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바른다
2011. 10. 26. 임보리
짧지 않은 마흔다섯
가지가지 오만 가지
어머니 애 간장 복장
다 태웠던 불효자식
다시 화장품을
일곱해 만에 바른다
법정 스님 간결한
무소유 가르침,
물질은 무소비하셨으나,
맑은 마음 펑펑 쓰고 가신
전우익 선생님 모범
평생을 따르고자 했으나
몸으로 따른 것은
딱 하나,
치약, 비누 말고
얼굴 치장하려
어떤 것도 쓰지 않은
겨우 몇 해
이제 그나마도 못 지키겠다
자식 늙어가는 줄은 모르고
꺼치렇다 까맣다 머리가 허였다
날마다 지청구하시는 어머니
아직도 포동포동 뽀얗던
아기모냥 보이시나보다
직접 발라주시는 스킨 로션 화장품
뭐라고 마다하랴
거친 얼굴, 허연 머리가
밉고 애닯다
시월 초하루
농약 안 치고 깨깟이 지은 벼
바심해서 처음 뽀얗게 찧은 쌀
사람 먹기 전에 부처님 전에
올리셔야 한다며
햅쌀 반 말 가웃을
거뜬히 지시고
어머니,
절에 가신다
사지육신 멀쩡하고
바르고 곧은 가르침
놓지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 가짐
어머님
절 공덕이다
무릎이 벗어지도록
백만 번 절하신
어머님
절 공덕인 게다
얼굴이나마
곱게 단장하려
화장품을 찍어 바른다.
카페 게시글
맑은 자유게시판
화장품을 바른다
보리..
추천 0
조회 92
11.10.27 11:4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