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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9 11: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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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 이상하고 골치 아픈 바이러스다. 항상 오지 말아야 할 때 나타나서 사람을 괴롭힌다. 나도 한국에 온지 3일 째 되던 날, 감기에 걸렸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있는 균과 영국에 있는 균이 달랐을 테고, 내 몸은 적응하는 시간을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어떤 일을 하건 사람에게는 적응기가 필요하다. 특히 집을 떠나 생활하게 되는 경우 ‘향수병’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 역시 때때로 향수병을 느낀다. 한국의 겨울에는 해가 너무 많이 나는데, 가끔씩은 우중충하게 구름이 잔뜩 낀 영국의 겨울이 그립기도 하다. 물론 영국 음식이 생각날 때도 많다. 펍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던 시간, 하루 종일 읽어야 하는 일요일판 신문을 펴는 느낌도 고향을 그립게 만드는 추억들의 일부이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 살며 흥미로운 경험을 하는 사람이 치러야 할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 대가가 너무 크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내가 만약 한국을 떠나게 된다면 많은 것들이 그리울 것 같다. 가장 그리워질 것 중 하나는 감자탕이다. (나는 감자탕을 ‘포테이토 수프’라고 부르는 것을 ‘범죄’라고 생각한다. 감자탕은 감자 수프 그 이상의 특별함을 갖고 있다! 나는 감자탕의 걸쭉하고 강한 느낌 때문에 이를 ‘남자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남자들은 감자탕을 무척 좋아하지 않는가?) 다시 감기 이야기를 해보자. 영국과 한국의 감기를 대하는 태도에는 차이점이 있다. 잉글랜드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그저 휴가를 얻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곳에서는 검기에 걸렸다고 의사를 찾는 일이 무척 드물다. 나 역시 고향에서는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병원에 가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의사는 그저 “제가 무얼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요?”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내 글을 번역해주는 조건호 기자는 영국에 있을 때 심한 감기에 걸려 자신의 주치의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자 의사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 물을 최대한 많이 드세요”라며 그를 재빨리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나도 한국에서 감기가 걸렸을 때는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곧 내 엉덩이에 주사 바늘을 꽂아버렸다. 그리고 의사는 내 머리를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알약을 주기도 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천수도 그러한 것들을 그리워했을 수도 있다. 새롭게 이주한 나라에서 몸이 아프면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타지에서 아프면 집이 더 그립기 마련이지 않은가? 이천수가 감기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사람에 따라서 감기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잉글랜드 사람들은 감기에 걸린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데, 보통은 그저 ‘감기 기운이 있다’라고 말할 뿐이다) 그러나 앨런 쉬어러가 독감에 걸리고도 블랙번과 웨스트햄의 경기에서 뛰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날을 무척 정확히 기어하고 있는데, 1995년 1월 2일의 일이었다. 그날 쉬어러는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블랙번은 웨스트햄을 4-2로 꺾고 프리미어리그 1위를 지켜냈다. 이천수의 상태는 어떤 것일까? 감기에 걸렸다면 비행기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향수병일까? 물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천수는 페예노르트와의 계약서에 서명하던 순간부터 앞으로 한국을 떠나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이천수의 네덜란드 생활은 출발이 좋았다. 그러나 새 리그와 새 팀에 들어 간지 2달 여가 지나, 갑자기 2주 간의 휴가를 갖는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이상한 결정이다. 이천수는 직업적으로 축구를 하는 프로 선수이고, 예전에도 해외에서 오래 생활해 봤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향수병을 앓는 다는 것은 갑작스런 휴가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천수가 진짜로 향수병을 앓는 것이라면 그는 영원히 집에서 머물며 축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유럽의 팀들도 시즌 중간에 팀을 이탈하는 선수를 원치 않는다. 이천수는 정말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천수는 자신의 꿈에 대한 열망을 이상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도박과 같은 일이다. 따라서 구단은 선수의 신뢰도에 질문이 던져질 때는 주저 없이 리스트에 있는 다른 인물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또한 이러한 해프닝은 한국 선수들의 전반적인 명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로축구 선수가 시즌 중에 팀을 이탈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뿐이다. 이천수의 문제가 이러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한국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간단한 문제다. 페예노르트의 리그 스케줄을 보면 1월초부터 2주 간의 휴식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천수가 정 와야겠다면 그때 잠시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었다. 페예노르트 팬들은 더 나은 축구를 즐기고 싶어한다. 그들은 팀에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헌신할 수 있는 선수를 원하지, “2년 안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겠다”라고 말했다가 갑자기 고향으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
엠파스 펌
첫댓글 시어러 ㅎㄷㄷ
시어러는 저거 말고도 무릎 부상인데도 시즌 20골 이상 넣었죠.
듀어든 글은 공감가는 글이 많네요...울 나라 기자도 요정도는 써줘야 기자라고 명함 내밀수 있지 않겠어? 허접한 찌라시 기사나 써대는 기자들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음
글게요. 듀어든씨는 참 조리깊게 글을 잘쓰시는 듯. 상황이 확실치도 않은데, 당장 이적료 위약금 얼마다 라고 계산기 뚜드리며 쓴 기사랑 차이가 많이 나네요.
역시 외국기자라 그런지 글이 참 객관적이고 좋네요...
ㅋㅋ 남자탕
듀어든씨 최고. 특히 감자탕얘기는 공감 백배. 그나저나... 천수씨.........흐음.......
듀어든씨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