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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의 황지에서 시작해 안동의 반변천과 금호강, 황강, 남강, 밀양강 등 크고 작은 물길이 합수하며 몸집을 불려 부산 다대포까지 521km를 흐르는 낙동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이다. 그만큼 강의 하구도 넓어 106㎢라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낙동강 1300리 물길을 따라 흘러온 수많은 퇴적물들이 쌓여 만들어낸 삼각주가 거대한 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강의 폭도 넓다. 낙동강대교의 길이가 1765m로 육안으로는 건너편 끝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낙동강대교 가운데 서서 보는 낙동강은 바다 같다.
이 너른 하구를 두루 거치며 낙동강하구 생태길이 이어진다. 전체 4코스로 이뤄진 생태길 중 교통이 편리하고 저녁나절 걷기에도 좋은 1, 2코스를 소개한다.
구포역 강둑길
경부선 구포역과 마주보고 있는 부산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 2번 출구를 나오니 강둑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길의 정식 명칭은 ‘낙동강 하구 생태길 01코스 삼락 맹꽁이길, 02코스 물억새길’. 그러나 걷는 내내 이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낙동강하구생태탐방로’라 적힌 이정표가 가끔씩 나타나는데, 이것만으로는 길을 찾거나 전체 코스를 가늠키 힘들다. 낙동강 하구 생태길은 부산을 대표하는 걷기길인 ‘갈맷길’ 6코스와 겹치기에 자주 나타나는 갈맷길 이정표를 확인하며 걸으면 된다.
구포역 강둑길. 길옆으로 큰 벚나무들이 가득해 낮에도 해가 잘 들지 않는다.
구포역에서 삼락둔치에 조성된 체육공원을 만나기까지 2km 이어지는 제방 산책로는 길 양쪽으로 벚나무가 빼곡하다. 큰 벚나무가 이룬 터널로 인해 낮에도 해가 들지 않아 걷기에 더없이 좋다. 벚나무 사이로 능소화나 협죽도, 꽃댕강나무 같은 여름철 나무꽃이 펴 눈길을 끈다. 걷다가 지친 이들이 쉬어갈 수 있게 적당한 간격을 두고 벤치도 놓여 있다. 도보길과 자전거길이 바닥 색깔로 구분되는데, 자전거를 탄 이들이 심심찮게 지나기에 주의해야 한다.
강둑길은 보행자용과 자전거용으로 나눠져 있다. 자전거를 주의하며 걸어야 한다.
중앙고속국도 삼락IC를 만나는 곳, 그러니까 출발 후 2km 지점에 ‘삼락생태공원안내도’가 서 있다. 여기서 제방길을 버리고 오른쪽 강변대로 아래로 뚫린 지하차도를 지나자 오토캠핑장과 수상레포츠타운, 야외수영장 등을 갖춘 삼락둔치다. 삼락생태공원이 들어선 둔치는 낙동강 하구를 구성하는 네 곳의 둔치 중 가장 넓다. 광활한 습지와 철새먹이터, 야생화단지, 잔디광장을 비롯해 자전거도로, 산책코스, 오토캠핑장, 수상레포츠타운 등 온갖 편의시설로 가득하다.
삼락둔치의 풍광. 낙동강에 접한 너른 초지대가 목가적이다. 곳곳에 바비큐용 테이블 세트가 놓여 있다.
부산 도심에서 강둑 하나만 넘으면 만날 수 있는 풀과 흙으로 이뤄진 대자연인 삼락생태공원은 여름 한낮에 걸어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온이 서늘해지고 강바람이 부는 저녁에 찾는 게 재격이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산책을 즐기거나 강바람 쐬러 나온 이들이 낮보다 많다.
삼초지대 그늘 아래서 그대로 풍경이 된 이들. 무슨 특별한 이야기거리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낙동강에 접한 드넓은 초지에 드문드문 서 있는 버드나무가 목가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그 그늘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낙동강과 어울린 그 모습이 그야말로 그림 같다. 노랑코스모스와 벌개미취, 루드베키아가 활짝 핀 길은 더할 나위 없이 화사하다. 일 년 중 꽃길을 몇 번이나 걸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드물다. 지금 그 기분 좋은 꽃길을 걷고 있다.
능소화, 흰연꽃, 루드베키아. (왼쪽부터) 노랑코스모스, 벌개미취, 협죽도. (왼쪽부터)
곧 만나는 인라인스케이트 연습장을 끼고 길은 오른쪽으로 90도 꺾인다. 그 길 끝에서 축구장을 만나며 다시 왼쪽으로 90도. 호수 같이 넓은 낙동강이 바로 코앞이다.
인라인스케이트장이 끝나며 만나게 되는 손에 잡히는 낙동강.
바다 같은 낙동강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곳곳에 삼락생태공원 안내도가 서 있다. 살펴보니 공원은 쉬 가늠키 힘들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4개가 연달아 나타나는 야구장은 그 중 일부분일 뿐, 축구장도 5개나 된다. 그만큼 넓은데도 필요한 곳마다 정말 잘 정비되어 있다. 도심의 잘 가꾼 공원 같다. 걷는 내내 공원을 가꾸고 있는 분들을 여러 명 만났다.
축구장을 왼쪽에 끼고 조금 내려서자 드디어 ‘삼락생태공원 맹꽁이길’이라 적힌 23번 안내판이 나온다. 어른 키 높이의 생태공원 안내판엔 완벽할 만큼 자세하고 친절한 정보가 담겨 있다. 길이 갈리는 곳마다 번호가 매겨진 이런 안내판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안내인이 서 있는 듯 자세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왼쪽/오른쪽]갈맷길 이정표 / 삼락생태공원 안내도
23번 안내판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비포장 흙길로 바뀐다. 길옆 풍광도 손대지 않은 날것 그대로다. 주변이 습지인 듯, 키를 넘는 갈대가 무성하다. 흙길이어도 폭이 넓다. 바닥은 포장도로 못지않게 반듯하고 단단히 다져져 있다. 거대한 활처럼 휘어지거나 부드럽게 S자를 그리며 갈대 수풀 속을 헤치며 이어진다.
곳곳에서 길은 갈린다. 이처럼 더 반듯한 길(여기선 왼쪽)을 따르면 된다.
새끼를 키우고 있는지, 갈대 속에서 새소리가 요란하다. 삼락생태공원이 들어선 낙동강 하구는 1966년에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철새 서식지다. 때문에 언제 찾더라도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 걷는 내내 들려오는 바람결에 실린 새소리야말로 삼락생태공원을 찾는 즐거움이다.
때로 갈라져 나간 길이 더 걷고 싶어진다. 산책하기에 이만큼 멋진 곳도 드물 듯.
고개를 드니 동쪽으로 커다란 산 능선이 멋진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흔히들 부산하면 바다를 떠올리지만 실은 이름에 산(山)자를 품고 있는 도시답게 도심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백두대간 피재에서 갈라진 낙동정맥이 남쪽으로 천리(도상거리 400km)를 쉼 없이 내달아 바다를 앞에 두고 뭉클 응어리진 금정산. 이 금정산은 거대한 산성(山城)을 자신의 몸에 휘감고 있어 그 자체가 저항의 산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현해탄과 접해있어 오래전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 저항의 산을 주산(主山)으로 받들고 있는 부산엔 고당봉, 상계봉, 쇄미산, 백양산, 구봉산, 구덕산, 천마산, 봉래산, 황령산, 장산, 철마산, 달음산 등 수없이 많은 산들은 저마다 거대한 성채마냥 사납고 우뚝하다. 그러기에 모든 산들이 겁도 없이 줄줄이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다혈질의 도시가 된 것은 아닐까. 이렇듯 손에 닿을 듯 가까운 산과 어우러진 바다가 부산의 풍광을 채우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인상적인 수변오솔길을 따르다가 35번 안내판을 만난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국궁장 쪽으로 향한다. 어느새 길은 다시 포장도로 바뀌어 있다. 왼쪽으로 파크골프장이 나오며 곧 음수대와 간이화장실도 보인다. 국궁장에 닿기 직전에 다시 오른쪽으로 너른 길이 나오며 갈맷길 이정표가 보인다. 이후 낙동강을 가로지른 경전철을 만나기까지 곧장 하류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희고 붉은 연꽃이 자라는 연못과 생태연못들이 나타나며 눈길을 끈다. 갈림길이 자주 나타나지만 포장된 넓은 길을 따르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삼락생태공원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생태연못. 연꽃이 제철을 만났다.
야구장 네 개가 연이어지더니 그 끝에서 부산김해경전철이 지나는 다리를 만나며 생태길도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길 끝은 삼거리다. 여기서 오른쪽 연꽃단지와 어린이물놀이장 쪽으로 간다.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물어보니 참붕어가 많이 잡힌단다. 낚시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도 드물겠다.
[왼쪽/오른쪽]둔치의 야구장. 고교 야구선수들이 연습경기를 하고 있었다. /
둔치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모습. 낚시꾼들에게 이곳은 천국이다.
오른쪽으로 어린이물놀이장이 보일 즈음 왼쪽으로 둔치 내에 설치된 다리인 ‘삼락강변교’가 나타난다. 생태길은 강변교를 건넌 후 다시 강둑길을 따른다. 강둑 오른쪽으로 감전야생화단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벚나무 터널을 이룬 둑길을 따라 1.2km 간 곳에서 낙동대교를 만난다.
[왼쪽/오른쪽]부산김해경전철을 지나서 만난 어린이물놀이장. 남태평양의 근사한 리조트 같다. / 감전야생화단지
2킬로미터 가까운 길고 긴 낙동강대교를 건너면 맥도생태공원이다. 낙동강대교를 건너다가 강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바다 같은 낙동강이 장관이다. 그러나 대교를 건너는 동안 인도의 폭이 넓지 않고, 대교를 지나는 많은 차량으로 인해 교각의 울림이 큰데다 바람도 불기에 밤에 건너는 것은 삼가는 게 좋을 듯하다.
[왼쪽/오른쪽]낙동대교에서 본 삼락둔치의 습지. 광활한 습지의 곳곳에 물웅덩이가 보인다. /
낙동대교 한가운데서 본 바다 같은 낙동강. 저 끝이 남해에 닿아 있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레저관광팀(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털 http://koreatrails.or.kr)
글, 사진 : 이승태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잘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