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도 불교 배웠던 성자”
최근 《법화경과 신약성서》 증보판을 출간한 민희식 교수. 수십 년 간 불교와 기독교, 간다라 연구에 몸 바쳐 온 그에게 불교와 기독교의 관계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 최근에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하면서 두 종교 사이의 관련성을 치밀하게 밝혀 낸 《법화경과 신약성서》 증보판을 내놓으셨습니다. 불문학을 전공하신 대학자이신데, 불교와 기독교를 공부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렸을 때 외할머니께서 항상 저를 업고 절에 가셨어요. 불교를 공부하게 된 것은 이런 추억이 기반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1959년 말 정부 장학생으로 프랑스에 유학을 갔었는데, 그 때 미쉘 위똘이라는 교수가 현대불문학 강의를 하면서 ‘전공 공부를 할 땐 항상 다른 공부도 같아 하라'고 하셨어요. 전공만 공부하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씀이셨지요. 그래서 불교를 공부하게 됐습니다.
또 한 가지 계기는 기독교 문학작품을 보고 난 뒤였습니다. 중세기 불문학을 강의 하면서 중세기 기독교 전성기 문학작품을 보니까 어렸을 때 들었던 불교 설화 얘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어떤 책은 부처님 생애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불교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 인도불교는 카니시카왕 때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에 대해 한말씀 해주시죠.
대승불교는 간다라 카니시카왕 때 일어나 실크로드 통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 불교 90%이상은 간다라 불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반야경이나 법구경이 나온 곳이 간다라 쪽입니다. 그게 네 번째 결집 때 기록된 것이지만요.
카니시카왕은 그 당시에 쿠샨 왕조의 왕자였지만 어렸을 때 코탄에 갔었습니다. 불교가 인도에서 먼저 나왔다고 하지만 코탄 지방은 불교가 제일 일찍 싹튼 곳입니다. 코탄에서 카니시카왕은 20살 정도까지 지냈는데, 그때 법화경을 굉장히 많이 공부해 통달했습니다. 카니시카왕은 코탄의 통치 이념을 불교로 바꿨습니다. 그 영향으로 불교는 전래없는 발전을 이뤘지요.
△ 불교의 중요한 대승불교 경전으로 열반경, 법화경 등이 있습니다. 법화경은 언제 편찬되었고, 신약성서는 언제 쓰여졌는지요?
법화경이 편찬된 시기는 기록으로는 카니시카왕 때인 기원 후 1세기 경입니다. 신약성서는 그 무렵에 가까웠으나, 오늘날 우리가 보는 신약성서는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확정된 것입니다. 그 이전 것은 많이 있었는데, 금지됐었죠. 기독교를 만든 사람은 바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약성서에는 바울의 편지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바울의 묵시록은 빠졌거든요.
왜냐하면 바울이 선교활동 할 때 조직에서 횡령하고 나쁜 짓 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바울은 성격이 굉장히 고직식해서 그걸 못 봤어요. 그것을 일일이 지적해서 써놨는데, 그걸 읽어보면 기독교인들이 나쁜 짓만 한 걸로 보입니다. 그런 기독교의 못된 사제들의 생애를 그려내고 비판한 것을 읽으면 안되게 돼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토마스 복음서처럼 불성내재론, 불교 냄새가 많이 나는 사상적인 것은 피했습니다. 교회 유지가 안되기 때문에 다 없애 버리고 60개 중에서 4개만 남았습니다.
△ 토마스 복음서에 대해 소개해 주시고 법화경과 신약성서 연구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토마스가 탁티바히에 쪽에 머물면서 쓴 논문이 17가지 정도 됩니다. 거기에 법화경 관련된 것들이 있습니다. 토마스는 예수님 제자입니다. 유명한 독일의 학자 중에 슈타이너가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불교와 기독교에 관한 논문을 굉장히 많이 썼습니다. 슈타이너는 자신이 쓴 글 중에서 ‘누가복음은 불교를 가장 알기 쉽게 쓴 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가복음의 핵심적인 내용이 ‘탕아의 비유'입니다. 이런 내용은 다른 경전에서는 많이 있지만, 법구경은 격언집으로 돼 있어서 논하기 힘들고, 법화경은 전체가 28장이 하나의 면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슈타이너의 이론에 근거해서 보면 법화경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법화경과 신약성서를 주제로 다룬 것입니다.
△ 자칫하면 책이 기독교 신자들에게 ‘예수는 석가모니 제자에 불과하다, 못난 종교라는 뜻이냐' 라고 받아들일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쓰셨는지요?
톨스토이의 부활을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질문하는 것이 있습니다. 베드로가 “사람이 죄를 지으면 몇 번 용서해 줄 수 있느냐?”라고 묻자 예수님은 “열 번이라도 용서를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거기서 느낀 것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계속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두 번 용서하는 문제가 아니죠. 예수님은 그 자체로 구세주예요. 이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핵심은 인류가 서로 이해하고 서로 사랑하고 그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는 부처님이나 예수님이나 똑같습니다. 시대만 부처님이 500년 앞선 거죠. 거기에 우월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다음에 바울 같은 사람은 예수님이 인류를 위해 대신 죽었기 때문에 십자가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 말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말대로라면 예수님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다 지옥가야 되는 겁니다. 아무리 기독교인이라도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곤란합니다.
△ 종교 교주들의 메시지 자체를 보면 공통적으로 비폭력적이고, 사랑을 얘기하고, 자비를 얘기합니다. 한국은 다종교 사회의 대표적인 곳인데 종교 간의 화합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교회도 가보고 이슬람 모임에도 가봤습니다. 각 종교마다 좋은 게 많습니다. 코란이나 성경, 불경도 다 좋아요. 불교·기독교·이슬람 등 각 종교의 좋은 얘기만 모아 책으로 만들어 전 세계인이 그것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류가 종교 문제로 싸울 일이 없겠지요. 가능하지 않겠지만 그런 운동도 필요합니다.
세계 각국을 돌며 절실히 느낀 것은 각 종교마다 타 종교자체에 대해서는 반발을 많이 느낍니다. 파키스탄에 여러 번 갔었는데, 한 번은 강의를 해달라고 해서 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가다 무덤에서 해골 물을 마신 이야기를 해 주었죠. 종교 얘기가 아니라 마음의 다양성에 대한 것이었는데, 현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무엇이든 그 자체로 좋은 것은 만인에게 좋은 것이기에 굳이 종교를 내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교간 문제가 생깁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리가 불편한 독실한 불자 한 분 있었어요. 한 번은 프랑스 루르드로 그 사람을 데리고 갔습니다. 루르드는 기도를 많이 하면 몸이 낫는 등 기적이 많은 가톨릭 성지입니다. 그 분은 불교 신자라 ‘성모마리아'를 부를 수 없다고 망설였죠. 그래서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며 기도 해보라고 했더니 열심히 하더군요. 루르드에선 아픈 사람들이 몇 만명 찾아오는데 겨우 한두 명 나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열심히 기도하던 그 분이 완치되었습니다.
루르드 대성당 주교가 그걸 알고 축하를 하러 왔어요. 대주교에게 “그 사람은 마리아를 부르기가 싫어서 관세음보살을 염송했다”고 했더니 대주교가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병만 나으면 되지요”라고 하더군요. 주교는 경사가 났다고 미사도 안들어가고 좋아하더군요. 그 대주교는 진짜 기독교인입니다.
한국에 오니까 가톨릭 신자들이 그 불자에게 가톨릭 성지에서 영험을 입었으니 가톨릭을 믿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러면 가톨릭을 믿어라.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아서 죽는다”고 했죠. 결국 가톨릭 신자가 되었지요. 저는 그게 불만입니다. 사람의 병을 고치면 된 것이지, 거기에다 종교를 갖다 붙이는 건 안 될 말입니다.
△ 현대인들은 남의 종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보여집니다. 프랑스에서도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가요?
프랑스에서는 비교적 종교에 대해 관대합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 중부지방에 가면 티베트 사찰과 똑같은 사원이 있습니다. 티베트 사원에서 2달 동안 수행을 하는데 사방에서 천여 명이 몰려와 같이 식사하고 수행도 하고 즐겁게 지냅니다. 기독교인들도 많이 오구요.
특히 큰 교회들은 오래돼 수리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신도가 줄어 재정이 어려운 상황인데요. 선(禪)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만다라 전시회를 열어 부족한 재정을 보충합니다. 그러한 전시회를 열면 사람이 많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불교 얘기를 하면 재밌게 듣습니다. 절대 적대시 하지 않지요.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 향후 계획이 있으신지요?
기회가 된다면 불교·기독교·이슬람 등 각 종교의 경전에 나와 있는 좋은 말씀을 엮어 발간하고 싶습니다. 인류가 종교로 인한 다툼없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그것이 제일 먼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계속 연구해서 《법화경과 신약성서》를 더 완벽하게 만들 계획이예요. 간다라 역사문화연구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민희식(74) ·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불문학 박사 ·서울대·성균관대·이화여대· 한양대 교수 역임 ·1984년 펜 번역문학상 수상 ·1985년 프랑스 문화훈장 수여
◇윤원철(53) ·1979년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종교학과 박사 ·1994년 스토니부룩 뉴욕주립대 종교학과 박사 ·1994년~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2006년~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 분과 전문위원 |
첫댓글 훌륭하신 불교학자시며 신자이신 민박사님을 존경합니다 늘 건강 하십시요..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민박사님께서 대외용이라 점잖게 말씀하시지만 사실 기독교의 허구(예수의 생애를 비롯)에 대해서는 너무나 꿰뚫고 계십니다. 다만 종교간의 융화를 위해서 두리뭉실하게 대하시는 것입니다. 불자님들은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종교는 다 같은 것이라는 등..
예수님은 이십대 초반을 전후하여 인도에서 수행하다가 티벳으로 가서 불교에 심취 했습니다. 물위를 걷는 것도, 병 치료 하는 것도 다 불교에서 배운 것인데 불교쪽에서 보면 아라한이면 다 하는 일들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예수님은 불교를 밴치마킹 한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의 뿌리는 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글 잘보았습니다.불교가 쇠퇴하고 있다고 다들 걱정인데 이런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너무나 글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불교가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세상 모든 이들이 불법을 만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