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에 또 하나의 상사화 된 남자
채린(綵璘)
멀찌감치 바라보던 산
망막에 비친 씨알 하나 발견하고
산을 오른다
다람쥐 도토리 한 개 줍고
단풍 이파리 하나 따서 가슴에 척 붙이는 남자
또 한 개 도토리 줍는 다람쥐
붉은 이파리 또 한 잎 따서 가슴에 붙이고.
내일은 도토리 3개
모레는 단풍 다섯 닢......
짧지 않은 가을밤
그 숫자를 세느라
하얀 밤을 온통 밝힌다
눈사래 하는 단풍잎
너도 내 것
너도 내 것
多 내 것
혹부리 영감처럼 마구마구 앞섶에 담는다
하늘다람쥐 재롱에 가슴은 바래고 문드러져
단풍 된
붉은 심장 다 드러내고
허허로이 웃는 남자
가을 내내 그려낸 수작
또 하나의
상사화 빚어낸다
가을빛에 또 하나의 상사화 된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