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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공습경보
민영화! 한국에서는 공기업 민영화니,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민영화는 안 하더라도, 선진화는 하겠다고 하고 또는 영리 병원은 설립하겠다고 한다. 결국 같은 내용을 이름만 바꿔서 자꾸 들이 밀고 있다. 어쨌거나 지금 정부에게는, 민영화는 경제 살리기와 같다라고 느껴지는 절대 절명의 달성 과제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어련히 나라를 위한 것들일까 싶지만, 과연 다달이 국민 의료 보험비를 달랑 13,000원 내었던 분이 민영화 할 때의 그 보험비를 감당하실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의료 보험 민영화는 미국산 쇠고기 졸속 협상 때 외쳤던 “싸고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아닌데 국민들을 무엇으로 설득할 셈인지?
의료 민영화에 관한 글들은 참 많다. 영리병원에 관한 내용만 찾아 보아도 아주 복잡한 법적 해석도 많다. 그런데 나는 아주 간단하게 민영화 외치시는 분, 보험 없이 미국 와서 며칠만 아파 보시라 하고 싶다. 단 한 번에 그것이 얼마나 최종 소비자인 환자에게 편하지도 않으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철저히 최종 소비자의 입장에서 쓴다. 의사들이나 의료계 종사자 분들이 한국은 의료수가 너무 낮다고 딴지 거는 것 사양한다.
미국의 노인들이 국가 의료보험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미국의 직장 보험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4인 가족 기준으로 1년에 의료 보험비를 약 천 만원이 이상 지출하게 된다. 백 만원이 아니다. 일 년에 천 만원!! 한 달에 백 만원이 넘는 돈을 "의료 보험비" 로 낸다. 소득에 따라 낸다고?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한국은 국영이기에 부자들에게 많이 거두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나눠 쓰는 제도 (이것이 바로 선진국 제도이다) 이고, 미국은 부자던 가난하던, 중간이던 그냥 자신이 선택한 보험을 사서 내야 한다. 단, 미국 정부에서 극빈자로 분류한 사람은 정부 보험의 혜택을 받으니 제외!
즉, 생명 보험을 들 때 부자라고 똑같은 보험비를 다달이 비싸게 받지 않듯이 의료보험도 똑같다. 왜냐? 민영이니까.
그런데 보험회사가 무엇 하는 회사인가? 이익을 내야 하는 경영체. 이익을 내는 방법은? 많이 거두어 들이고, 조금 지급한다. 너무 심플하다.
당연히 많이 거둬 들이고, 지급 거부하는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민 의료보험의 지급률이 90%, 미국 보험 지급률이 30%. 비교가 되지 않는가?
그러면 여기서 드는 의문, 보험 지급률이 그리 적다면 병원은 어떻게 돈 버냐? 어떻게 보험회사랑 함께 병원이 돈을 버냐 하면, 의료 수가를 높게 책정함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예로, 미국은 보험이 없으면 일반 의사 얼굴만 보는 데도 약 10만원을 내야 한다. “집에 가서 푹 쉬세요” 라는 말만 듣더라도 의사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으려면 돈 10만원 내야 한다. 자~ 한국의 기본 진료비가 3천원인데, 10만원이 된다면 예전에는 환자 30명 넘게 봐야 하는데 이젠 한 명만 봐도 예전과 같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의료 서비스가 고급화 된다는 소리가 바로, 30명을 시간에 쫓겨 진료 했다면 민영화된 의료보험에서는 1명에게 집중하고 천천히 친절을 다해 서비스를 하게 된다는 소리다.
여기서 또 입에 거품물고, 한국이 미국이냐? 진료비가 10만원 되게? 아무리 민영화해도 그렇게 안 된다고 펄펄 뛰실 분 등장 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진료비가 10만원까지 뛰지는 않을는지 모른다. 허나, 분명히 뛴다. 의료수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전국의 의사들 굳이 의료 민영화 찬성할 이유가 없다. 결국 의사들에게 혜택은 없고, 의료보험 회사만 배 부르는 제도라면 누가 그걸 찬성하나? 또한 비싼 의료수가에 맞춰 보험회사에서 지급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보험금이 비쌀 수 밖에 없고, 그건 고스란히 최종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몫으로 남게 될 것이 수순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금액이 얼마나 많고 적냐의 문제일턴데 세계 최대 강대국이라는 미국의 국민 대다수가 의료 보험과 의료 수가에 괴로워하는데, 부자에게 10을 뺏는 것이나, 가난한 사람에게 1을 뺏는 것이나 그 숫자의 차이는 있겠지만 괴로움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렇게 비싼 의료 보험비로 혜택은 어느 정도 일까? 한국은 아직 시행이 되지 않았기에 알 수 없지만 미국의 예는 이러하다.
이웃 한 분이 있는데 발바닥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하신다. 그런데 병원비가 걱정이 되어서 병원을 못 가시고 참으시겠단다. 보험이 없는가? 아니다, 따박 따박 한 달에 본인만을 위해서 약 30만원씩 의료 보험비를 내는데 deductable (본인 부담금)이 한화로 400만원이란다. 이 말의 의미는 즉, 병원에 가서 400만원 이하의 청구액이 나오면 내가 몽땅 물어 내야 하는 것이다. 운 좋게 410만원 청구하면 400만원은 내가 내고, 10만원 보험회사에서 내주게 되겠다. 390만원 청구하면 내가 몽땅 다 내야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인가. 그런데도 피 같은 돈 30만원은 매달 나간다.
아마 대한민국 천지에 매달 보험료 일인당 30만원씩 내고 400만원까지는 무조건 본인이 낸다 라는 조건의 보험에 가입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 병원의 병실. 하루 입원비가 200만원 가량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그럴 바에는 왜 보험 드냐??
400만원은 미국에서 의료수가로서는 정말 껌 값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한 번 아파 주시면 아픔 그 자체 보다 청구되어 날라온 의료비에 눈이 휙 돌아가고 손이 벌벌 떨리는 증상을 경험할 것이다.
일단, 아기 낳는 가격. 미국에서는 아주 순조롭게 제왕절개 안 하고 자연 분만을 하고 이틀 입원하면 약 천 오 백 만원 정도 나온다. 까닥 잘못해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일이 생기면? 눈 깜짝할 사이에 억 단위로 금액이 뛴다. 아마 한국에서 이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하면 최상의 VIP 대접을 받겠지만 미국에서의 서비스는 과연 어떨까? 비교적 친절하고 일인당 진료 시간이 길다. 하지만, 그 이면에 엄청난 불편들과 불만들이 함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한국에서 임신만 했다 하면 다달이 해주는 초음파 검사, 여기서는 한 번 하는 비용이 약 60만원. 정상적인 산모에게는 임신 기간 중 딸랑 한 번 해준다. 다달이 할 수 없다. 이유는? 의사들이 보험 청구를 하면 보험회사에서 거부하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진료 했다는 것이다. 보험회사가 의사의 의료 행위에 자잘하게 참견을 한다. 보험회사에서는 단 한 번 밖에는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 내가 쌩 돈을 내겠습니다 하면 100번이라도 초음파 검사 해준다.
제왕절개를 한 친구의 경우는 청구되어온 내용을 확인하니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옮길 때 침대를 밀어준 비용까지 몇 백 달러 청구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리무진 탄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 침대 밀어 줬는데 몇 분에 몇 십 만원이다. 이러다 보니 다른 것을 안 봐도 비디오, 얼마나 그 하나 하나의 수가가 비싼지는 단번에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400만원 정도는 우습게 된다. 혹시 교통사고라도 난다든지 수술이라도 해야 하면 몇 천, 몇 억이 우습게 날라간다. 바로 그 때를 대비해서 한 달에 꼬박 꼬박 30만원씩, 일년에 병원 한 번을 못 가면서 360만원씩 보험회사에 납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언젠가 내게 생길 수도 있는 바로 “그 때”를 위하여 말이다.
임산모에게 제공되는 미국 병원의 식사
그런데 이렇게 비싼 보험비를 내고, 진료를 받는데도 일일이 보험회사의 제약에 걸려서 맘껏 진료도 못 받는 것이다. 이건 된다 안 된다 늘 보험회사의 약관을 다시 살피거나 전화를 해서 따져야 하니 절대 VIP 대접 받으며 띵가 띵가 할 수 있는 왕족 보험은 아닌 것이다.
의료수가가 비싸게 되는 것은 둘 째 치고라도 또 하나의 대표적인 불편사항은 바로 in-network, out of network 이라는 개념이다. 즉, 내가 가고 싶다고 아무 병원 찍어서 갈 수 없다. 내 보험을 받아주는 병원, 즉 in-network 병원을 찾아서 거기만 가야 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내가 가고 싶다고 털썩 대학병원의 특진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 스스로 판단해서 코가 막히니 이비인후과 가고, 어깨 뼈가 이상하다고 정형외과 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이다. 그랬다가는 보험 회사에서 커버가 안되어 평생 빚을 갚아야 하는 의료비 폭탄세례를 맞기 때문이다.
미국은 프라이머리 케어 (primary care or clinic)라고 단 한 병원을 선택하고 의사를 선택한다. 이곳이 1차 진료 기관이다. 이 의사들의 대부분은 인턴 과정만 거친 가정의로 전문의들이 아니다.
일단, 모든 진료를 이곳에서 시작을 하고, 담당 의사들이 봐서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2차 진료기관인 전문 병원에 리퍼럴(referral)을 써준다.
이렇게 프라이머리 케어(의원)를 선택하고 2차, 3차 의료 기관은 의사들의 리퍼럴 없이는 갈 수 없는데, 이 때 선택되는 병원들도 다 In-network 이라는 보험회사의 네트워크에 들어 있는 병원들이다. 그래서 아무리 A 라는 병원이 더 마음에 들어도 내 보험회사의 네트워크에 들어 있지 않다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자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당연지정제” 폐지를 의미한다. 지금 현재 한국은 당연지정제를 실시하고 있다. 즉, 국민 건강 보험을 가진 사람은 대한민국의 어느 병원에서든지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이 보험을 모든 병원들이 다 받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미국처럼 민영화가 될 시에는 병원들이 보험을 선택하거나 보험회사가 병원을 선택한다. 예로, 삼성 의료원의 경우, 삼성 생명이나 삼성 계열의 보험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있을 것이다. 아산 중앙병원은 아마 현대 보험을 들고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을런지 모른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아산 중앙병원을 가고 싶어도 그 병원에서 국민건강 보험은 받지 않겠다고 하면 그 보험을 가지고는 이 병원을 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딱히 종합병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동네 병원도 마찬가지다. A 의원이 의사가 친절하다 소문나서 가고 싶어도 내 보험을 받지 않으면 그냥 땡인 것이다. 또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불임 부부는 불임 치료로 유명하다는 병원이 특정 의료보험만 받는다 하면 그 보험을 따로 사야만 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해변가나 산에 가서 다쳐 응급실에 가는 순간에도 in-network 을 확인해야만 한다. 안 그러면 보험 혜택이 전혀 없이 그 비싼 비용을 내가 다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니 한국에서 뻑하면 응급실로 뛰어 가시던 분들, 일단 의료 수가 비싸서 맘대로 못 갈 확률이 높고, 또 한 편으로는 보험 네트워크 확인하느라 아무데나 뛰어가기 쉽지 않아질 것이다. 어떤 분들은 미국의 의료수가를 이야기 할 때 비록, 의료수가가 비싸지만 그 돈을 다 내는 사람은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은 뭔가를 일반화 시키기가 참 어려운 곳이다. 주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모든 케이스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살기 좋다고 남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고, 내가 혜택을 받는다고 나와 비슷한 경우가 미국 어디서나 똑같이 혜택을 받는 곳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따라서 돈을 다 내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똑 같은 의료 청구비를 받고, 전액 보험 혜택을 받아 한 푼도 안내는 사람, 청구 금액 중 3000달러를 내야 하는 사람, 10,000달러를 내야 하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또한, 그들이 다달이 내는 보험금의 액수도 천차만별인 것이다.
켈리포니아 유니버설 헬스 케어를 풍자하는 만화.
중산층에게 한달에 높은 보험료를 내던지, 일 년의 본인 부담금 500만원을 내던
선택을 하라고 하는 아놀드 슈와츠제네거 거버너(의사로 분함)
분명한 것은 의료 수가 자체는 비싼 것이고, 다달이 내는 보험금도 무척 비싸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보험 없이 사는 사람들이 미국 국민의 25% 라는 것이며, 세계 초 일류 강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많은 국민들은 의료비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병을 키워가거나 또는 죽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전 국민을 상대로 나라에서 보장하는 의료 서비스가 안되어 있기에 미국은 그저 강대국일 뿐, 선진국이라 불리우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미국의 시스템을 쫓아 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앞서 말했던 병폐들에 맞닥뜨릴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미국의 경우는 적어도 극빈자 계층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은 국가 보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돈을 전혀 내지 않아도 국가에서 다 보장을 해주고, 그 서비스의 범위가 안경을 맞추는 것, 병원에 갈 때 차량을 제공하는 것, 또는 날짜에 맞춰서 병원을 가면 병원에서 돈이나 상품권을 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의료 민영화가 이루어질 때 과연 극빈자들을 위한 시스템은 준비되어 있는지도 의심이 간다.
전세계에서 가장 저질의 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이것 좀 바꿔 보려도 오만 짓 다했었다. 그런데 막강 로비, 거대 의보회사들에 밀려서 어쩌지도 못했다. 대통령도 이젠 어쩌지 못할 정도로 이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다. 선거 때 마다 이거 개선시키겠다. 약값 내리겠다. 이게 공약이다. 올 해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에서도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쟁점 중에 하나는 universal health care (일종의 전국민 의료보험) 힐러리는 오바마의 의료 공약은 “universal”이 아니라고 맹공했고, 선거인단도 의료보험 개선에 초미의 관심을 가졌다. 그럼에도 이들이 내건 보험은 우리나라와 같은 의미의 보험도 아니고, 지금은 미국 의료계의 뿌리를 흔들지 않고는 이 문제를 개선시킬 수가 없다. 미국이 그런다.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힐러리 클린턴,
그녀의 노력은 처절한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이 부러워할 만한 제도를 가져 놓고, 지금 와서 후퇴하겠단다. 미국처럼 바꾸겠단다. 세계의 선진국 중에서 의료보험 완전 민영화를 해놓고 국민들이 만족하는 나라 예를 보고 싶다.
재벌 배 불리고, 의사들만 좋은 일 시킨다. --물론, 우리나라 의료 수가의 현실화는 필요하다 -- 이제까지 해 왔던 대통령의 1% 를 위한 정책 방향과는 어쩌면 딱 떨어져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1%를 위해서 존재하는 나라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1%를 살리고 99%를 죽이려 하고 있다.
첫댓글 정치권을 민영화하면 어떨까요~? 정말 멍충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