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하거나 공공적 이상을 실현시키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자기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이상과 비전을 가졌다 해도 그것을 다수 대중에게 직접 이해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독불장군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기의 뜻에 공감하는 능력자들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자기 대신 자기의 이론을 널리 펼치고 설득하는 엘리트 집단이 필요한 것이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는 예수님의 뜻을 전파하는 핵심적 메커니즘인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욕심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따르게 마련이다. 욕심을 함께 하는 사람과 이상을 함께 하는 사람은 차원적으로 다르다. 자기와 욕심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기용해놓고 알아서 잘 해보라고 하면 이들은 실세노릇을 하면서 세를 과시하려 든다. 며칠 전(7.26) 세계일보에는 이주호 교과부 차관, 신재민 문화부 차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이 금년 초에 이명박 측근 “실세 3인방”인데 이번 개각에서 장관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추측기사가 나왔다. 가장 눈에 뜨이는 직책이 국방차관이었다. 그가 국방장관이 된다는 뜻으로 읽혔고, 실제로 이를 염려하는 소리가 군에서 들려온다.
현 국방차관 장수만은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고교 선배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이명박 후보의 선거공약과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정통 경제관료라고 소개돼 있다. 그는 “국방개혁을 추진하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고 2009년 1월에 국방부 차관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의 등장은 군에 껄끄러운 파장을 던졌다 한다. 이상희 국방장관의 인맥인 김종천 전 차관이 폴란드 출장기간 중에 전격 교체되었기 때문이었다. 차관이 해외출장 중에 있는데 차관을 교체되는 것은 인격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결례다. 이는 실세 아닌 사람의 인격을 완전 무시하는 세도정치의 발로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국방부에 가 앉은 차관의 파워는 통상의 예로 보면 국방장관을 무시하기 십상이다. 옛날 박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던 윤필용 장군은 2성장군에 불과했지만 4성 장군보다 더 실세였고, 이러한 예는 부지기수로 많이 있었다. 항간에는 장수만 차관이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보다 파워가 세어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실세를 내려 보내면서 알아서 개혁해 보라”는 것은 막가는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다. 개혁을 시키려면 개혁의 목표와 청사진을 쥐어주고 개혁하라 해야 한다.
장수만 차관은 65만 명에 달하는 군인 수를 2020년까지 51만여 명으로 줄이고, 비전투부대 슬림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 기본계획 수정안’을 확정하는 데도 간여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군사 문외한이 간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개혁을 시키려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통해 시켜야 한다. 장관과 합참의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국방문제에 대해 문외한인 경제관청 실무자 출신을 차관으로 내보내면서 국방을 개혁하라? 신문기사대로라면 대통령이 군대질서를 유린하는 것이 된다.
군대 문제, 즉 군의 시스템과 문화를 속속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필자일 것이다. 필자가 예를 들어 국방장관으로 발탁됐다 해도 필자는 대화가 통하는 부하들을 10명 이상 불러 모아 문제의 우선순위를 재정리하고 그들에게 개혁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매일 같이 교정해주면서 개혁을 해 나갈 것이다. 군의 문제라는 것은 4성장군이라 해서 다 아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가지고 군생활을 오래 했고, 군을 상대로 오랜 기간 연구를 한 필자가 더 많이 알 것이다.
군의 문제는 머리가 천재라 해서 1-2년 안에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까다로운 전문성을 요하는 군사분야를, 감히 문외한 민간출신에게 실세의 마패를 채워 내보내면서, 개혁하라 하면 군이 어떻게 되겠는가? 필자가 그런 사람 옆에 있다 해도 속이 부글거릴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 하나만 보아도 이명박 리더십의 바닥이 보이는 것이다.
 장수만 국방차관
2009.7.30.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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