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아름다운 세상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혹한의 겨울
조그마한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땅끝마을 해남 구교리
너른 들판에 펼쳐진 논밭은
추수하고 남은 볏집들이 쌓여 있고
허름한 옷을 입은
해순이가 신나게 썰매를 타고 있다
머리에는 털모자 귀마개를 하고
두툼한 털쉐타를 입고
벙어리 장갑에 쥔 송곳으로
얼음을 찍어가며 ‘랄랄라’ 썰매를 탄다
추운 겨울 날씨에 얼어 벌개진 얼굴
콧물이 흘러 옷 앞자락을 흥건히 적시고
이미 흐른 콧물은
누렇게 딱지가 되어 붙어있다
구교리 마을앞 논에는
추운 날씨에 언 논물이
커다란 썰매장을 만들었고
간혹 남은 벼뿌리가 썰매 철사줄에 걸리면
보기 좋게 ‘꽈탕’ 넘어져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잠시 얼굴만 찌뿌릴 뿐
하루종일 얼음판을 지치고 있다
해순이는 어느 계절보다도
겨울이 좋았다
하얗게 은세계로 변하는 날이면
마음이 설레이어
잠도 안 오고 밤새 서성인다
외양간의 음메소는 춥지 않은지
남은 소여물을 퍼
소여물통에 놓으며 살펴보고
앞마당의 누렁이는
잘 자는지 누렁이집안을 들여다 본다
여기저기 들여다보다 추으면
얼른 부엌으로 들어와
장작이 타다 남은
숫불아궁이에 언손을 내밀어
‘호호’ 거리며 녹이고
부억뒤 선반위에 올려진 망태기에서
고구마를 서너개 꺼내
구을려고 '조심조심' 숫불에 올려놓는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요정들만 사는 눈세상은
시기하는 어둠을 물리치고
앞마당에 눈을 수북히 쌓여 놓고
싸리문에도
해순이의 소꼽놀이 장소에도
‘몽골몽골’ 쌓여만간다
‘근데 우찌하지
장독대옆에 있는 소꿉놀이 장난감
인형들이 추으면 안되는데
예쁜 인형은 며칠 전 서울 큰 집에
다녀온 소꼽친구 신랑
사랑하는 진석이가 준건데
‘꽁꽁’ 얼어 망가지고 부서지면
담부턴 소꿉놀이 신랑 안되줄텐데‘
해순이는 무슨 걱정이 많은지
턱을 괴고
눈에 덮히는 장난감들을 바라보며
긴 생각에 빠져
고구마가 타는 줄도 모른다
오늘밤은 분명 천사들이
나를 보러 올거야
그리고 북극의 얼음 썰매를 탄
공주의 시녀가
나를 초대하러 올거야
해순이는 잠이 몰려 고개를
떨구다가 다시 고개를 처들고
눈내리는 밖을 신기한 듯
희망 가득한 눈으로 본다
어제밤 꿈에는 놀러온
북극의 공주와 왕자랑
썰매도 타고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코밑에 고드름이 열릴때까지 놀았고
그리고 오늘 다시 온다고 했는데
해순이는 눈이 한 길이상
쌓이는 바깥을 물끄러미 보며
손가락을 꼽으며 세고 있다
‘하나 둘 셋 넷.......’
열손가락을 다 세기전에 분명
북극의 요정들이 눈사이로
순록이 모는 하얀 눈썰매를 타고
방울소리 울리며 올거야
고요한 세상은 눈내리는 소리만
‘사르륵 사르륵‘ 들리는
고요한 한 밤 중
해순이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은 하염없이 오고
모든 세상이 하얀 동심의 세계로
변해가기만 한다
안방에서는 코를 골며 자는 아버지
많은 집안일에 힘들어 뒤척이며 자는
어머니의 신음소리
건너방 해순이가 잠자는방에는
동생 연순이의 ‘쌔근쌔근’ 자는 소리가
문창호지바른 문틈사이로
들려온다
기다리던 해순이는 부엌 아궁이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숫불위에 놓은 고구마는 타 시커멓고
엷게 남은 숯불의 요정이
남은 불꽃을 지키며
해순이에게 온기를 주고 있다
누런 황토흙으로 벽을 한
부엌은 해순이를 추위로부터
지켜줄려고 노랗게 익어만 간다
눈이 내리는 구교리
해순이집에는 밤새 눈이 내리고
처마밑 참새집에는
갓 깬 새끼들이 서로의 깃을
맞대고 잠들어 있다
뒷산 큰 은행나무위에는
큰 부엉이 한 마리
‘부엉부엉’ 울며 집 나간 짝을
부르고 밤은 깊어만간다
정말 아름다운 동화속 세상
해순이의 소박한 꿈이 영그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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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이 내리는 찬란한 세상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이시길요
좋은 글 영상 감사하며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늘 칭찬은 사람들을
즐겁게도
힘이 부쩍 나게도 하나 봅니다
즐거운 하루 시작이시길요
어릴때 추억이 묻어나는 시구네요*^^*
고맙습니다
어릴적 시절
추억을 더듬어 써 보았습니다
눈이 오는 날에
아름다운 영상글에 다녀갑니다
추위에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고운 발걸음에 무한
고마움을 드립니다
추버진 날씨에
온기 빼앗끼지 마시고
건강에 유념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