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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이용해 다녀온 부산.
오후에 잡힌 약속시간까지는 약 2시간 정도가 비어 그 남은 텀을 이용해 어릴적 다녔던 초등학교를 찾았다.
본래 시작은 동네탐방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나섰지만
부산의 잣같은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부산이 괜히 부산잉교~산이 많아 부산아잉교~)
동네란 동네가 죄다 산 위에 올려져 있어 탐방은 고사하고 탐험이 될것같아 계획을 수정하고 속세로 내려왔다.
7년전 이사를 한 까닭에 어릴적 다녔던 초등학교와는 꽤 거리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옛날 추억을 더듬으며 한발한발 계단을 오르내렸더니 금세 학교 초입길로 접어들었고,
관절염도 악화되었다. 추억이고 나발이고 사장님, 여기 붙이는 관절약 트라스트 패치!
이사하기 전의 학교와 집과의 거리는 초딩 걸음으로 10분 정도.
보통 등교시에는 10분이었고, 주번일 경우에는 8분으로 단축되었고, 하교시에는 대중없이 늘어나는 것이
당시 통상적인 등하교시간 관리법이었다.
위 사진은 학교 초입으로 들어서는 골목인데 판자 너머에서 '맨발!' 하고 김춘삼씨가 튀어나와도
하등 이상할게 없을 정도로 길가가 산만하다.
조금 낙후되어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 근방 거리를 걷다보면 이 정도는 해운대 신시가지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동네의 어수선함에 동화되어 갈수 있다.
9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동네의 초심있는 모습에 짠하다가도
한편으론 재개발의 관심에서 비껴나간 비인기 동네의 현실적인 처지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였다.
잘사는 동네는 더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왜 못사는 동네는 꾸준히 못사는 걸까.
그리고 왜 난 살면서 닥치는 모든 상황이 후자에 속해있는 걸까.
설마설마하며 들어선 학교 아래의 굴다리길 문방구.
조악한 판자로 얼기설기 엮은 가판대의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옛날 모습과 한치도 다르지 않는 주인장 양반의 자가 인테리어였다.
휴일이라 물건들을 내놓지 않아 겉보기엔 좀 음산해보이지만 본래는 각종 자잘한 문구 상품들이
좁은 가판대 위를 잔뜩 점령하고 있어 나름 이 근방에서는 활기가 가득한 곳이기도 하였다.
물체주머니며 실내화 가방, 멋대가리 없는 빨간색 돼지 저금통들이 천장깨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텅빈 진열대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어............다행이다 싶었다.
도벽에 한창 물이 올랐을 6학년 시절, 오며가며 콩사탕 한두개씩을 훔치곤 했는데 주인장 아저씨-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었을-얼굴을
죄송해서 어떻게 보나 싶었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2차성징이 막 시작될즈음이라 그런지 넘쳐 흐르는 호르몬을 주체 못해 맨발 같은 짓을 일삼았어요.
내 몸이 내 맘같지 않았어요.
문방구를 지나면 바로 학교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난다.
이전까지 복작복작 떠들며 오던 무리들이 계단에서부터 행렬을 정비하면서 아닥 모드에 들어간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는 학교에서 최고로 무서운 언니 오빠야들이 가슴팍에 주번 배지를 달고 서있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
뭐 정신력이 메멘토 수준으로 야무지지 못한 초딩들이라 금세 또 시끌벅적 재잘거렸지만
저학년 꼬맹이들은 고학년의 노란 배지에 잔뜩 쫄아붙어 한줄로 조용조용 교문을 넘었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아! 광명의 빛이!!!!!
계단의 끝에서 백색의 간달프가 모습을 드러내 발로그와 맞짱 떠 이겼다는 영웅담을 전해줄것 같다.
음지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엄청난 양의 햇빛을 받아들이게 되면 이렇듯 단기 착란 증세에 시달릴수 있음.
계단을 올라 내리막로 시선을 던졌더니
이른 시간 등교하는 주번도 얄짤없이 지각하게 만든다는 '학교앞 천천히' 마법진이 보이고,
그 뒤로 4차선 도로가 보이고 그 너머로 컨테이너 박스가 쌓인 부두가 들어왔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다 자칫 교문 밖으로 공이라도 튕겨나가면 공 주우러간 이의 목숨은 컨테이너 트럭이 거두어 간다ㅋㅋㅋ
굴러가는 공 쫓으려고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렸다간 관성력에 발동걸리는건 시간문제.
마음은 멈추고자 하는데 이 옘병할 몸뚱이는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네.
가속도와 관성의 법칙 앞에선 학교앞 천천히라는 마법진도 무용지물.
날 저 세상으로 이끄는 하나의 열쇠-공.
죽기 직전 떠오르는 얼굴은 날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의 얼굴도 아니요,
한창 사랑의 밀당 중에 있던 뒷자리 부반장도 아니요, 어제 막 새로 산 패미콤의 게임 팩도 아닌
좀 전까지 함께했던 내 파이어 에그 친구-공 찬 놈.
다시 시선을 돌려 학교쪽으로 카메라를 맞추었다.
왼편의 노란색 선이 바로 주번 언니 오빠야들이 일주일간 자신에게 내려진 사명을 다해 지키고자 했던 등교 라인이었다.
한줄걷기-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획일화된 사상을 주입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ㅋㅋㅋㅋ
노란선에서 조금이라도 삐져나와 걸으면 주번들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초딩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4대 신상을 털어 갔다.
"학년, 반, 번호, 이름"
주번 일지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봤자 고작해야 방과후 청소였을 뿐인데
그 당시에는 뭐가 그리 걱정되고 불안했었는지 신상 한번 털리고 나면 하루가 그냥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런 귀여운 고민도 고학년으로 넘어가면서 부터 사라지고
나아가 개김의 미학을 깨우치면서 세상 무서울것이 없어졌다.
(사실 5~6학년 정도 되면 교문 앞에 선 주번들은 언니 오빠야가 아니라 그냥 다 동네 친구ㅋㅋㅋㅋ)
교문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
월 생활목표-공부를 열심히 하자.
말이 쉽지, 이것이 곧 너희들의 숙원사업이 될것이야~ㅋㅋㅋ
그리고 공부는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잘 해야돼.
열심히 하는데 못하면 그건 안하느니만도 못한거야ㅋㅋㅋ
나름 열심히 했는데 사장이란 넘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마음 설레는 구박을 해대면 결국 '열심히'는 인정받기 힘들다는 거지.
세상이 그래. 사회 나와보면 알겠지만 열심히 하는것 보다 잘하는게 더 좋은 평가를 얻는거야.
그런데 난 잘하지도 못하면서 열심히도 안하니까 이모냥 이꼴인것 같아. 난 안될거야. 아마ㅋㅋㅋ
운동장 한켠에 위치한 정글짐.
어린시절에는 마냥 높고 거대해 보였던 구조물이었는데 이제는 손만 뻗어도 정글짐의 끝이 닿을 정도로 아담해졌다.
원숭이 뺨치게 날쌨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다가갔는데 뭔 폴리스 라인도 아니고
'위험'이라는 띠지가 정글짐을 칭칭 휘감고 있었다.
요즘 초딩들 무섭다 무섭다 하더니만 이 근처에서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난게야?
소년탐정 전일이 그 쉑히라도 다녀간게야?
학교 화단에 으레 자리잡고 있던 위인 동상들 중 굴지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세종대왕님 동상.
넣어둬~넣어둬~의 인자한 표정으로 휴일인 그날도 학교를 굽어 살피고 계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정하시네요.
초딩 3학년 아람단(및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 우주소년단) 창단식으로 1박을 학교에서 지낸 적이 있었는데
밤 12시만 되면 동상의 책장이 저절로 넘어간다면서 그걸 확인해보고 오자며 본인이 가장 설쳐대다
가장 일찍 잠들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어린이가 바로 나였었지.
저녁 8시에 잠들어 새벽 4시에 깨곤 했어. 노인성 수면 장애를 앓았었지.
아무튼 학교 다니는 내내 책장이 넘어가는 동상 괴담에 가장 큰 관심을 내보이며 밤 마실을 선동하곤 했던 인간이였지만
실제로는 가장 겁이 많아 결행의 당일이 되면 어떡해서든 빠질 구실거리를 만들어 내느라 바쁘기도 했던 인간이었다.
세종대왕님 동상 다음으로 미스테리 열풍을 몰고 다녔던 이순신 장군님 동상.
사진을 너무 멀찍이서 찍어 장군님의 근엄하신 콧구멍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대왕님이 AUTO 책장으로 소문이 무성할 적, 장군님은 콧구멍에 박힌 휴지로 인해 중생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누군가의 장난식의 소행인지 아님 종일 서계시느라 과로로 인해 코피가 난건지
당시 장군님의 콧구멍 한쪽엔 정말 휴지 하나가 돌돌 말려 들어가 있었는데,
입 가벼운 중생들의 말을 빌면 장군님의 콧구멍에서 휴지가 빠지는 날이
곧 이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라 하며 매일 아침 저녁으로 휴지 유무를 체크하곤 했다.
그나저나 장군님의 옆, 절묘하게 잘린 표어의 뒷 글은 과연 뭘까.
생각은 하고 사니?
생각은 공짜다?
생각은 내가 한다. 니들은 하지마.
교문을 나서기전 마지막으로 들른 교무실 현관 신발장.
교무실은 지금까지도 기피대상 1호인지라 반경 10미터 내외로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지만
휴일이라 건물은 문이 잠겨 있었고, 선생님들로 추측되는 인물들은 다행히 반항심(ㅋㅋㅋ)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았다.
실내화 사용을 부탁하는 정중한 안내글에 신발장을 훑었더니 나를 매우 설레게 하는 신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산소같은 남자. O2 반.민.혁.
인터넷 소설에서도 귀하디 귀하게 쓰인다는 '반'씨 성을 가진 것도 모자라
남성스러움과 스마트함이 묻어나는 '혁'자 돌림을 사용하는 그대.
거기다 나쁜남자의 거친 스멜과 액션이 은근하게 느껴지는...............실내화의 와일드한 꼬락션.
혹시나 싶어 맡아보았더니 역시나 싶은 수컷의 강함이 느껴졌다.
출처-잉여인간 또라이짱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민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생일날 어릴때 살던 동네가서 유치원이랑 초등학교 탐방했었는데 ㅋㅋㅋ뭔가 아련열매 먹은듯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릴때 타고놀던 ㅂㅇ달린사자동상 한번 가서 타보고쓰다듬어주고
반민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먼가 인소 남주같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싶어 맡아보았더니 역시나 싶은 수컷의 강함이 느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에 사촌언니랑 우연히 다니던 초등학교 가봤는데 운동장에 잔디가 깔려져있고 수영장대신 농구코트가 세워져있어...
근데 학교 뒤쪽에 토끼랑 공작새랑 닭이랑 키우던 사육장있었는데 싹밀고 건물 하나 더 짓고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림...
한 학년에 600명이나 되는 큰 초등학교라 그런지 스케일이 커서 엄청 바뀌어져있었어...뭔가 아쉬움...
실내화의 와일드한 꼬락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냄새를 왜맡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왠지 나도 ㄴㅐ 다니던 초등학교 가보고 싶다 이 글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웃곀ㅋㅋㅋㅋㅋㅋㅋ미칠꺼같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글 진짜 잘써 반민혁 존나빵터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분 블로그 내가 이추해놨는뎈ㅋㅋㅋㅋㅋㅋㅋ 글완전잘쎀ㅋㅋㅋ 완전 웃겨서 책도 내셨음.ㅋㅋㅋㅋ 그책 가지고있닼ㅋㅋㅋㅋㅋ
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쩌리 아닌가 하고있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초등학교 부산에서 다녔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중에 부산여행가면 나도 가보고싶다.........어떻게 바꼈을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