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cafe-editor-text">🍀<br />죽음과 영가천도 (2) / 우룡스님<br /><br />중국 당나라때 방온(龐蘊, ?∼808)이라는 유명한 불자가 있었습니다.<br /><br />불교 역사상 인도의 유마(維摩)거사와 쌍벽을 이루는 대단한 도인입니다.<br /><br />방거사는 자기뿐만 아니라 부인과 아들 딸까지 일가 4인이 모두 도를 깨쳐 '사자굴 가운데 다른 동물이 있을 수 없다' 라는 말과 같이 도인 아닌 사람이 없었습니다.<br /><br />방거사가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br /><br />그는 젊었을 때 과거(科擧)보러 가는 길에 어떤 스님을 만났습니다.<br /><br />"어디 가십니까?"<br /><br />"과거 보러 갑니다."<br /><br />"그래요? 과거에 합격해서 관(官)에 뽑히는 것보다 부처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br /><br />이 말에 방거사는 곰곰이 생각하니 부처되는 것이 바르고 더 좋은 길일 것 같아 길을 바꾸어 당시에 선승으로 유명한 마조도일(馬祖道一)스님의 문하로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여 크게 깨치게 됩니다.<br /><br />방거사는 부모에게서 상속한 재산이 많은 갑부였는데, 재물은 허망하여 도 닦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하며, 일부는 불우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눌 수 없는 것은 동정호(洞庭湖)에 쳐넣고 맙니다.<br /><br />그러고는 스스로 의식주는 해결해야 악업(惡業)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대나무로 조리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시장 바닥에서 무우 몇단 배추 몇포기를 놓고 팔아도 그만 못 팔아도 그만 오직 수행하며 살았습니다.<br /><br />말년에는 호북(湖北) 양주 땅에 들어가 바위굴로 집을 삼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걸림없이 한가한 도인이 되어 살았습니다.<br /><br />거사가 죽을 때가 되어 암굴 속에서 밖에 있는 총명한 딸 영조(靈照)를 불러 물었습니다.<br /><br />"해가 어디까지 왔느냐? 오시(午時)가 되거든 알려라."<br /><br />영조가 대답합니다.<br /><br />"해가 이미 중천에 있습니다. 아버지, 일식을 하니 빨리 나와 보십시오."<br /><br />거사가 문밖으로 나가서 해를 쳐다보았습니다.<br /><br />그 사이 영조는 방으로 얼른 들어가 아버지가 좌선하던 자리에 앉아서 합장한 채로 가버립니다.<br /><br />죽음을 그렇게 마음대로 한 처녀 도인도 있었습니다.<br /><br />거사는 해를 보고 방으로 들어가서 보니 딸 영조가 방거사의 마음을 헤아리고 먼저 죽은 모습을 보고는,<br /><br />보통 아버지들 같으면 울고불고 야단들이겠지만 "내 딸이 아주 재빠르구나" 한마디 뿐이었습니다.<br /><br />깨친 사람의 분상에서는 죽음도 슬퍼하고 괴로워 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br /><br />방거사가 딸 영조의 다비를 마치고 일주일 되던 날입니다.<br /><br />그 고을의 태수(太守) 우적이 암굴을 찾아왔습니다.<br /><br />두사람은 오랜만에 만난지라 그간 쌓였던 정회를 풀고, 도에 관한 여러 가지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방거사가 문득 일어나더니, 읊습니다.<br /><br />"빈꽃의 그림자는 어지러이 떨어지고, 태양불꽃의 파도는 거세게 물결치는구나"<br /><br />거사는 앉더니 태수의 무릎을 슬그머니 배고는 영구히 침묵하여 입적(入寂)하였습니다.<br /><br />그 소식을 멀리 떨어져 있는 부인에게 전하였더니 조금도 놀라거나 슬퍼하는 기색이 없이 담담하게 원망하였습니다.<br /><br />"이 어리석은 딸과 무지한 늙은이가 나한테는 알리지도 아니하고 가버렸으니 이럴 수가 있는가."<br /><br />태수의 사자가 방거사의 아들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전하였습니다.<br /><br />이 때 아들은 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습니다.<br /><br />그도 역시 사자로부터 애통한 소식을 듣고도 얼굴조차 변하치 않았습니다.<br /><br />다만 김 매던 호미를 놓아버리면서 "그래요?" 하고 대답하더니 서서 가버렸습니다.<br /><br />사자는 아들이 간 줄도 모르고 얼마를 있어도 마치 고목나무처럼 꼿꼿이 서서 움직이지 않자 이상하게 여기고 건드려 보니 이미 뻣뻣하게 굳어 있었습니다.<br /><br />놀라고 당황한 사자는 쏜살같이 부인한테로 달려가서 이 사실을 전하였습니다.<br /><br />"못난 자식 같으니..."<br /><br />비통해 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못났다고 나무라는 것이었습니다.<br /><br />그 뒤에 부인은 녹각사(鹿角寺)라는 절에서 남편과 아들 딸의 재를 지냈습니다.<br /><br />유나(維那)스님이 부인에게 회향축원을 청했습니다.<br /><br />부인이 머리에 꽂았던 비녀를 뽑아서 머리 뒤에 다시 꽂고 나서 "회향을 다 마쳤습니다" 하고 곧 나가 버렸습니다.<br /><br />대단한 법문입니다.<br /><br />후에 부인은 고향 사람들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떠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br /><br />불자 여러분!<br /><br />이 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까?<br /><br />아마 못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br /><br />이 두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br /><br />이렇게 죽음도 옷을 갈아입듯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수행의 힘입니다.<br /><br />#우룡스님</p><p><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99313B3359E4A7D31A' class="txc-imag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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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우룡큰스님 좋은 법문 감사 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고맙습니다. _()()()_
경주 금오산 함월사를 여러 번 거쳐 지나갔습니다.
스님이 계신 절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