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짝사랑 17회
글 조미경
입영 날짜를 얼마 남지 않은 어느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마루에
중.고등학교 동창 제선에게서 편지가 한통 배달이 되어 있었다.
편지에는 내가 살고 있는 자취집 전화 번호를 몰라서 편지로 사연을 전한다면서
자기가 기거 하고 있는 집의 전화 번호를 친절하게 적어 주었다.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지 내 군입대 전에 얼굴 한번 보자고 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군 입대 전에 집에서 쉬면서, 몸보신을 하기를 원하셨기에
군 입대를 위해 휴학을 신청한 나는 예전처럼 일을 닥치는 대로 하고 있는 터라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기꺼이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을 한 토요일 오후, 일을 마친 나는 오랜만에 면도를 깨끗이 하고
집을 나섰다. 가파른 언덕길을 걸으며 옛생각 빠져 잠시 동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졌다.
중학생때 처음 만나 우리들은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어 틈만 나면
우리들은 장난을 치며 까불고 놀았던 친구가 내 소식을 듣고 그가 있던 안산에서
서울로 찾아 온것이다.
제선이는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포기 하고, 지금은 작은 공장에서 일을 배운다고 하였다.
내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을 한 것을 보며, 많이 부러워 하며
자신도 집안이 안정이 되면 야간 대학이라도, 다니고 싶다는 작은 포부를 밝힌바 있었다.
제선이는 또한 내가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할때 나를 옆에서 말리며, 힘을 준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나를 만나러 서울로 온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지하철을 2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 타고 친구들과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나는 지하철에 자리를 잡고 앉자 마다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꿈속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안내 방송에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 서려는데
투명한 지하철 문으로 들어오는 글씨가 삼선교라 쓰여 있다.
손목 시계를 확인한 나는 아직 약속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자리에 앉았다.
약속 장소인 온달 호프집으로 향하는길 ,바람이 불자 거리에 나뒹구는 전단지 조각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린다. 바람이 불자 거리에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서, 종종 걸음으로
뛰다 시피 하고 있다. 나도 손이 시려워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고 길을 걸었다.
온달에 도착을 하자, 아직 초저녁인데도 손님들의 웃음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고
안주를 더 시키는 소리와, 종업원을 부르는 소리, 시끄러운 음악이 어우러져서
젊음의 열기가 훅 끼쳐 온다.
나는 빈자리를 잡기 위해 온달 내부를 한바퀴 도는데 메케한 담배 냄새와
그리고 안주 냄새까지 섞여서 묘한 식욕을 자극을 한다.
내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종업원이 주고 간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친다.
나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메 ... 니가 ...진수여..."
하는 우렁찬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보니 학창 시절 체육 선생님께 호되게 매를 맞던, 영철이 녀석이
거만하게 서서 나를 바라 보고 서있다.
"아따....참말로 오랜만에 본다잉..."
"니 참말로 그 영철이 맞지야?"
하고 내가 영철이 녀석 손을 덥석 잡으며 어깨를 껴안았다.
우리들은 자리에 앉아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데, 곧이어 제선이가 헐레 벌떡
우리가 있는 자리로 와서 큰 손을 내민다.
"느그들 언제 와 붓냐?"
"아따 근디 참말로 날씨가 겁나게 춥다잉!"
하고 제선이가 자리에 앉으며 너스레를 떨어 댄다.
"근디 ....진수 너 와따 참말로 니는 멋져 분다...잉,,,"
"참말로 인자 서울 사람 다 되부렀구마잉..." 하고 제선이가 내 얼굴을 바라 보며 껄껄 웃는다.
"뭣이야 !"
"나가.... 서울 사람 된지 오래 됐는디... 느그들만 몰랐제잉..."
내가 농담을 하자 제선이와 영철이 녀석이...
" 야 ...니 같은 촌놈이 ...니 같은 멍청한 놈이...사울 물 묵고 참 많이도 변해 부렀다잉..."
"그란디야...변허지 말어야 할것은 말여...우리 친구들 ...긍께...서울 대학생 친구 만들었다고
옛 친구 잊으먼 안된당께로..." 하는 말에 나는 그럴리가 없다며 큰소리를 쳤다.
우리들은 생맥주 500cc와 소시지 볶음, 치킨을 시켰다.
생맥주 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우리들 앞에 안주 접시가 놓이자
우리들은 정신없이 먹어 댔다.
온달은 대학생들 사이에 분위기도 좋고, 특히 안주가 싸고 기본으로 나오는 안주가
계속 나온다 해서 유명한 호프집이었다.
온달 내부 벽에는 까만 낙서가 파리처럼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컴컴한 내부의 조명은 못생긴 사람도 멋지게 보이게 하고, 음악에 취해서
몸을 흔들고 제멋대로 흥얼 거려도 누구 하나 시비 걸지 않아서 좋은 술집이었다.
저녁이 깊어 가자 음악 소리는 더 크게 들리고 사람들의 소음에 우리들의 대화는 끊기기 일쑤였다.
저녁을 먹지 못한 우리들은 생맥주가 두잔이 들어가자, 서로 약간씩 혀가 꼬이기 시작 했다.
나는 안주를 더이상 시키기 부담스러워서 기본으로 나오는 팝콘을 더 시켜서 먹었다.
우리들이 온달을 나온 시간이 자정이 지나 있어, 나는 내가 자취 하는 집으로 친구들을 재우기로 하고
택시를 잡아 타고 왔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