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과 코비의 플레이 스타일은 크게 다릅니다. 이 역대 1, 2위를 다투는 농구역사상 최고의 슈팅가드의 차이점을 글 하나로 풀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몇 자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공통 분모는, 둘다 슬래셔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솔레이션 모드나 스크린을 이용해 재빠르게 돌파해 들어가 마무리를 짓거나 개인기를 이용해 퍼리미터에서 점프샷을 쏜다는 것이죠. 하지만 조던과 코비 플레이스타일에서 공통점은 제가 보기에는 이것 뿐입니다.
이 슬래셔로서의 동작이나 기술도 좀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본 글의 끝부분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플레이어 타입으로서 묘사를 하자면
조던은 포스트 플레이어 + 미드레인지 캐치앤 슈터 이고,
코비는 아이솔레이션 삼점슈터 + 프리스타일 플레이메이커 입니다.
조던은 코비보다 훨씬 더 post-oriented합니다. 한국말로 풀어보면, 코비보다 훨씬 더 빅맨스러운 활동반경과 플레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스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핵으로서 조던은 45도 로포스트에 자리잡고 포스트업을 즐겨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말하는 'The Greatest ever MJ'는 80년대 Black Cat 조던이 아니고 90년대의 조던이므로, 제가 뜻하는 '조던' 은 90년대의 마이클 조던으로 통칭하겠습니다) 이는 동포지션에서 맞수 자체가 없는 무지막지한 상체근육의 완력과 현란하고 다양한 포스트업 기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며, 코비보다 페인트존에서 포스트업을 하는 빈도가 훨씬 많았습니다.
또한 조던은 코비와는 달리 레지 밀러, 립 해밀턴같이 계속해서 스크린을 받고 뛰쳐나오며 패스를 받자마자 슈팅을 시도하는 캐치앤 슈터였습니다. 코비는 캐치앤 슈터가 아닙니다. 공 미소유시 스크린 자체도 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드리블 후 연속기로 슛을 던지는 풀업점프슈터죠. 물론 이 풀업점프슈터로서의 빈도나 위력으로 조던은 코비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절대로 뒤지는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조던은 코비보다 훨씬 더 스크린을 많이, 그리고 잘 사용했습니다. 반면 조던이 스크린을 이용해 "삼점슛"을 던지는 모습은 제가 지금까지 십수년동안 관찰해본 결과 한 번도 없었습니다. 즉 립 해밀턴처럼 트라이앵글 시스템 안에서 미드레인지 캐치앤 슈터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반면 코비는 조던보다 더 넓은 슈팅 반경을 이용해 아이솔레이션 모드를 자주 펼칩니다. 국내 팬들이 흔히 말하는 코비의 '묻지마 삼점' 을 누구나 많이 보셨을 겁니다. 코비는 삼점라인 밖에서 공을 잡을 때, 몇 번의 페인트 모션이나 잽스텝 후 곧바로 삼점슛을 던지는 플레이를 매우 자주 합니다. 심지어는 삼점라인 네 발짜국쯤 떨어진 29피트 거리에서도 초장거리 풀업 삼점을 작렬시키고는 하는데, 이것이 즉흥적인 '쇼' 가 아니라, 코비의 '공격 옵션' 입니다. 그만큼 빈도가 많다는 이야기죠. 조던은 절대로 코비만큼 수비수를 달고 드리블 없이 삼점슛을 많이 던지지 않았습니다. 그럴만한 슈팅 레인지도 안 되는 것 같구요.
또한 코비는 조던보다 즉흥적인 플레이가 많은데, 특히 자신의 득점이 아니라 팀원들의 득점을 도와줄때 이런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조던의 활동 반경이나 이동경로는 코비에 비해 고정적이고 정형화되어 있는 반면, 코비는 수비의 동선이나 대처 성향에 따라 유연하게 자신의 공격 루트를 바꾸는데 매우 능합니다. 삼점라인과 퍼리미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조던은 삼점라인 밖에서 코비만큼의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조던 자신도 알았고, 수비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퍼리미터 내에서도 각(angle)에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동선을 바꿉니다. 일례로 작년 스퍼스와의 서부결승 1차전에서 전반에 단 한 번 밖에 슈팅 시도를 안 하면서 코비는 스퍼스 수비의 동선만을 파악했고, 인사이드 아웃사이드를 가리지 않고 수차례 공격시 동선을 바꾸며 수비를 혼란시키면서 후반전을 접수했습니다.
즉, 조던이 unpredictable한 점은 그의 '공격 기술'-- 순간적인 동작이나 드리블, 페이크 등-- 이지, '공격 루트' 까지는 반드시는 아닌 반면, 코비는 '공격 루트' 마저도 unpredictable하다는 것이죠. 이는 조던은 철저하게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일부로서 움직이는 선수고, 코비는 조던에 비해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으며 조던보다 아웃사이드 롱레인지 플레이가 더 강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조던이 룩 롱리 수준의 센터를 데리고 3연속 우승을 이룬 역대 유일한 선수라는 점, 코비가 역대 최다 단일경기 삼점슛 기록을 보유한 선수라는 점은 이를 너무도 명확히 드러냅니다. 조던은 그 스스로가 빅맨같은 플레이를 하며 빅맨의 효과를 내는 선수였고, 코비는 리그 최고의 풀업 삼점슛을 가진 선수라는 것입니다.
물론 코비가 조던처럼 포스트 플레이를 할 때도 있고, 조던이 코비처럼 넓게 그리고 즉흥적으로 움직일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빈도나 위력에서 서로의 장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슬래셔로서의 기술의 차이점은,
조던이 코비보다 더 강하고, 빠르고, 절도있으며
코비가 조던보다 더 유연하고, 잔드리블에 능하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조던은 코비보다 파워가 훨씬 좋습니다. 조던도, 코비도, 필 잭슨도, 수많은 코칭 스텝들도 이구동성으로 동의합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고, 조던은 이 파워를 현재 르브론이 그렇듯이 돌파시에도 고스란히 이용했습니다.
또한 순간스피드 (quickness)에서, 조던은 코비가 아니라 nba 역사상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선수입니다. 이 '빠르기' 는 코트를 가로지르는 'sprint' 스피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빠르기를 의미합니다. 조던의 돌파를 슬로우 비디오로 보시면 그 잠깐의 순간에 얼마나 많은 동작을 연속기로 쏟아내며 돌파해 들어가는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눈 깜박이는 찰나의 순간을 잘게 썰어들어가며 수많은 페인팅을 겯들어가며 돌파하는 선수는 조던밖에 없을 듯 합니다.
때문에 조던은 이 파워와 퀵니스를 이용해 특유의 '각' 을 만들어냅니다. 밑의 글의 회원분이 이 말씀을 해주셨는데, 조던의 플레이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조던이 돌파하다 솟구쳐 슛 쏠때의 그 간결한 '→'와 '↑' 이 만들어내는 수평에너지 수직에너지 전환이라든지, 돌파할때 특유의 급격한 방향전환이 만들어내는 clean-cut angle이 무엇인지를 아시리라 믿습니다.
반면 코비는 조던만큼 강하고 절도있는 플레이를 못하는 대신, 조던보다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또한 조던보다 크로스오버 등 프리스타일 드리블에 능해 조던에 뒤지는 퀵니스를 잔드리블로 커버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등이 활처럼 휘면서 두번 접는 코비 특유의 레이업, 허리를 완전히 뒤로 꺾으면서 올라가는 리버스 레이업 등은 조던에게서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조던은 그런 상황에서는 꼿꼿하게 솟아올라 공중에서 비스듬하게 기대며 도끼를 휘두르듯 위맹스럽게 원핸드 덩크를 찍거나 손을 빠르게 공중에서 놀리며 더블클러치를 하겠지요.
비유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조던은 石이고, 코비는 水 같다고나 할까요.
첫댓글 오 닉매니아님 글 오랜만 이네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보스턴 포럼의 자랑 !!
저는 개인적으로 조던의 공중에서 수비수를 상대하는 무브와 코비의 점프전 수비수를 제치는 무브를 좋아합니다~
좋은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저는 조던형의 플레이도 즐겼지만, 코비의 유연함에서 뿜어져나오는 그런 우아한 농구가 너무좋네요. 물론 조던도 화려함에서 둘째가라면 서럽겟지만요
오 너무 좋은글 잘봤어요 사실 코비가 조던이라는 역대 최고의 nba선수에 비하자면 실력을 떠나서 커리어나 업적면에서 뭐하나 내세울게 없는데.. 사실 실력만큼은 그래도 인정받고 싶은게 코비 팬으로서 마음인데.. 조던 vs 코비 비교글이 항상 올라오면 커리어를 떠나서 실력에도 차이가 많이 난다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보면 좀 속상했거든요.. 근데 닉매니아님의 글을 읽으니 인정할껀 인정하게되고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게 되네요.. 역시 코비도 최고의 선수중 하나라는게 자랑스럽습니다 ^^
정말 공감가는 말입니다. 코비의 팬으로 실력차이보다 성향의 차이를 잘 분석해주신데 고아움을 느낌니다..
그런데 여러분 르브론이 나타났습니다. ㅎㄷㄷ
역시 닉매니아님 글은 정말 긴문장이어도 전혀 지루하지않으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재밌게 읽네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긁 잘 읽었습니다. 정말 모두 공감가게 잘 쓰신 것 같네요. 조던이 자신만의 루트만을 확고히 한 것은 그의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좀 더 확률높은 게임을 하려고 한달까요. 그 결과가 슛퍼센티지로 나타나고 있죠. 게다가 롤을 확실히 받아들였던 규격화된 농구를 했던 90년대 분위기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코비는 그에 반해 다음 세대라서 그런지 좀더 자유스럽다고 할까요.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하는 경향이 있죠. 전엔 키가 크면 무조건 빅맨해야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죠. 좀 더 다양한 농구를 하게 된 이유가 이런 세대차이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비의 잔(?)드리블은 타이밍 뺏기에 끝을 보여주더군요.흐물흐물하지만 이상하게 막지못하는 ...
닉매니아 님 글은 정말 수긍할수밖에 없는 멋진 글입니다 항상... 코비와 조던의 특징을 너무나 잘알고 계시고, 서로의 장점들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계세요. 코비팬으로써 이런 질좋은글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멋진글이네요...제가 느낀 단순한 느낌들을 닉님덕분에 차분히 정리하며, 한수 배우고 갑니다
조던의 경우 하체 훈련을 정말 미친듯이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허벅지에 스프링달고 허리까지만 올리는 거요 운동이름이 가물가물하네요 -_- 굳이 이런 비유를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둘을 바이크로 비교하자면 조던은 대배기량으로 토크가 어마어마하면서 제동력이 좋아 잭나이프가 가능한 레플리카라면 코비는 기술 쓰기 좋은 트리커 모타드 바이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조던의 그 순간 퀵니스보다 그 엄청난 브레이킹이 더 신기합니다. 마치 브렘보 브레이크라도 발에 단것처럼 몸 전체가 딱 서버리는 그것요 -_-ㅋ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제가 두 사람의 플레이를 보고 느낀점을 여러사람이 보고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서 쓰시는 글솜씨는 역시 닉매냐님의 글이 최고네요..
잘 읽었습니다. 코비의 '잔드리블'은 조던처럼 스피드가 빠르지않고 강골도 아닌 코비가 살아남기위한 일종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엄청난 노력파라는거죠.. 그래서 둘다 좋습니다
정말 공감가는 좋은 글입니다. 누군가 조던과 코비의 차이점을 묻는다면 모범답안으로 제시해 주고 싶을 만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궁금했던걸 속 시원하게 풀어주셨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100% 공감
좋은글 감사합니다~_~!
이야.... 조던과 코비 비교글 중에 이렇게 자세하게, 이렇게 정확한 분석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설명한 글은 처음 봤습니다. 공감은 둘째치고 글 자체의 수준에 감탄하게 되네요..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지만 지식의 깊이가 워낙 미천한지라..ㅡㅡ;; 부럽습니다.
글에 그냥 빨려들어가네요. 역시 알럽느바의 명물! 감사히 읽었습니다.ㅎㅎ
잘봣습니다. 동의가 되네요. 최근의 코비의 모습을 보면 마사장님 2차 쓰리핏때처럼 조금 인사이드에서 있을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조던과 코비의 비교는 이 글을 보면 짧게 이미지를 정리할 수 있을 정도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조던은 코비보다 더 힘이 좋고 체력이 타고났기에 좀 더 확률높고 꾸준한 득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창조성과 코트를 넓게 보는 능력은 코비가 좀 더 나을수도 있다. 정도겠네요
예전에 저와 의견 나눴던 댓글 중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네요. 님께서 하신 말씀인데 "이 둘에게만큼은 시대의 잣대를 들이댈수가 없는게 이 둘보다 긴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ㅎㅎ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조던은 코비에 비해 트리플 쓰렛 상황을 훨씬 더 즐겨사용하였습니다. 아마도 그의 퀵니스를 십분 발휘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91,92년도의 조던을 제일 좋아합니다. 적절한 포스트 업, 적절한 페이스 업, 적절한 캐치 엔 슛 말입니다.
저와 같군요..전 특히 91년 조던을 좋아한다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담아갑니다.
와 너무 좋은 글이네요 한번에 이해가 딱되네요 ㅎㅎ
퍼가도 되는지요? 이런 글은 단지 코비와 조던에 대해서만 아는 분들도 많이 알고계셔야할 것 같아서. 제 미니홈피에라도 두고싶네요. 이렇게 글 쓰려면 대체 뭘 해야합니까? ! 매번 글 너무너무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나 멋진 글 잘읽다갑니다.. 항상 멋지고 좋은글 감솨합니다.. 매냐님 ㅎㅎ
정말 뉴욕시티매니아님의 글은 후덜덜이네요.. 정말 훌륭합니다. 제가 어렴풋이 느꼈으나 얕은 식견으로 인해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렇게 정확하게 짚어주시는 군요.. 그리고 몇가지 부분은 생각못했던 것인데 님의 분석으로 인해 새삼 알게 되었네요.. 감사함돠~ 항상 건필하세요~
조던과 코비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고 갑니다~ ㅎㅎ
글쎄요. 90년대 초반의 조던이 비교대상이라고 글쓴분께서 말씀하셨건만, 답글다신 분들은 마치 조던의 전부인양 생각들 하시는 것 같군요. 조던은 80년대에 이미 6시즌이나 뛰었던 선수고 mvp도 수상했었던 선수입니다. 글쓴분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조던의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글 내용이 너무 좋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