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다신걸 보구 뉴스 확인해 보니 40대 여성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뇌사에 빠졌다고 하네요.
기사의 제목이나 첫 줄은 신종독감이 뇌사를 유발했을 것이라는 추측 위주인데,
사실 의학에서 어떤 인자가 특적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인플루엔자 같은 미생물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코흐의 원칙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실 저 4과정을 실험으로 밝히기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특히 인간을 대상으로 한경우 어떻게 멀쩡한 인간에게 위험성이 있다고 예상되는 미생물을 투여해서 그 질병이 생기는 지 관찰하겠습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동물실험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죠.
코흐의 원칙
어떤 미생물이 병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① 그 미생물이 언제나 그 병의 병환부에 존재하고
② 미생물은 분리되어 배지 위에서 순수배양되어야 한다
③ 순수배양한 미생물을 접종하여 동일한 병이 발생되어야 한다
④ 발병된 피해부위에서 접종에 사용되었던 미생물과 동일한 성질을 가진 미생물이 재분리되어야 한다.
[인용: http://terms.naver.com/item.nhn?dirId=1111&docId=65845]
만약 어떤 과학자가
"H1N1 Influenza virus가 뇌사를 유발할 수 있다"라는 가설을 세웠다면 일단 코흐의 원칙에 따라서 증명해 보는 것이 일반적이겠죠.
1. 뇌사로 죽은 쥐에게서 H1N1 Influenza virus검출.
2. 분리한 H1N1 Influenza virus를 순수배양
3. 배양한 H1N1 Influenza virus를 정상 쥐들에게 접종하여서 뇌사를 유발하는 지 관찰
4. 그 쥐들에게서 뇌사가 발생했다면 다시 그 쥐들에게서 H1N1 Influenza virus 분리.
일단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증명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네요.
RCT(무작위 대조군 실험), 역학조사(코호트 조사 등등) 이 외 다른 연구 방법이 많이 있긴 해요.
이번 기사를 요약해보면,
건강한 40대 여성.
24일 발열 증세. 병원치료.
25일 고열(38도) 심한 기침, 호흡곤란.
27일 폐렴증세.
31일 신종플루 양성판정. 항바이러스제 투약. 폐렴증세 호전.
1일 저녁 뇌부종. 뇌출혈 --> 뇌사 상태
(기사전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04/2009090400428.html)
뇌사의 원인은 뇌부종, 뇌출혈 이었네요.
일반적으로 뇌출혈은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 심혈관계 질환(부정맥, 동맥경화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건강하셨네요.
국내 사망자들에게서 보여졌던 고열을 동반한 호흡곤란 증세가 있으셨고 폐렴으로 전이 된듯해요.
그런데, 뇌출혈의 원인을 밝히기는 자료가 불충분한 것같아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하여 뇌세포를 공격했다면 일단 BBB(뇌혈류장벽)을 통과해야해요.
BBB란 뇌란 장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종의 장벽으로 이상한 물질이나 포도당이외의 큰 분자들이 못들어오게 막아주는 거예요.
(참고: http://blog.naver.com/pgm7185?Redirect=Log&logNo=140068309693)
설사 들어와서 뇌세포를 공격했다고 하더라도 뇌염(http://100.naver.com/100.nhn?docid=40022) 증세를 나타내야 할 것같아요.
뇌출혈이란 뇌에 있는 혈관이 터져서 피가 뇌로 흘러나와 뇌세포들이 죽는 건데, 인플루엔자가 혈관을 공격해서 혈관이 터졌다고 보기엔 많은 무리가 있네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뇌부종(http://100.naver.com/100.nhn?docid=39989)을 유발했다라고 보는 것도 아직은 모를 일이예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뇌염을 유발하고 뇌부종도 생기게 했다'...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가설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참 오랜 시간이 걸릴것같네요.
과학, 특히 의학에서 어떤 가설을 "evidence based(근거중심)"로 밝혀내는 건 정말 쉬운일이 아니예요. 엄청난 자본과 인력, 시간이 필요해요.
단순히 신종독감으로 진단된 한 환자가 뇌부종, 뇌출혈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그 질병의 인과관계가 밝혀지는게 아닌데, 언론과 보건계 있으신 분들은 너무 쉽게 말을 내밷으시는 것같아서, 걱정스러워요.
앞으로 신종독감으로 진단되는 환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 환자들 중에는 위의 분처럼 중풍(뇌출혈, 경색)이 오시는 분도 있으실거고,
가끔은 심장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을거고,
아마 신종독감환자중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네요.
그런데 신종독감 확진을 받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면 그게 신종독감때문에 죽은 건 아니잖아요. (제가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든것같지만, 이해하기 쉬울것같아서요.)
이번에 뇌사로 진행되신 이 환자분의 경우는 더 많은 자료가 있어야만 그 원인을 판단할 수 있을것같구요,
아무래도 가장 정확한 내용은 담당의사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같네요.
과연 담당의사분께서는 이 환자의 뇌부종,뇌출혈의 원인이 H1N1 influenza라고 생각하실까요?
(사실, 의료법상 담당의사는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특정한 경우 외에는 본인아닌 가족한테도 보여주지 못하게 되어있어요. 개인의 사적인 정보이기 때문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담당의사분이 이렇다 저렇다 환자에 대해 언론에 이야기하는 것도 약간은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같네요.)
기사에서도 "하지만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뇌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긴 하지만, 제목이나 글의 전체적 흐름은 신종플루가 이환자를 뇌사로 이끌었다고 보기 충분하네요. 너무 편중된 보도 인것같습니다.
의학에서 "~ 일것같다"라는 추정은 쉽지만 "~이다"라는 사실의 확인은 매우 어려운것같아요.
첫댓글 저도 비슷한 생각.. 충분한 인과관계 규명없이 너무 쉽게 보도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케오스에 빠뜨려놓고.. 분위기를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있는 듯..
의사입장에선 당연히 신종플루때문이라는게 편할듯..
의사 입장에서 말씀드리는데 신종플루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불편합니다...-,.-
ㅇㅇ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그래요. 다른 질병일 수도 있을 듯 헌데, 저런식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좀 ㅡㅡ;;
공감합니다...
공감하거나 관심갖아 주시는 리플들 감사합니다^^ 격려가 되네요ㅎ
병원에서 일하지만...이론은 이론일뿐...그안에 일어나는 일들은 좀더 복잡 다양하답니다..물론 논리있게 잘 말씀해주셨지만..인플루엔자에 의해서 직접적인 원인으로 뇌출혈이 일어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유기체이며 간접적이고 좀더 다양한 반응들에 의하여 일어날수 있는 거죠..그러니까 이거다 저거다 말할 수는 없죠..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의학이나 약학도 절대적이지 않기에 아직은 아는 병보다 모르는 질병이 많고, 신종플루 그야말로 신종으로써 모르는 부분이 더 많기에..~ 일것이다 라는 결론밖에 도출해낼 수 없어요..^^ 이슈가 되고 조심해야할 점은 분명하지만....너무 과장된부분이 많긴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