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mperatore 입니다. 미국 속어에는 Beltway Bandit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Beltway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나, 서울지하철 2호선처럼 환상체계의 길을 말하는 것이고 Bandit는 도적떼거리들을 말하는 것인데요. 이 단어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Beltway Bandit는 미국의 정책수립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 민간 국책연구소를 나타내는 대명사입니다.
그럼, Beltway는 어디있을까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는 환상형태의 495번 고속도로가 있는데요. 이를 Capital Beltway(수도 환상선)이라고 합니다. 이 도로 주위에 Bandit라고 까이는 민간 국책연구소들이 우글우글 몰려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어떠한 국책사업의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내걸때, 도적떼처럼 몰려들기 때문에 Bandit라고 불리는 거지요.
미국의 한 사설교통연구기관 홈페이지. 이들은 도시내 자전거 교통에 특화된 연구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Beltway Bandit들의 역량은 어느정도일까요? 미국의 국가정책에서 1급 X-Files을 보려면 미국 정부문서 보관소가 아니라 사설연구소들의 문서고를 뒤져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들은 연구소가 연구하는 카테고리에 대한 엄청난 고급정보와 솔루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들이 정부보다 더 많은 고급정보와 솔루션을 가지게 되었고, 이들이 왜 생기게 되었을까요? 미국의 프로젝트 연구용역체계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미국 연방정부, 주정부의 국책 프로젝트 연구용역은 철저한 경쟁입찰제 -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교통관련 연구는 대부분이 한국교통연구원(KOTI)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철저한 경쟁입찰로 움직입니다. 저번 지하철 수요예측 연구용역에 A라는 회사가 입찰을 따냈더라 할지라도, 이번 버스 수요예측 연구용역에 있어 A가 아닌 B나 C가 입찰을 따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2. 국책 프로젝트 연구용역은 2개 이상의 연구소가 수행 - 또, 이렇게 프로젝트를 따낸 연구소는 혼자서 연구를 하며 연구비를 타먹을까요? 아닙니다. 10개의 연구기관을 경쟁시킨다면, 그중에 2~3개의 연구기관을 합격시키며, 이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해 연구과제를의 정답을 제출하도록 합니다. 또한, 주기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하여 연구소가 놀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감시하며,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심사를 맡은 공무원들은 과제수행의 오류를 찾아내 탈락시켜야 하기 때문이거든요.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교통분야에서 늘 드러나는 '허수'와 '뻥튀기'가 미국에서는 존재할수가 없습니다. 상대방 연구기관이 오차가 거의 없는 연구용역과제를 가지고 오면, 프로젝트를 심사하는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의 공무원들은 내가 아닌 상대방 연구기관의 연구용역을 채택하기 때문이거든요.
3. 경쟁에서 탈락한 연구기관이 쇄신하지 않으면 도태 - 경쟁전에서 노하우와 솔루션이 부족해 탈락한 연구기관은,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해오든지,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여 정부기관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쇄신해야합니다. 쇄신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자신의 책상이 없어지고, 연구소의 간판이 내려갑니다. 따라서,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들은 더욱 정확하고, 효율을 창출하고, 지속가능하고, 국가의 아젠다에 부합하며, 공무원들과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신뢰성있는 과제물을 제출하기 위해 박터지게 불을 밝히며 연구에 몰두합니다.
우리나라 연구기관의 현실은 어떤가? - 철도교통을 중심으로
자, 이제 바다건너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봅시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연구소들이 있으며, 연구용역을 따내기 위해 미친듯이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은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교통분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교통분야 대표 연구기관으로는 한국교통연구원(http://www.koti.re.kr/)이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1980년대 후반, 민법 제32조에 의거 설립된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우리나라의 도로, 철도, 항공, 해운 전반의 정책과 운영과 사후관리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독점적 교통연구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인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KTX 민영화'의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교통연구원은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을 맡으면서, KTX 노선에 민간사업자가 진출할 시 20%의 운임인하가 가능하다 라고 밝혔다가, 최근에는 15%으로 정정하기도 하고, 해외의 철도운영 현황에 대해 제대로 된 사례분석도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그럼, 과거의 철도교통 관련 연구의 신뢰도는 어떠하였을까요? 아래는 KDI와 국회예산처가 분석한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평가한 표입니다.
연구용역 대상사업 |
수요예측의 정확도 |
인천공항철도 |
7% |
부산김해경전철 |
17% |
용인경전철 |
20% |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
64% |
부산지하철 2호선 |
15% |
부산지하철 3호선 |
14% |
부산지하철 양산선 |
13% |
대구지하철 1호선 |
12% |
대전지하철 1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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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광주지하철 1호선 |
12% |
평균 수요예측정확도(철도사업) |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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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게도,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철도사업의 평균수요예측 정확도는 13.5%로 미국이였다면 연구소의 존재자체가 불가능한 정도입니다. 게다가,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용인경전철 관련 비리 의혹에서는, 한국교통연구원이 봄바르디어에게 뇌물을 받아 봄바르디어사의 경전철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도록 하고, 봄바르디어가 예측한 수요예측보다 더 뻥튀기하여 용인시의 판단력을 흐려버리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라는 것을 믿고 비리까지 저지르는 연구기관이 한국철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교통체계의 미래를 제시하는 두뇌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철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을 바탕으로 한 철도교통 연구기관의 쇄신이 필요
우리나라 철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까요? 국토해양부의 등을 업은 한국교통연구원의 독점체계가 아니라, 교통연구용역에 있어 복수의 연구기관을 바탕으로 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정확하고 신뢰성있는 연구기관이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정부출연의 형태로 되어 있는 한국교통연구원을 민영 연구기관으로 독립시키고, 국가 철도 연구용역에 있어 최소 2개 이상의 연구소가 동시에 과제를 수행하게 하여 교차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도, 교통연구기관은 정확한 데이터 산출을 위해 경쟁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마저 교통연구용역에 있어서 복수경쟁체제를 통해 정확한 연구결과를 산출해내도록 하고 있는 현실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교통체계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습니다. 국가교통연구용역에 있어 한국교통연구원이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교통연구용역체계는 신뢰성 의혹은 둘째치고, 공항철도, 용인경전철 사업처럼 철도기업과, 중소도시의 큰 짐을 만들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한국철도교통의 발전을 위해서는, 코레일을 경쟁체제로 내몰기 전에 경쟁체제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한 철도교통 연구소들의 'Beltway Bandit'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민간이라도 마냥 안심할수 없는게 상위기관이나 '노프신 나리'가 입김불면 어쩔수가 없는 구조이니...
책임있고 소신있는 정책은 언제쯤 나오려나 모르겠습니다 ㅠㅠ
아마 개선 방법을 몰라서 저러는게 아니라 일부러 저러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업 좀 추진하려면 수요를 뻥튀기 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올 정도니까요.
정치인에겐 그 사업이 치적거리가 되는 한 비용 대비 효과엔 관심이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후...
"일부러 저러는거다."란 말씀에 공감입니다. 블로그에서 어느 분이, "우리나라 연구기관에도 甲乙관계의 하도급문제가 있다"라고 했으니 말이죠. 중소규모에서 참신하고 신뢰성있는 연구과제를 제출하더라도, 높으신 분들은 로비력이 있고, 알게 모르게 떡고물을 챙겨주는 뻥튀기남발 거대연구기관을 선정하니 말입니다. 중소연구기관 보호, 우대정책이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로비력이라니 생각나는데 연구기관을 다양화,민간화한다 해도 전직 관료 및 정치인을 영입한다거나(로펌의 전관예우나 인맥효과를 노린 인재영입같은거) 로비를 해버린다면,또는 국책이나 대기업이 하는 기관이 낀다면 참 어렵겠지요...ㅠ;
역시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무엇보다 연구용역의 저변을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분야만 하더라도 국책기관 (예: KDI, 한국은행)끼리도 경쟁이 되며, 민간분야에서도 대기업 그룹, 금융회사가 세운 경제연구소들(예: 삼성경제연구소)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세운 연구소들 합하면 많은 경제연구소들이 존재하고, 전문성을 갖추고 서로 경쟁하고 있지요. 그러나 교통분야는 솔직히 KOTI 하나만으로도 유지가 벅찬게 현실입니다. 교통사업에서 용역 연구의 (강제적) 의무화 및 비용 현실화를 통해서 교통연구용역의 저변을 넓혀야 보다 더 나은 연구가 나올거라고 봅니다.
동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3년후부터 교통분야예산의 3%를 무조건 사설연구소에 과제비로 할당하겠다." 와 같은 저변확대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좋은 글이라서 스크랩하고 갑니다. ^^;
저도요 ^0^
경쟁체제로 가면 담합이나 비리 같은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죠. 장단점이 있는것 같네요.
장단점이 물론 있습니다만, 담합이나 비리는 지금 더 터지고 있습니다. 지방 도시철도 연구용역은 지방에 위치한 시정개발연구원, KOTI, 기타 시민단체 연구소가 서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특정 연구원에게 독식이 되고 있지요.
지방지하철 수요예측정확도가 상당히 낮군요. 혹시 부산지하철4호선 수요예측정확도를 알수 있을까요?
해당 자료는 찾기가 힘드네요..ㅠㅠ
그런데 중국의 경우에는 교통연구 기관이 각 성마다 있습니다..장쑤 뿐만 아니라 대도시는 물론이고 성마다 있죠..저도 그것을 참고해서 고려 합니다....한국의 경우에는 너무 독점이 문제 입니다...
중국은 옛날 대약진운동시절 숫자를 뻥튀기했다가 데인 경험이 있어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거는 아니고요..중국의 경우에는 중요 도시 마자 지하철과 철도가 발전되고 고속도로도 발전되면서 90년대 말부터 교통연구 기관이 생기고 그랬습니다...대약진 운동시절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헌대 중국의 경우 정치체계상 상부기관의 입김에서 연구기관들이 그다지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는지요?
그런데 아쉬운거라면은 연구기관들의 경우에는 민간 이런거이 아니라 거의다 인민정부 산하나 성정부 산하에 있는 기관들이 많습니다..여기서 인민정부나 성정부의 산하라는 것은 그 정부의 교통국 산하 기관이라는 뜻이죠..물론 최종결정은 인민정부나 그 상급기관에서 결정권이 있지요.
@201系 중국 연구기관들 같은 경우에는 상부기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문제도 있는데, 더 큰 문제는 통계 자체가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발표하는 주요 경제지표들을 외국 투자자들이나 기관이 그대로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고요. 그리고 지금 중국에서 대규모로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있는데, 그 수요 예측을 Z13/Z14次 님이 말씀하신 각 성마다 있는 교통연구기관에서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9년 경기 부양책을 쓸 때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수요 예측이 엉터리인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죠.
아주 잘 읽었습니다. 이제 새롭게 철도 교통 시스템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로서 보다 검증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신뢰성있는 연구가 되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