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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주년이 지난 포켓몬스터는 그 긴 세월만큼이나 수많은 포켓몬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설정상 무서운 포켓몬도, 불쾌한 포켓몬도, 어딘가 공포스러운 포켓몬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포켓몬들 중에서 누군가 저에게 가장 기분 나쁜 포켓몬을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단 한마리의 포켓몬을 뽑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포켓몬들 사이에서 저는 어떻게 딱 한마리를 선택할 수가 있었을까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무섭고 기괴한 설정을 지닌 몬스터는
사실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고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1차원적으로 기분 나쁠만한 설정들을 적당히 집어넣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작위적이고 입체적이지 않은 창작물은 인간의 본연적인 공포감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으면 한쪽 귀로 흘려버립니다.
쉽게 말해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도 생각할법한 이야기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단순히 기괴하고 특이한 설정을 나열하는것만으로는 사람들의 공포감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정말 불쾌감을 주려면 조금 더 은밀하고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건드려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기분 나쁜 포켓몬이 하나 있습니다.
그 포켓몬은 놀랍게도 1세대부터 존재했던 포켓몬입니다.
아마 등장한지 오래된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포켓몬인데요,
그이름은 바로 '슬리퍼'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슬리퍼는 최면 포켓몬입니다.
말 그대로 최면을 모티브로한 포켓몬답게 슬리퍼는 최면에 사용되는 추를 흔들고 다닙니다.
상당히 기묘한 설정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런 특이한 설정과 함께 슬리퍼는 어딘가 기분 나쁜 음흉한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의아함을 느끼실 겁니다.
포켓몬에는 이미 수많은 흉악한 몬스터들과 위협적인 몬스터들이 많이 있는데
고작 최면을 모티브로 만든 이상한 포켓몬이 등장했으니 말이지요.
사실 포켓몬에는 꿈과 최면술을 주제로 만들어진 포켓몬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슬리프- 슬리퍼 시리즈 이후로도 꿈을 먹거나 사람을 재우고 악몽에 빠지게 만드는 포켓몬들이 꾸준히 등장했으니까요.
하지만 슬리퍼 시리즈는 이상하게도 유독 음흉하고 기분 나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제가 굳이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저 두 포켓몬의 모습은
포켓몬 특유의 친숙한 그림체임에도 불구하고 기분 나쁜 정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저런 호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 때문에 슬리퍼의 인지도는 존재감이 없는 수준을 넘어서 20년째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저런 모습으로 '최면 포켓몬'을 디자인한 것일까요?
사실 포켓몬 제작진이 선보이는 슬리퍼의 취급과 행보는 이상한 수준을 넘어서 매우 비정상적입니다.
자 그럼 일단 슬리프와 슬리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슬리프의 도감 설명입니다.
슬리프는 꿈과 최면을 모티브로한 포켓몬답게 잠들어있는 상대의 꿈을 먹는다고 합니다.
이런 슬리프의 설정은 상당히 재미있고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꿈을 먹는다는 전설을 지닌 '맥' 이라는 동물을 포켓몬으로 재치있게 형상화했으니까요.
말하자면 슬리프는 조금 음흉하게 생기긴 했지만 '꿈을 먹는 동물' 을 모티브로 아주 잘 만들어진 포켓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해지는 순간은 바로 슬리퍼로 진화했을때부터 입니다.
슬리퍼로 진화한 순간, 슬리퍼의 최면 능력은 더욱 뛰어나집니다.
손에는 최면을 위한 추를 들고다니며, 인간을 강제로 잠재워 꿈을 먹어치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분나쁜 설정들 사이로 무언가 이상한 문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에게 최면술을 걸어서 어딘가로 데려간 사건이 있었다'
라는 문구입니다.
짧은 한 줄의 문장이지만, 상당히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단순히 상대방을 잠에 빠뜨리는 최면술 포켓몬에게 왜 이런 설정을 집어넣은 것일까요?
이러한 이상한 설정은 단순히 도감에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포켓몬스터 DP의 무대였던 신오지방의 도서관에 가보면 우리는 다양한 책들을 읽어볼 수가 있는데요
그중에는 놀랍게도 슬리퍼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포켓몬 제작진들은 흔히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설정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것을 사람들이 인지할 때까지 여러번 강조해서 표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만큼 모든 포켓몬들의 설정과 이야기에 공을 들였을테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포켓몬 제작진들이 '슬리퍼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는 설정을
포켓몬 도감과 도서관을 통하여 무려 두번이나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슬리퍼와 어린이와의 연관성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슬리퍼가 처음 등장한 애니메이션의 내용 또한 매우 이상하기 그지없으니까요.
슬리퍼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어느 '아이' 의 실종으로 시작합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지우를 자신의 아들과 착각하고, 지우 일행에게 자신의 아이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말해주는데요,
그것은 바로 이 마을에서 실종된 아이의 수가 한두명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사라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우 일행은 여경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이상증세를 보이는 포켓몬과 더불어 어디선가 퍼져나오는 수면파를 확인하게 되는데요
지우 일행은 이 수면파가 사건의 원인임을 느끼고 수면파의 근원지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수면파의 원인은 바로 슬리퍼였습니다.
아이들 실종사건의 원인은 바로 이 슬리퍼였던 것입니다.
우연히 슬리퍼가 뿜어낸 수면파가 아이들과 포켓몬에게 의도치않은 이상증세를 일으키게된 것인데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원인과 결과를 떠나서 '아이들의 실종사태' 의 범인이 바로 슬리퍼라는 사실입니다.
다시한번 슬리퍼는 아이들과 연관이 되어있었고
특히 이번 에피소드는 비록 만화이기에 조금 순화되어 묘사되어 있었지만
명백히 말하면 심각한 집단 유괴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종되어 자취를 감추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은
비록 만화일지라도 부모의 가슴을 철렁이게 할 만큼 위험한 유괴사건의 모습입니다.
마치 슬리퍼의 설정을 반영한 것처럼 말이지요.
도대체 왜 이렇게 슬리퍼는 아이들과 관련이 많은 것일까요?
단순한 우연일까요?
물론 누군가는 저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다루어진 슬리퍼의 모습은 자신의 의도로 아이들을 납치한것이 아니며
그저 의도치않은 실수가 일으킨 사건일 뿐이라고 말이지요.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또다시 아이들과 연관되었지만, 명백히 이것은 사고입니다.
결코 슬리퍼가 자신의 불쾌한 설정처럼 아이들을 유괴하려 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매체에서도 슬리퍼의 이러한 모습을 다룬다면 어떨까요?
놀랍게도 포켓몬스터 파이어레드/리프그린 버전을 플레이하다보면
슬리퍼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하나 있습니다.
제 3의 섬에 가보면 자신의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걱정하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데요,
그 아이는 근처의 어두운 숲 속에서 만나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게임 속에서도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깊은 숲속에서 실종되었다던 그 아이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공포에 떨고있는 아이는 무서운 포켓몬이 방금전에 나타났다고 말하며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도대체 아이는 어떤 포켓몬이 쫓아왔길래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일까요?
마침내 소녀를 쫓던 포켓몬이 다시 다가오게 되고,
우리는 숲속에서 소녀를 길 잃게 만든 그 포켓몬의 정체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포켓몬의 정체는 우연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우리의 예상과 일치합니다.
그 포켓몬의 정체는 바로 슬리퍼였습니다.
아이를 숲 속에서 쫓아오며 유괴하려고 했던 포켓몬이 또다시 슬리퍼라니,
사실 정말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쯤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슬리퍼는 단순히 최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포켓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슬리퍼의 행보는 '최면술사' 라기보단 거의 '유괴범' 에 가깝습니다.
모든 게임과 설정,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행동들과 어딘가 기분 나쁜 음흉한 외모는
마치 아이를 현혹하여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하는 유괴범을 모티브로 만든 포켓몬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것이 저의 단순한 추측에 불과할까요?
아쉽게도 제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하나 더 있습니다.
포켓몬 컴퍼니는 1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가지 상품을 공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슬리퍼와 관련된 티셔츠가 하나 있었는데
그 도안이 정말로 충격적입니다.
왜냐하면 티셔츠에 그려진 슬리퍼의 모습은 유괴범 그 자체였으니까요.
슬리퍼와 관련된 상품이라면 분명 슬리퍼의 특징을 잡아서 그려넣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슬리퍼는 저런 모습으로 티셔츠에 그려졌습니다.
슬리퍼는 애초에 최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포켓몬이 아니었습니다.
최면이라는 주제는 그저 미끼였을뿐,
실상은 아이를 유괴하는 '유괴범'을 모티브로 만든 포켓몬에 가깝습니다.
포켓몬 개발진은 이상하게도 '유괴' 라는 주제로 포켓몬 만들기를 원했고
그것을 교묘하게 최면이라는 매개체와 뒤섞어
슬리퍼라는 유괴범을 형상화시킨 독창적인 몬스터를 탄생시켰습니다.
가장 소름돋는 사실은 포켓몬은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보는 만화이고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굳이 '아이들'이 하는 게임에 '유괴범'을 모티브로 만든 섬뜩한 포켓몬을 넣었습니다.
도대체 시리즈의 첫 시작부터,
그것도 용량의 문제로 150마리라는 한정적인 포켓몬만을 게임에 넣을 수 있었던 그 시절에
그들은 그렇게까지 유괴범 포켓몬을 최면이라는 설정과 섞어서 교묘하게 게임에 넣고 싶었을까요?
그리고 그들의 의도를 사람들이 눈치채기를 원한다는듯이
도감, 애니, 그리고 게임에서까지 아이들의 실종, 유괴와 연관된 컨텐츠를 넣었고
마침내 섬뜩한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까지 발매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포켓몬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사람을 해치는 포켓몬도, 위협적이고 흉악한 포켓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수히 많은 포켓몬 사이에서
저는 '유괴'를 모티브로 만든 포켓몬만큼 무서운 포켓몬은 본적이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슬리퍼를 가장 기분나쁜 포켓몬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출처 -고북손의 포켓몬도감 (http://m.post.naver.com/my.nhn?memberNo=32578972&navigationType=push)
블로그라서 찾아가봤는데 포켓몬 이야기 정말 많네요 시간나실때 들어가셔서 읽으시면 재밌을듯
첫댓글 흥미롭네요
재밌따
흔들풍손도 비슷한 내용잇어영ㅋㅋ
어떻게생겨먹은놈인지 봐야겠내요
ㄷㄷㄷ
우와 처음 듣는데 진짜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