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냥 토요일이었습니다.
지난 주 춘천 투어는 온몸의 기력을 소진시키는 짓이었습니다.
긍께 이번 주말은 시체놀이나 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젠장할~
테레비에서 맛집, 관광지 방송을 하는 겁니다.
속으로 긴장하고 겉으로는 생까며 게임을 하구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내일 아침엔 일출을 침대에서 보고 싶다."
"이 근처엔 그런데가 없는뎁쇼."
"잉간아, 동해 일출 야그하는거야."
ㅠㅠ
아까 테레비엔 동해안 야그는 하나두 안 나왔는데...
짐을 쌌습니다.
옷이랑 카메라 챙겼습니다.
그리고선 출발했습니다.
동해일출 구경(이라고 쓰고, 영양-영덕-포항-경주-밀양-부곡 투어라고 읽는다)은 1박2일 코스입니다.
이번이 7번째입니다. 거의 2년마다 한번씩입니다.
영양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쇠고기 국밥을 먹고, 영덕으로 갔습니다.
영덕에서 대게 사먹는 것은 병신인증입니다. 두 번 먹어보고 다시는 안 사먹겠다고 우리는 다짐했습니다.
걍 러시아산 랍스타 먹는 것이 양으로나 맛으로나 100배 이익입니다.
영덕까지 가서 5마넌짤 랍스타 사먹는 건 우리 부부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 이번엔 코스 바꿔서 정동진에서 커피나 먹을까?"
"......"
"아니다. 걍 포항가자~"
포항으로 가는 길에 바닷가 모텔 꼭대기 층에 투숙했습니다.
(주말엔 6마넌 입니다. 빌어먹을 동해안 바가지. 더 시설 짱짱한 대구 팔공산은 3마넌인데...)
그래도 일출이 머쪘습니다. 해무가 하나도 없고 뽀인트를 주는 구름이 수평선 근처에 점점이 있었습니다.
일출 중에서도 가장 죽여주는 그림입니다.
근디 사진 안 찍었습니다. 제게도 잉여새가 팔랑팔랑~~~
대충 씻고 나가보니 뒷바퀴 바람이 샥 빠져 있습니다.
일욜엔 카센타 연 곳이 없습니다.
할 수없이 보험회사 응급서비스(3회까지 무료이고 이후 견인비나 출장비 지불해야 함) 불렀습니다.
타이어 빵꾸나면 이후 일정은 보나마나 일진이 안좋습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맛없는 회를 먹었습니다.
맛이 없어서 사진 안 찍었습니다.
나올때 망치부인께서 횟집 사장님 들으라구 한마디 하십니다.
"역시 회는 삼천포가 맛이나 가격이나 최고여~ 죽도시장은 이제 통영마냥 한물갔어."
뒷다마에 꽂히는 횟집 사장님의 눈초리를 생까고 경주로 갔습니다.
경주 먹거리는 알려진 것은 황남빵(보리로 된 카스테라에 팥을 넣은 거)이고 그 외엔 그닥입니다.
보문단지에서 쌈밥을 먹었는데, 젠장할~ 돈이 아깝습니다. 관광지에선 뭐 사먹으면 절때루 안된다는 거슨 진리라눙~~~
어제 영양에서 먹은 쇠고기 국밥 생각이 간절하게 났습니다.
선덕여왕이랑 꽃보다남자를 찍은 밀레니엄 파크에 가봤습니다.
젠장할~ 별로 볼게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입장료가 18,000원이나 합니다.
입장했더니 역시나 볼게 없습니다.
이거 순전히 유명 드라마 덕으로 폭리를 취하는 겁니다.
드라마 선덕여왕 볼때는 참을만 했는데 직접 와보니 꼭 미니어쳐 보는 느낌입니다.
화랑 연무장이 경견 경기장보다 작았습니다.
천궤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스빡따끄르 하다고 주장하는 공연을 봤습니다.
그닥 스빡따끄르하진 않았습니다.
뒹귁에서 온 관광객들 70여명과 같이 봤습니다.
하나두 스빡따끄르하지 않고 유치원 발표회 보는 거 같아서 쪽팔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딴 식으루 공연을 기획한 잉간 면상에다 매직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근데 한국말 모르는 뒹귁 고딩들은 재밋다고 난리입니다.
이게 글케 재밋다니... 아오~ 후진국 백셩들...
신라와 당나라가 쌈박질하는 내용인데... 내용을 알면 재밋어할지 궁금했습니다.
가이드 아줌마랑 가이드 총각 얼굴을 봤더니 역시나 엄청 뻘쭘해 합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 해전에서 칼 맞고 바다에 빠지는 건 안하기루 했답니다.
증말 얼음이 둥둥 뜬 물에 들어가면 5분 안에 얼어 죽을꺼 같습니다.
물에 빠지는 씬 대신 신라병사 하나가 뱃전에 배를 걸치고 한 손을 물에 담근 상태로 전사하는 씬을 연출했습니다.
동상 걸리겠다 싶을 정도로 5분 넘게 손을 담그고 죽은 척 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공연이 끝난 뒤에 일어섰는데, 주인공이나 당나라 장수보다도 훠얼~~씬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미시랑도 왕장군도 아닌 이 이름없는 신라병사였던 것입니다.
여러분께 충고하건데, 밀레니엄파크에 가실 꺼라면 야간에 가시라눙~
야간 입장료는 9,000원이고 조명이랑 기타 등등 훨씬 참아줄 만 하다고 합니다.
낮에 가면 조명도 없고 무신 급조한 세트장 티가 팍팍 납니다.
밀양은 그닥 바뀐게 없습니다.
대충 보고 부곡으로 갔습니다.
부곡하와이를 패스하고서 영산에 거의 다왔을 무렵 저녁을 먹었습니다.
시래기 국으로 유명한 곳인데, 무쟈게 싱겁고 고추장도 없습니다.
원래 싱겁게 먹는 넘이지만 이건 좀 맹탕같습니다.
근디 손님이 졸라리 많습니다.
차 번호판이 전국구입니다. 쎄울차가 갱상도차보다 더 많습니다.
먹구 나오면서 입구에 보니
"건강을 위해 저염식으로 서비스하니 필요하신 분은 소금, 간장, 와사비(고추냉이)를 요구"하면 된답니다.
아까 들어가면서 왜 못봤을까...
조금 속상했지만 망치부인께서 무쟈게 좋아하시니 티내지도 몬합니다.
이틀이 지난 지금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투덜투덜대고 있습니다.
망치부인께서 출타중이시라서요...
지금 생각해도 영양에서 쇠고기국밥 먹은거 빼고는 돈 아까워 죽겠습니다.
지금 황남빵을 꾸역꾸역 먹구 있습니다.
결론은... 갱상북도엔 먹을게 없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