지 도대체 얼마의 목돈이 필요한지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수입을 계산해 봅니다. 아들 내외가 대학교수여서 (1)한 달에 생활비로 100만원씩 보내옵니다. 두 아들 학원비에 쩔쩔매는 꼴을 보면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여기에 (2)아내의 장기보험금 50만원과 (3)대전 소재 소규모주차장 임대료 50만원을 합하면 한 달 수입액은 합계 약 200만 원 쯤 됩니다. 딸은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데다 두 손녀의 과외비를 대느라고 친정에 생활비를 보태줄 형편이 못 됩니다.
다음은 지출을 계산해 봅니다. 한 달 생활비가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는 대충 카드지출액을 계산하면 비슷하게 맞을 것입니다. (1)아내의 한 달 카드비 약 100만원(생활비·병원비·통신료)+(2)내 카드비 약 60만원(외식·병원비·통신료)+(3)아파트관리비 약 35만원+(4)품위유지비 약 100만원(경조사비·문단활동비·취미와 여가생활·여행·손주들 용돈·옷값·제사)+(5)아파트재산세20만원(1년 240만원)=합계 315만원이 필요합니다. 아내는 등단 30년차의 중견시인이어서 각종회비·구독료·교제비 등 씀씀이가 많고 여기에 시인이면 누구나 그렇듯 몇 년에 한번, 500만 원쯤 드는 시집도 내야 합니다. 아내는 그동안 11권의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필자도 시조시인이자 수필가입니다. 그동안 시조집 3권과 산문집 2권 등 도합 5권의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만만한 돈이 아닙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은퇴한 60대 부부의 한 달 생활비가 최소 270만 원 정도 필요하고 최저생활비는 196만원이라고 합니다. 81세인 내가 아내와 함께 한 달을 살아가는데도 앞에서 인용한 60대 은퇴자의 270만원과 비슷한 금액이 필요합니다. 물론 나는 골프는 물론 술 담배도 하지 않고 자가용도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바깥출입을 할 수 있는 우리 내외의 씀씀이로는 위에서 계산한 바와 같이 한 달에 315만원이 필요하지만 여기에 책발간 비용 등을 감안하면 35만원을 보탠 350만 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삶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문제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죄악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집안은 평균수명이 길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양아버지님 모두 90세를 넘겨서 돌아가셨습니다. 장수집안의 DNA를 타고 났으니 비록 종합병원 신세지만 나도 앞으로 90세까지 10년은 더 살지도 모릅니다.
물가상승률을 따지지 않고 단순계산으로 1년에 별도로 부족한 생활비 월 150만원x12=1800만원, 10년을 더 산다고 가정하면 1억8천만 원의 현금이 더 필요합니다. 여기에 중병 등 만약의 긴급사태에 대비한 비상금 5천만원 정도를 별도로 계산하면 2억3천만원이 있어야 합니다. 아내도 나와 함께 10년을 더 산다면 85세입니다. 하지만 여자들의 평균수명이 훨씬 길으니 아내도 90세까지는 살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아내가 5년 동안 혼자 살아가야 할 경우 최소한의 생활비를 월 200만원으로 친다면 혼자 조달 가능한 100만원을 제외한 100만원x12x5=6천만 원의 돈이 더 필요합니다. 따라서 아내가 죽을 때까지를 계산하면 (1)내가 살아있을 적의 추가생활비 2억3천+(2)아내 혼자 살아갈 경우 6천+(3)비상금 5천(돌출병원 입원비 등)=합계 2억9천만원, 약 3억원의 현금을 손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실제로 필자는 재작년에 급성폐렴으로 45일 병원입원비가 900만 원 쯤 나왔고 작년에도 10일 입원에 200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나는 40년간 만성폐색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어 감기만 들면 급성폐렴에 걸릴 확률이 높은 호흡기환자입니다. 오래 걷지도, 빨리 걷지도 못합니다. 매일 기도확장제인 스피리바를 흡입하고 삽니다.. 40년간 피워온 담배가 원인이랍니다. 물론 담배는 17년 전에 끊었습니다.. 이외에도 신장.전립선.신경과 등 4개과를 다니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입니다. 아내도 척추관 협착증으로 5년째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은 병원비가 유난히 많이 듭니다. 여기에 두사람의 출판비도 무시못합니다. 물론 아내의 생활비는 아들이 보태주는 100만원을 뺀 금액입니다. 그 때쯤이면 아들네도 아이들 교육비·결혼비 등 때문에 생활이 쪼들릴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내외 중 누군가가 치매나 뇌일혈 등 중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다면 계산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다인실이 아닌 1인실에서 간병인을 두고 요양병원에 입원한다면 서울외곽이라도 입원비 300만원+간병비 240만원 도합 한 달에 최소 540만원이 필요합니다. 3년을 앓다 죽는다 해도 540만원x12x3년=1억9440만원, 약 2억 정도의 현금이 더 필요하다. 이렇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3억+2억=5억원이라는 거금을 통장에 넣어놓고 있어야 합니다. 현금으로 5억원? 물론 있는 사람이라면 걱정도 안하겠지만 내 나이또래 노인부부 중에서 5억원이라는 거금을 통장에 현금으로 넣어두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만약 3년이 아니라 더 오랫동안 요양병원 신세를 진다면 그때는 월 170만 원 짜리 7~15인실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수밖에 업습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 가는 것은 죽기보다 싫습니다. 그곳은 죽음의 수용소이기 때문입니다.
폴란드의 유태인 수용소를 방문했을 때 퀭한 눈에 바짝 마른 유태인들이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는 사진을 본 트라우마가 커서 요양병원에는 강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한국에서도 15인실을 가보니 자꾸 유대인 수용소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마지막 보루로 강남에 10억 정도 가는 아파트가 한 채가 있습니다. 아들은 양할아버지로부터 조그만 빌딩을 유산으로 받았으니 나와 아내 공동명의로 된 아파트의 반은 딸에게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누군가 중병에 걸려 요양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면 집을 팔아 반은 딸을 주고 반은 요양병원입원비로 충당하렵니다. 그러면 나와 아내가 죽을 때까지 자식들한테 손은 안 벌리고 살 거 같아 그런대로 안심이 됩니다. 소망이 있다면 나와 아내 중 누구도 요양병원 에 가지 않고 함께 한 집에서 살다가 내가 먼저 아내 무릎을 베고 스르르 눈을 감는 일입니다.
혹 필자보다 살림이 어려우신 노인들께서 이 글을 읽으시고 “나이 욕심이 많다” 또는 “배부른 투정을 한다”고 역정 내시는 분은 안계실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65세 이상 되시는 노인분들께서는 현재의 경제력으로 100세시대에 걸맞는 자금계획은 세워놓고 있는지 반드시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어떤 댓글이 달릴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악플이 아닌 선플로 잘잘못을 지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2018.2. 15 설날 저녁에)
첫댓글
감사합니다
정성으로 올려주신 좋은 글에 마음쉬어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노후를 대비한 빈틈없는 설계와 남못지 않는 재력 그리고 집안 배경이 부럽습니다. 부모가 풍족하더라도 아이들 눈엔 쪼글쪼글한 우리 모습만 보이고 아프면 병구완 할 자식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저는 시신을 기증했으니 가족에게 장례부담 없고 가진 부동산은 하나 없으니 기대할 것 없으며 병원비는 통장에 있는 것으로 모자라면 자식들이 보탤 것이요 여유가 있으면 나누어 갖겠지요. 한달 150만원이 수입 전부이고 골프 활 스키를 합니다만 건강상 애로가 많아 하고 싶어도 잘 안됩니다
제목이 눈길을 끌어 들어왔는데 댓글 기대를 하신다니 느낀 바를 말씀드렸습니다 용서를...
늙음과 죽음은 거부할 수 없는 섭리지요. 늙어가면서 남을 의식하기에는 주름과 주머니의 비중이 너무 큰 것이지요.
아들이나 딸하고 같이 사시나요? 150만원으로 골프를 즐기시고 활, 스키까지 즐기시고 적금까지 드신다니 다른데는
지출이 없으신가 봅니다. 요즘 세상에서 부모를 끝까지 섬길수 있는 자식을 두심에 먼저 경의와 축하를 드립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 묘한데가 있어서 자식들은 부모보다 먼저 제 자식들부터 챙깁니다. 그래서 젊어서부터
노후대책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기대한 댓글은 '90은 과한 욕심이다. 아니다 100세까지 살고 싶다'.
'350만원은 배부른 쏘크라스테스같다. 아니다 골프 같은 운동을
하려면 350만원도 부족하다' 같은 솔직한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씀씀이를 돌아다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지독하게 가나한 농촌의 8남매중 5섯째 아들로 태어나 대학은 고학하며 다녔습니다. 그래서 노후생활은 중산층으로 살기를 원했습니다. 돈의 여유가 있으면 네 명의 손주 외손녀에게 용돈도 주고 대학 입합금도 대주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서 내가 그리는 80대 부부의 삶을 그려본 것입니다.
긴 글 읽으시고 실망을 하신듯 싶은데 댓글로 생각을 표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너무 늦게 인사드립니다.
저는 명절이면 언제나 바쁜 집안일로 몸살이 나지요.
선생님 저희는 넉넉하지는 못해도
아직은 나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 조금이나마 저축을 한답니다.
노후를 위하여
오늘 아침 선생님의 글이 가슴속까지 파고듭니다.
이 세상 모두가 행복한 삶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해에는 더욱 건안하시고 힘내십시오.
늘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꽃반지님 반갑습니다
설 잘 쇠셨나요?
바쁘게 그리고 보람있게 사시는 님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사람이 가장 슬플 때는 몸이 아플 때입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한푼이라도 버실수 있을적에
열심히 버십시요
그래야 노후가 편안합니다
아플때 가족의 소중함과 돈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곧 봄소식이 오겠네요
화사한 봄날처럼 환한 미소속에서
사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