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시작을 위해 포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있는데도 성남일화 선수들은 한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장내 아나운서가 방송을 통해 성남 선수들을 독촉하는 멘트까지 내보내자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양 팀이 전열을 갖췄음에도 심판은 경기 개시 휘슬을 불 수 없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이 대기심과 경기감독관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단단히 뿔이 난 듯했다. 내용은 이랬다.
◇스프링클러가 경기를 지배하다?
성남은 하프타임에 한쪽 그라운드에만 스프링클러 3대가 작동돼 물이 뿌려진 것을 문제 삼았다. 후반전에 포항이 공격하는 진영이었다. 본래 그라운드에 물을 뿌리는 것은 경기 시작 3시간 전으로 규정돼 있는데 하프타임에 돌연 물이 뿌려지고, 그것도 일부만 국한된 것은 저의가 심상치 않다는 항의였다.
시비가 붙자 홈구장 관리를 도맡은 포항측은 "스프링클러의 오작동이 일어나면서 물이 그라운드 한쪽 면에만 뿌려졌다"고 설명했다. 성남 관계자는 "이런 것은 처음 봤다. 한쪽 면에만 물이 뿌려진 것은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또한 선수단에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불쾌해 했다. 미끄러운 그라운드에서 수비의 단 한번 실수는 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깔고 있었다.
포항 측의 주장대로 단순한 일회성 촌극인지, 또 성남 측 해석대로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성 있는 행위였는지 진의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시비로 후반전 개시 휘슬은 10분여나 늦춰졌다. 물론 뒤늦게 포항측 진영에도 스프링클러를 3분 가동하는 것으로 합의를 본 뒤였다.
◇심리전은 누구에게 유리했나
갑작스레 하프타임에 그라운드 한쪽에 물이 뿌려지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전반 32분 모따의 골로 1-0으로 앞서가던 성남이었지만, 최근 포항에 8연속 무승(1무7패)에 빠져 있어 작은 일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이같은 항의는 '심리전'으로 풀이할 수도 있었다.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포항의 추격 의지를 끊는 빌미로 이만한 게 없었다. 김 감독의 강력한 항의는 경기의 흐름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도 비쳐졌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의도한 대로 경기는 흘러가지 않았다.
뒤늦게 시작한 후반전에서 갖가지 상황은 어리숙한 심판 판정과 겹치며 논란을 낳았다. 피해의식을 느껴 쉽게 흥분한 쪽은 성남이었다. 성남 수비수 김영철은 후반 15분 남궁도를 뒤에서 걷어차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성남의 항의로 경기는 또다시 10분간 지연됐다. 김 감독은 주심, 대기심, 경기 감독관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10분간의 실랑이 끝에 경기를 재개하려고 했으나 또다시 윤석빈 주심이 경기 지연을 이유로 김 감독에게 퇴장 처분을 내려 3분이 더 소요됐다. 협회가 주관하는 FA컵에서 심판의 수준과 자질은 항상 도마 위에 올랐지만, 성남도 지나친 신경전으로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결국 수적 열세 속에서 성남은 후반 37분 남궁도에게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다.
잦은 판정에 대한 항의로 경기가 중단되며 후반 인저리타임은 12분이나 주어졌다. 그리고 1-1로 후반을 마치자 대회 규정에 따라 양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희비는 9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포항의 김재성이 먼저 성공해 8-7로 앞선 상황에서 성남의 키커 박재용이 찬 볼은 포항 수문장 김지혁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성남이 포항전에서 9번째 우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스프링클러 사건은 협회가 주장하는 페어플레이에 맞지 않다. 심히 유감이다. 전반 초반 조성환이 페널티지역에서 한 핸드볼을 불지 않는 등 판정이 공평하지 않았다. 제소하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포항 | 체육1부 기자 okc27@
첫댓글 왜 축동방이랑 다르게 이기사엔 글이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