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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 사람이야~’ 자격증 달인을 만나다 (305) | |
2009년 3월 9일 / 삼성 | |
삼성코닝정밀유리 구미사업장에는 무서운 직원이 있다. "처음 입사할 때부터 소문 났죠"
소문 듣고 찾아간 PDP필터 설비보수 파트. 이제 갓 입사 8개월째 접어드는 최진하 사원이 취재진을 반갑게 맞는다. 취업난으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 붙은 요즘, 최진하 사원은 졸업도 하기전인 지난 8월, 너끈히 입사시험에 합격했다.
합격 비결을 묻자 그가 수줍게 내민 것은 바로 33개의 국가기술자격증. 전문계 고등학생들의 평균 보유개수(2~5개)에 비춰 볼 때, 그의 자격증 수는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겨우 고교 3년 동안 이 많은 자격증을 땄다는 이야기인데, 말로만 듣던 '공신'(工神)을 만난 기분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선배형이 자격증을 23개를 따고 신문에 실렸어요.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어 무작정 선배를 찾아가 비결을 물었죠" 최진하 사원의 경력에 대한 욕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선생님과 선배들이 대학 가기를 권유했지만, 대학은 언제든 갈 수 있다며 취업을 선택했다. 처음 서너 개 자격증을 들고 들어 올 때는 반응을 않던 부모님이, 33개 따고 삼성에 취직했다며 무척 자랑스러워 하신단다.
힘들게 딴 자격증인만큼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계가공이나 용접 분야는 공부한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고, 금속관련 자격증은 기계를 만져야 하는 업무에 배경지식으로 활용된다. 이제 그만 따도 될 듯 싶은데, 아직도 욕심 나는 분야가 있을까. "도면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컴퓨터 설계(CAD)를 공부하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어요. 토익 학원도 다니고 있고요." 최진하 사원은 선배들의 문제해결 능력에 비해, 자신은 많이 모자란다며 일과 공부를 병행해 빨리 100점까지 올리고 싶단다.
한편, 실용적인 목적으로 관심사와 취미를 자격증으로 살린 임직원도 있다. 삼성카드 수원콜렉션지점 김근완 대리는 방화관리자와 위험물취급자 자격증을 갖고 있다. 건물의 소방계획을 세우고, 피난시설이나 방화시설을 관리 감독할 수 있다는 증명이다. "건물의 시설관리를 하는 친구가 권유해서 같이 시험을 봤어요. 업무와는 관련이 없지만, 공부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겠더라고요"
김근완 대리의 자격증 욕심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중장비 분야의 할부·리스 마케팅 업무를 하며 만났던 고객들 때문에 자연스레 중장비 설비 분야에 관심이 갔다. 지난해 1종 대형 면허를 취득했고, 앞으로 굴삭기 조종사와 트레일러 면허에 도전하고 싶단다. "일을 하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야 하고, 가족들의 도움도 필요하죠. 하지만,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회사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어요"
삼성전자 강태열 선임은 취미를 살려 전문가 인정을 받은 경우다. 6년간 타 온 스노우보드의 강사 자격증이 국내도 도입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앞뒤 생각없이 신청했다. 지난해 겨울, 2박 3일에 걸쳐 이론과 시험을 치렀고, 초급자 강습 자격증을 땄다. "자기만족이죠. 취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서 도전했는데, 오히려 자격증이 사람들과의 친목도모에 효자 역할을 하더라고요." 불황일수록 어떤 투자보다 실패확률이 적은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투자다. 특히 직장인에게 '자기계발'은 필수 요건이 된지 오래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임직원 6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기계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올해 목표로 '자격증 취득'을 꼽았고, 87%가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답하지 않았던가. 써먹을 수 있고 없고를 떠나, 본인 스스로가 만족하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공부와 업무 두 마리 토끼 잡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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