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어떻게 햇살을 받는지
꽃들이 어떻게 어둠을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린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생의 빛살], 문학과지성사, 2010.
카페 게시글
시사랑
언젠가는 / 조은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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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31 15:16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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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쭈욱 읽다보니, 읽고나니 가슴이 짠해지는 시네요. 상한 마음 곱씹는 버릇, 저도 가지고 있거든요. 제가 상한 마음 곱씹는 동안 놓치고 있었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슬퍼하지 말고 가만히 반성해보고 싶어요.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받기만 하는 것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 시사랑에게 플로우님께 감사하는 마음도 늘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가슴 찡한 게 좋은 아침을 만들어 주네요...
좋은 시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는........깨달아지는 그날이 오겠지요?
아침에 발견하는 가슴을 울리는 시...이래서 시를 사랑할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