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말로윈...
워어...충격이 상당하네요. 테익2를 처음 들었던 느낌에 버금가요.
뭐 다들 복잡하다 난해하다라는 첫 인상은 비슷할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복잡함'에 대해 듣자마자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서태지의 곡 구성에 대한 실험이랄까요? 구성력이요.
그래서 그 포인트에 대해 감상평을 써볼까합니다.
일단 크리스말로윈들을 듣고 알쏭달쏭 정신없게 만드는 요소가
지독시리 애매한 1, 2절과 후렴의 구분인데요...
계속 들어보니 아래와 같이 구분이 되더라구요.
z - a - b1 - c - z - b2 - c - d - e - z' - a
(가사와 함께 상세한 구분은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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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전주 - 삑뽁삑뽁
a
긴장해 다들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b1
넌 이제 모두 조심해 보는 게 좋아
(Just like a butterfly to check and verify)
왜냐하면 산타가 곧 오거든
내가 값진걸 베풀지 너희에게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아님 말지 뭐 싹 다 뺏겨
c 후렴
애꿎은 마녀를 포획한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
(Too Legit but in a Tricky way)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자 Trick or Treat)
z 간주 - 삑뽁삑뽁
b2
나 역시 몸만 커진 채
산타가 되었어
(Just like a butterfly to check and verify)
이것 봐 이젠 내 뱃살도 기름지지
이젠 내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꿈깨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
c 후렴
d 브릿지1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온정을 원한 세상에
e 브릿지2 (랩)
요람부터 무덤까지
From the Cradle to Grave
난 안락함의 Slave But
달콤한 케익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
He's Checking it double
You Better not cry
z' 간주
a
긴장해 다들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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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구성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게 참 일반적인 가요와 너무 다르게 만들어진게 느껴져요.
참고로 일반적인 가요는,
z(전주) - a1(1절) - b(후렴) - (간주) - a2(2절) - b(후렴) - c브릿지 - b(후렴) - z(후주)
처럼 1, 2절이 대칭이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곡 말미에 브릿지와 함께 후렴을 한번 더 반복하죠.
(이때, 마지막에 전조를 하는 경우도 꽤나 있구요.)
매우 대칭적이고 대중적인 구조.
다시 크리스말로윈의 구성을 보자면,
z - a - b1 - c - z - b2 - c - d - e - z' - a
심지어 도입부의 전주(z)와 마무리의 후주(z')가 아주 같지도 않아요.
대칭을 의도적으로 깨트린 게 눈이 띄더라구요.
브릿지를 d와 e로 이중으로 넣은것도 특이하구요.
사실 이러한 곡구성의 실험은 서태지가 심심찮게 했지만,
8집에서 그게 꽤 드러나더라구요.
특히 Coma를 보면 알 수 있어요.
Coma의 곡 구성은,
z - a1 - b - c - d - a'2 - b - z
여기서도 곡 중간 브릿지가 두 개로 들어와있고 (c, d)
특이하게 2절(a'2)의 길이가 1절(a1)의 절반이에요.
무난하게 흘러가는 곡 같지만
요런식으로 구서을 꼬아놓은게 신기했거든요.,
(가사와 함께 상세한 구분은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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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전주
a1
오랜 시간이 지나가버렸지
어떻게 난 아무런 기억들이 나질 않는 걸까
수 많던 저 인파들 속에서
본 적 없는 저 낯선 풍경이 나를 노려 보네
b 후렴
높게 올려 쌓은 담 이 단절 속의 난
나의 꿈에 거짓을 고한 이후
그 향긋했던 약속의 이 도피처로 돌아온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는걸
c 브릿지1
그 누구도 I Can't Keep Going
아무튼 난 저 인파에..
d 브릿지2
저 인파 속에 난 어째서
다시 상처를 입을까
You See The Lie?
눈을 감은 채 무리 속을 다'홀로 걷고 있어
아무튼 난 저 인파에..
a'2
무력함 저 TV가 내게 약속할 때
어차피 난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저 웃지
b 후렴
높게 올려 쌓은 담 이 단절 속의 난
나의 꿈에 거짓을 고한 이후
그 향긋했던 약속의 이 도피처로 돌아온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는걸
z 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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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번 크리스말로윈은 이러한 곡 구성에 대한 실험을
덥스텝이라는 장르적 요소와 함께 요리조리 꼬아보고 비틀어본 작품같아요.
아마 대중성은 확보하기는 어렵겠지만,
곡 구성에 대한 비틀기와 실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곡이 아닌가싶어요.
이만 크리스말로윈 듣자마자 적어본 감상평입니다.
내일 들어보면 또 어떤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암튼 Moai도 그랬지만,
서태지의 곡은 이런식으로 디테일하게 뜯어볼만한 요소가 곳곳에 있어서 잼있는 것 같아요~
나름 결론:
- 서태지 솔로 곡 중 Take2을 최고의 곡으로 꼽는 저로서는 이러한 난해함을 기다렸습니다.
- 분명 시간이 지나면 이 지독시리 비대중적인 곡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 믿습니다.
- 서태지식 덥스텝에는 '뽕삘'이 가득합니다ㅋ
(이런 뽕삘은 4집의 Yo Taiji에서도 이미 시도 되었던 부분이죠ㅋㅋㅋ)
- 작곡에 대한 치밀함이 돋보이는 서태지 만쎄~ 크리스말로윈 만쎄~ㅋㅋㅋ
(기다리길 잘했어, 형ㅠㅠ)
첫댓글 잘 읽엇습니다
혹시 옛날에 moai 분석글 올리셨던 분인가요?? ㅋㅋ 다음 뮤직 쪽에요
아뇨, 간간히 카페에다 분석글을 올리긴 했지만, 다음 뮤직에는 글을 쓰진 않았어요^^
@드뮐미스터 아 그런가여 ㅋㅋㅋㅋㅋ 말투가 비슷한거 같아서요
저도 코마 듣고 생각했던 부분 인데 7집 까지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는데 8집 부터 그런 시도가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에요..
저는 어렴풋이 생각만 했는데 이렇게 정리까지 해보셨네요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8집에서는 COMA를 곡 구성 때문에 꽤나 아꼈거든요ㅎㅎㅎ
그래서 듣자마자, 이 양반이 COMA에서 얻은 성과물을 정줄놓고 확장하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어서 써 봤어요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갠적으로는 곡 구성의 뒤틀림에 대한 어떤 미묘한 감정을 의도한 곡이 아닌가..라는게 제 생각이에요. 그래서 들으면 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걸 의도하고, 또 그렇기에 재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봐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동감합니다^^
COMA가 말미에 빵 터지는게 없다고 평소 생각을 했는데,
이번 클리스말로윈에는 뒷심을 주려는 노력이 느껴져요ㅋ
요것도 평소 자신의 작품들에서 이리저리 실험을 해 봐야 얻을 수 있는 감각이지 않을까합니다.
하.. 동감입니다. 코마는 전주부분에 쏟아붓더니 그냥저냥 끝나죠. 전주만 들었을 때는 오~~ 했는데 전주에 비해 클라이막스라고 할 부분이 터져주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서태지 8집 부터 저런식으로 구성 만들었어요..
특히 버뮤다, 줄리엣 처음 들을때 구성이 뒤죽박죽 처럼 느껴지는 것 처럼
이번 노래도 곡 구성이 지난 8집 처럼 만들었더군요
근데 솔직히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이 있거나 기억에 남는 파트가 있으면
진짜 명곡 이겠지만.... 그런게 없어서 상당히 아쉽네요
차라리 맨처음 "긴장해 다들" <--- 이 부분을 좀더 살렸으면 하는데
줄리엣도 곡 구성에 대한 실험이 돋보이는 곡이죠ㅎ
다만 싸비부분이 좀 아쉬웠던...ㅠ 반면 버뮤다는 훌륭했구요ㅋ
요즘은 대중음악이 대칭성을 탈피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기때문에... 저는 소격동이나 이 곡이나 리프가 참 인상적이네요. 귀에 잘감기는 리프를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 뮤지션이 서태지씨죠.
잘봤습니다!!!
흥미롭네요!
전 오히려 덥스텝같다는 느낌은 안들었어요.
UK덥스텝이라고 하긴 너무 화려하면서 복잡하고
브로스텝이라고 하기엔 우블베이스가 없고...
좋은 분석이네요. 서태지의 이런 실험이 반갑고 신선합니다.
지난 앨범에서 얻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레고가지고 놀듯 곡을 가지고 노는 그 실험심과 모험심 땜에 서태지 곡을 참 좋아라합니다ㅋ
줄리엣이 한번듣고는 내가 뭘 들은거지 했는데.. 이것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