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매화 마을을 찾았다
이틀 동안 교육이 있었기에 몸은 이미 파김치 마냥 축 늘어져
앞을 보는것 만도 힘에 부친다
어쩌다가 오늘 약속을 잡았을까 하고 후회도 된다
눈꺼풀이 무거워 눈을 뜰 수 없는데...
8시에 출발하자고 연락이 왔다
부지런한 사람들!
아침신문을 펼쳐드니...
맨얼굴로 외출 하는건 황사에 적격탄을 맞는것이라고...
나는 여즉 적격탄을 맞고 다녔단 말인가!
어메~~ 무섭은거
부랴부랴 화장품을 꺼냈는데...
이런.....젠장!
파운데이숀 쥬브는 짜도짜도 나올기미가 없고
콤팩트 가루분은 굳어서 말라버린지 옛날이고...
에고~~~~
있는대로 대충 문질러고 나왔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어떻게 사는것이 아름답게 우아하게...사는것일까?
볼그스러이 펼쳐진 매화처럼..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
지나가는 길손의 발목을 붙잡는건
코끝에 와 닿는 은은한 매향이었다
말라붙은 가루분의 향기보다 더 진하고 매혹적이 향기
우와한 자태...
수줍은듯이 살짝 벌린 미소...
내 눈으로 내 온 머리에, 마음에 담았다
이 향기는 아마 내년 이 맘때 까지 일년은 족히 가겠지
동행했던 아우님들이
"형님 화장하니까 너무 우와하다"
ㅎㅎ..인사로 던졌겠지만 기분이 요상스리 괜찮은데...
반짝반짝 잘 닦아놓은 항아리처럼
있는 형태야 변할 수 없겠지만 누구든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함, 친근감을 줄수 있다면...!!
관대함을 지니는 것이 나의 향기가 아닐까...
주부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나봐!
오늘 하루만은 일상을 떠나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만을 생각하고 가볍고 즐겁게 보내자 했는데...
길가에 늘어진 할머니들의 호객행위에 발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
검정 봉지에 봄나물, 말린곶감, 생률, 등등을 담았다...
이런것들은 울산도 쌔삣는데...츠암~~
며칠전...
신문을 통해 하동 매화축제가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
일상탈출을 해보자고 약간의 언질이 있었기에
전화로 약속을 한것이 3월 15일 오늘이다
그랬는데 2~3일 매서운 봄추위로 해서
우리집 앞의 목련화가 봉오리를 벌리다
새까맣게 말라 버린 현상을 보고
우짜노~~가 봤자 매화꽃 보기는 틀렸다고 생각을했다
우리집 화단의 매화는 이미 만개하여 낙화하는 중인데..
꽃이나 볼 수 있을런지...
이런 우려를 가지고 왔는데...
홍매화의 은은한 향기,
세찬 바람에도 꽃을 피워 길손을 맞아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손님을 반기는 항아리 화분들의 안내를 받아
전망대쪽으로 올라갔다
꽃을 시새움하는 바람인지 아직도 매서웠다.
전망대 중간쯤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파란 물줄기와 하얀 모래밭...
언제 또 다시 찾을지 모르겠지만 매화마을을 뒤로 하고 ...
굽이 도는 섬진강을 따라 평사리 토지의 찰영지
최참판 저택 긴 행랑에 압도 되어..
민초들의 초가를 지나면서 서희와 길상이 처럼
어울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높은 담을 생각해 본다
내려다 보는 사람들과 올려다 봐야하는 사람들
최참판은 사랑에서 내려다 보는 삶을 살았고
만석지기에 얹혀 땅마지기라도 부쳐 먹기 위해
온갖 수모, 굴욕을 삭히며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의
삶을 엿보는것 같아 씁슬하다
옹기종기 모여 사랑을 나누었던 소시민들의 삶
어찌 후대의 내가 그분들의 애환을 논하겠는가??
사랑채에서 내려다 본 악양들녁..
만석지기의 눈은 항시 이 곳을 주시하고 살았겠지?
이 세 아짐씨들은 그 시대로 배경을 옮겨
주인공이 됐뿟네...ㅎㅎㅎ
가끔은 소설속의 주인공으로 그 삶을 음미하기도 하지..
그러나 결코 낮설지 않음은
그 소설은 나를 주인공으로 쓰여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
그 삶으로 들어가면 나도 별반 다르지 않기때문에...
별채...
별당아씨는 생활공간...
어째 유배지 같은 느낌이 든다
괜시리 그 때 봤던 연속극 화면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네...
별채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
이 풍경소리에 슬프기도 했을것이고...
위로도 됐겠지...딸랑딸랑~~
바람의 강도에 따라 은은한 소리로...
세찬 굉음도 됐겠지...??
아주 옛날에 우리집도 이랬을거야~
그래서 일까...아주 편안함을 느낀다
저 마루에 잠시 엉덩이 좀 붙이고 있음 좋~겠는데...
갈길이 멀어 발걸음을 옮긴다...
여자들의 일상탈출은 환호와 조잘거림 으로 ...
삶의 스트레스를 저 푸른 섬진강에 던져넣고
길을 재촉한다..뚜렷한 목적지도 없음시로...
토지의 찰영지 평사리 최참판 저택에서
볼것도 보고 볼일도 보고...ㅎㅎㅎ
섬진강 19번 국도를 따라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 입구..
절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일행 중 몸이 편찮은 자매가 있었어...
내 몸 역시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고
동행한 아짐씨들의 의견도....무리하지 말자로..
쌍계사 계곡아래서 빙어 튀김과
산채 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떠날 행선지는..남해
섬진강 19번 국도 50리 벗꽃길...
그 유명한 50리 벗꽃길이 봉오리를 터뜨릴 준비를 하나보다..
4월초 쯤 되면 하얀벗꽃 터널이 환상적이겠지!
차창밖엔 봄의 소리가...새 생명이 움트는 소리가..
길을 지키는 가로수엔 물이 올라 연두빛 고운 색체가..
마음과 눈에 생기를 한껏 북돋아주어 절로 콧노래가...ㅎㅎㅎ
생명이 움트는 거룩함이여!
대자연의 섭리..
그 안에 내가 있고 네가 있음이여!
섬진강을 휘감아 돌면서 떠난다는 아쉬보다
섬진강을 만났다는 감격이 더 어울릴거야
다음에 기회가 오면 차안에서는 안잡을끼여..
좀 내려서 정식으로 한컷찍고 가면 다리에 탈나는지 원!
남해의 특산물 마늘 밭.
차에서 좀 내려 봤으면 좋으련만...
달기기위해 차를 타는 사람들 같아...
차를 모는 메마름을 보는것 같다
잠깐씩 내려 좋은 풍치에 취해보기도 했으면 좋으련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 이락사(李落祠) 앞
이순신 장군의 말이 떨어진 곳이라는 뜻의 '이락사'(李落祠)
시원한 생수로 목을 추기고...
여행에서 잠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충무공의 충절을 기리는 마음가짐으로 ...
관음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해를 처음 모신 곳,
노량해전을 승리로 마감할 즈음 유탄을 맞고 숨진
이순신장군의 유해를 처음 모신 곳이라고...
충무공의 8대손인 이항권이 유허비와 비각을 세우고
'이락사(李落祠)'라 했다. 고...
이순신 장군의 유해는 이곳에 모셔졌다가
충렬사를 거쳐 1599년 지금의 충남 아산에 모셔졌다
지난 1832년, 이순신의 8대손인 통제사
이항권(李恒權)이 충무공의 진충보국(盡忠報國)의 뜻을
기리는 유허비를 세웠다 한다.
이 아짐씨 역사 공부 중...
울창한 송림과 대나무 숲이 충무공의 우국충정을 말해주는듯하다
세 아짐씨들의 폼이 영~...
대성운해(大星隕海)
저~기 안에 보이는 현판
박정희 대통령이 이곳에 '큰 별이 바다에 잠겼다'는
뜻으로 大星隕海라고 현판을 달았다는구마
이항권(李恒權)이 충무공의 진충보국(盡忠報國)의
뜻을 기리는 유허비 앞에서 ...
삶에 찌들린 일상에서 벗어나 역사앞에
겸허한 자세로 서 볼 수 있다는 것
이건 보충수업이다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
오늘의 뜻깊은 수업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있을거야..
남해의 갯뻘을 뒤로 하고...
뉘엿뉘엿 지는 해와 함께 남해를 떠난다
여자들의 나들이 일정은 가족을 위해
좋은 먹거리를 사는 것 밖에 자신을 투자할 줄을 모르는가 보다
이동면 어느 시장에서 참기름, 통깨, 볶아논 보리(보리차용)
지족에서 바지락조개, 새조개, 홍합, 물메기,
남편들의 저녁간식 개불, 해삼, 멍게, 풋마늘까지...
어쩔 수 없는 여편네들이여..
울산도 바다를 끼고 있기에 조개류는 아주 싱싱한데
뭣땀새 꾸역꾸역 사는지...나도 한 반년 먹을 양은 샀다만...
결국 여자의 일상탈출을
가족을 위한 먹거리 마련의 시간이였다
오늘 충전된 기분으로 가족을 행복하게
이웃을 사랑하고 아끼는 생활에 활력이 됐을거야~~~
아짐씨들! 이 기분 한 일년 우리들의 마음속에 지니자..
아짐씨들! 아자아자 아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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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낮에 피는 별이 매화라고 했지요. 숨어서 피는 꽃이라도 온통 희게 빛으로 들켜 버린 향기. 한 참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외갓집이 보인다.매화나무 사이로, . 송림죽림 지나 매화나무건드리고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굽이진 강줄기마다 오랜 침묵속에서 매화나무 키우던 시절의 애환이 들려오고 취나물 밭에 남편무덤짓고 그 곁에 매화나무 심어두고 처봄부터 나물캐다 뫼에 등 기대는 울 올캐 언니 , 봄마다 외갓집보여주는 님들 덕분
올캐가 보내준 매실 엑기스를 마시며 외가냄새를 맡는다. 좋은 소식 전하는 것은 향기를 날리는 일 고맙습니다.
아, 불현 지난해 봄에 다녀왔던 섬진강이 그리워집니다. 알싸한 매향이 코끝을 지나 이미 가슴 속까지 들어와 흠뻑 젹셔줍니다. 할미 님, 정말 아름다운 여행을 하셨군요. 봄은 봄으로써 봄을 느낀다고 실감나는 풍경사진들과 글 진정 고맙습니다.
멋진 여유로움이 부럽습니다...
가보고싶었던곳을 이렇게 사진이라도 보니 살것같네요^^감사^^
옛 정취에 맘 편히 쉬었다 갑니다. 그리고 넘 좋아 푹 담아 가겠슴다^^;
너무 멋진 일상탈출 입니다 당장 가방을 꾸리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아직 겨울 끝자락에 묻어나는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건만, 저 곱디 고운 매화의 소망은 꺽을 수 가 없었네요! 참 하느님은 오묘하시죠! 소중한 선물 감사합니다.
죄송하고 송구 시럽게 시리....글쓰는 제주라곤 없는 늙은이의 하루 일과가 요렇게 높으곳 까지 올라 올 줄을 몰랐습니다... 이왕지사 요렇게 자랑이 된바에야 그 날의 일과를 조금 덧붙여 보았습니다...그냥 봄바람에 나풀거린 제 마음의 모양새만 봐 주세요..
우리 내외도 남해로 여행을 계획중이었는데 참고를 할수 있어 반갑네요. 사진과 글로 상세히 설명 해줘서고나워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