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제가 쓰기에 조금 아쉬운 면이, 한국에서 탱고가 시작될 무렵 제가 그자리에 없었다는 점에서 조금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뭐 틀린 내용이 보이면 댓글로 지적해 주세요.
1998년에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가면서 혹시 한국에 탱고가 보급되었는지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때 한국 최초의(약간 반론이 있지만, 본격적인 의미에서) 살사바인 홍대 마콘도에서 마콘도의 초창기 멤버인 아르헨티나인 라울의 강습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금요일 본격적인 살사가 시작되기 전에 30분 기초 강습을 하고 30분 탱고 음악을 틀어준다는 얘기였죠.
마침 제가 갔을 때는 라울이 아르헨티나 방문중이었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해서 제가 가져간 탱고 씨디를 부탁해서 틀었고, 거기 와있던 몇분들 부탁으로 즉석 강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초보 시절이었는데^^)
제
가 아는 한은 98년도 라울의 강습이 한국서는 최초인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라울의 춤추는 모습은 보지 못했으나, 제가
운영하던 탱고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하신 분들 중 후일 솔땅의 초대 멤버가 되신 몇 분 (리x님 등..) 증언으로는 그다지 잘
추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한국서 탱고 강습을 시작하신 분은 아르헨티나 교민인 공명규씨로, 92년 처음 탱고에 입문해서 98년 한국으로 돌아와서 식당겸 밀롱가를 여신다고 신문에서 인터뷰가 실렸었죠.
계
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99년도 부터 탱고 강습을 시작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0년 초인가 한국에 방문했을때 모
레포츠센터에서 하는 강습을 구경갔었는데, 당시에 공명규씨는 아르헨티나를 방문중이었고, 송연희씨, 헨리님, 까를로스님등이 여기서
연습하고 계셨었죠.
비싼 강습료와, 잦은 아르헨티나 방문으로 이 강습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공명규씨에게 오래 배운 분도 있고, 잠시 있다 바로 독립하신 분들도 있습니다만, 이 곳에서 실질적으로 솔땅과 상관없는 1세대 땅고인들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당시 성공님과 은주님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심히 탱고를 배우고 계셨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때는 보라매 공원의 체육관에서 (이게 제가 대학원 시절 여의도에 독일문화원에서 기증했던 복합 문화시설 '쿤스트 디스코'더군요
여기서 Xenakis의 음악을 들었었는데.. 참 놀라운 재회) 이준씨 (후일 행보칸, 삼바칸 커플)의 주최로 나혜석씨의 무료
스윙 강습이 있었습니다.
마이클, 매직킴, 임수길씨등 살사의 당시 대가들이 이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게시판을
통해서만 알던 사람들을 거기서 만나니까 즐겁더군요. 그 사람들과 자리를 옮겨서 당시에 새로 생겨 잘나가던 살사 클럽 말만에서
같이 살사를 추기도 하고 한 두곡 탱고를 틀어서 댄스스포츠 동호회 분과 같이 간단한 탱고를 추기도 했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2000년 2월 두 분은 돌아와서 살사와 탱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최초의 인터넷 카페 "라틴속으로"를 다음에 개설했고. 카페등을 돌아다니며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그해 여름 두 분은 서울 홍대에 라틴속으로 연습실을, 대전에는 라틴바 아수까를 만들게 되고 드디어 우리가 아는 솔땅과 대전 땅겐미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죠.
2000년 8월 제가 다시 일본서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서 아수까 1기, 솔땅 1기 분들과 만나게 됩니다.
아직은 빤짝빤짝했던 라속연습실에서는 아직도 가끔 얼굴을 보이시는 솔땅의 1기 분들을 볼 수 있었고, 지금은 살사만 하시지만 당시는 탱고에 더 열심이시던 씽킹걸님의 치마를 피니쉬로 찢어버리는 만행도 저질렀습니다.
즉석 요청으로 밀롱가를 강습해 드린 기억이 나네요. 성공님 말로는 솔땅 최초의 밀롱가 강습이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
만든지 얼마 안되서 홍수 피해를 입었던 아수까에서는 이미 장래에 대가가 될 자질을 보이셨던 페닌슐라님을 비롯해서 터줏대감 라퓨타님등이 연습하고 있었죠.
참 행복했던 기억입니다.
당시 밀롱가는 서울에서는 지금도 계속되는 한국의 밀롱가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연습실 토요 밀롱가 하나 뿐이었고, 대전에는 아수까의 수요일 밀롱가 였습니다.
지금 토요일 밀롱가 운영하는 기수분들은 말하자면 한국의 밀롱가의 역사를 이어가는 셈이죠.
그 후 2년간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아서 게시판을 통해서만 한국 탱고의 변화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해에는 대구에 라속이 생기며 전국적인 동호회로 발전해 나갔죠.
솔땅은 개방적 운영, 회원등급을 두지 않는 원칙, 선배기수가 후배 기수를 가르치는 품앗이 제도등을 도입하며 후일 개설되는 수많은 댄스 동호회들의 모범이 되었죠.
솔땅 이외에서 출발한 동호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고, 솔땅에서 출발해서 독립한 강남 중심의 LnT, 아르떼등의 동호회들도 만들어 졌습니다.
동호회가 많이 생기면서 밀롱가들이 몇 개 더 생겨 났으나 장소 문제로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압
구정의 카사 살사, 강남의 헬로 라틴, 마콘도, 건대입구의 피에스타, 라틴 플러스 원, 많은 살사바, 엘땅고, 아름다운 땅고등의
동호회 연습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밀롱가를 열었지만,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고 인기가 있었던 곳은 다음 세 곳이었습니다.
은주님과 성공님이 운영하던 보니타의 화요 밀롱가, 솔땅 자체 운영의 연습실 토요 밀롱가, 그리고 처음에 청담동의 저스트포유, 나중에는 압구정 리코에서 까를로스님이 아르헨티나로 떠나기 전까지 열던 에땅 밀롱가 였죠.
이
때만 해도 사람들은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탱고를 추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3년 전 지금의 땅고 오나다가 생기고 조금 후 압구정에
땅게리아 델 부엔 아이레가 생겨서 거의 매일 밀롱가가 열리게 된 후에는 장소를 옮겨다니던 대부분의 작은 밀롱가는 사라졌습니다.
해외에서 온 선생들은
2001년 은주 성공님의 두번째 부에노스 아이레스 방문때 데려온 젊지만 뛰어난 커플 세바스찬과 마리아나가 최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2달간 서울에 머무르며 솔땅의 최초의 외국인 품앗이로서 한국에 수준높은 탱고를 보급했죠.
이들은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 "탱고"에도 출연했고, 유럽에 정착해서 아주 유명한 댄서들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 마산의 댄스스포츠 선생인 박미씨가 초청하여 2년인가 3년인가 연속으로 한국에 와서 강습한 노련한 선생 치체와 마르타 부부가
있었습니다. 다른 선생들과 달리 지방을 중심으로 강습을 했죠. 이분들도 영화 "탱고레슨"에 출연하는 등 지명도가 높은
선생이었습니다.
2002년에는 유명한 로베르토 레이스가 역시 성공 은주 님의 초청으로 왔었고요. 기제르미나 키로가와의 공연과 새 파트너와의 강습도 있었죠.
그 밖에 다른 동호회 주최로도 많은 유명한 선생들이 찾아왔습니다. 아름다운 땅고 초청으로 알리시아 몬티, 공명규씨 초청으로 로베르토 에레라 등등..
워싱턴 볼티모어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한국인 탱고선생 박찬경씨도 두 번 한국을 방문해서 강습회를 열었습니다.
작년에는 동시에 유명한 댄서 세 커플이 찾아와 제 1회 서울 탱고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었죠.
해외에서 많은 선생들이 한국을 찾아와 워크샵을 가지고, 해외 탱고 페스티벌이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하는 한국의 땅게로들도 많아지면서, 실력과 경력을 갖춘 선생들이 한국에도 많이 생겼습니다.
2005년에는 라속출신의 화이님과 하비에르님이 세계 땅고대회에서 1등 (준우승)하고 페닌슐라님이 아르헨티나 파트너와 결선진출하는 큰 성과도 거두게 되었죠.
전체적으로 탱고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도 높아져서 광고나 영화, 드라마에서 아르헨티나 탱고를 볼 기회가 많아 졌습니다.
1
년전인가 연말에 일본의 푸로 땅고를 운영하는 아르헨티나인 파에스씨가 오나다에 다녀갔었는데,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본의 지인에게 한 말을 하나 걸러 들었는데, "서울의 탱고는 동경의 탱고보다 최소한 5년이상 앞서있다." 라고 했다는 군요.
또 한국에 오는 많은 외국 땅게로들이 놀라는 사실은 한국의 탱고가 젊다는 것입니다. 중년이상의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의 땅게로들은 정말 젊죠.
단기간에 우리보다 역사가 긴 다른 나라를 따라 잡은 춤에 비하면 한국의 탱고 음악은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 1년전만 해도 한국의 탱고 음악이라면 아르헨티나 교민 듀엣 오리엔탱고가 전부였었죠.
하지만 1년사이에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가 왔는데요. 정통 아르헨티나식 땅고를 추구하는 네오마이스터징거의 출범이 그것이죠.
이
시작이 솔땅 5주년 파티였습니다. 당시 파티에 왔던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씨와 음악가이신 교주님이 만나서 결성하게 된것이죠. 곧
뛰어난 연주인들을 영입해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 왔는데, 음악적인 취향이 다른 고상지씨가 솔로로 빠지는 바람에 지금 좀 주춤하지만
곧 연주회도 개최하고 활동을 계속한다고 합니다.
고상지씨는 고마츠 료타에게 반도네온을 사사받으며 모교인 카이스트의 실내악단과 공연도 가지는 등 역시 열심히 활동중입니다. 재능이 뛰어나서 미래가 기대되는 음악인입니다.
페닌슐라님과 같이 아르떼를 결성했던 레오나르도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학교에서 2년째 반도네온을 배우시고 계시는데요, 전에 다녀가셨을때 꽤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에 합격해서 연습생으로 입단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통적인 아르헨티나 탱고라고 볼 수는 없지만, 피아졸라의 탱고, 그리고 유명한 탱고곡들을 주 레파토리로 연주하는 탱고밴드가 둘 이 생겼습니다.
작년에 결성된 "대단한 밴드"로 미소녀밴드로 유명한데, 키보드, 베이스기타, 두대의 아코디언 등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첼로, 해금, 가야금, 타악기등을 포함한 퓨전밴드로 발전했습니다.
또한 종합음악학교의 젊은 음악인 (여기도 주로 여자들)이 결성한 피아졸라의 탱고와 게임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낭만음악대"라는 밴드가 있습니다.
길거리 밴드를 추구하며, 청계천에서 야외 공연을 정기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타악기,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아코디언, 클래식 기타등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하는군요.
탱고는 춤과 음악이 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즐기는 사람들도 그렇고 전문 공연단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더욱, 음악과의 밀접한 관계가 필요하겠죠.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자료로군요. 멋지삼.
어허~ 탱고땜에 우리나라 물리학의 발전이 주춤대는군요.
옆방으로 퍼갑니다^^
아하~~~이렇게 우리나라 탱고가 발전했군요^*^ 순천라틴댄스클럽 순땅으로 모셔갑니다
멋진글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카페에 들렀는데요 이런 좋은 글이 있다니....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담아갑니다. ^^
잘 봤습니다~~ 서생도 가져갈께요~
음..지난 추억들이 한눈에 주루룩~~ 넘 멋진글이예요 ^^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d^^b
저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