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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방사능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
"우산을 쓰기는 했는데 그래도 다 막을 수 없어 빗물이 몸에 튈 때는 불안하더라구요.
출근하자마자 비누로 손과 얼굴을 씻기는 해도 좀 그렇구요.
정부는 안전하다고 하는데, 또 일부에선 위험할 수 있다고도 하고….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서울 강동구에 사는 P씨(33)는 7일 오전 출근을 하면서 몸에 묻은 빗물 때문에 걱정이다.
방사성 물질이 몸에 묻었을까 하는 걱정이다.
P씨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날 내린 비를 보면서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국내에 유입되고,
그 양이 증가하는 가운데 7일 비가 내리면서 국민들의 방사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휴교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관내 초등학교에 교장 재량으로 휴교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한 문구점 사장은 "평소보다 우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민들은 방사능 불안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안전'만 강조하면서 사전예방 조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발표하는
국내 대기부유진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보면 최근들어 증가세가 뚜렷하다.
서울을 보면 4일 0.188mBq/㎥, 5일 0.498mBq/㎥, 6일 1.150mBq/㎥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특히 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12곳 측정소 중 7곳에서 1mBq/㎥을 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세슘 역시 지난달까지는 1~2곳에서만 검출됐지만, 최근 들어 지역을 불문하고 검출되며
그 농도도 짙어지고 있다. 6일 발표에서는 안동을 제외한 11개 지역에서 모두 검출됐다.
게다가 일본 원전 상황이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현재까지도 어느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도 모른다.
때문에 국내 방사성 물질의 양 역시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가 내리자 국민들은 '방사능 비' 공포에 떨게 됐다.
실제로 3시간 단위로 측정을 하는 제주도를 보면 7일 0시부터 3시,
3시부터 6시까지 빗물을 측정한 결과 방사성 요오드가 2mBq/㎥ 이상 검출됐고,
세슘도 1mBq/㎥ 안팎으로 나왔다.
대기중에 떠 있는 방사성 물질이 빗방울에 흡착돼 떨어지는 '방사능 낙진'인 것이다.
물론 그 양은 인체 등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제주도에는 이번 비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고,
다른 지역 역시 그럴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하천과 토양, 지하수에
방사성 물질이 흡수돼 퍼지면서 방사능 영향권이 확산된다.
◇"안전하다"고만 하는 정부, 최소한의 주의도 없어하지만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현재까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방사능 비 등에 대비한 행동요령 등을 따로 알리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 적다"고,
국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을 때는 "워낙 미미한 양이라 안전에 전혀 지장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또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짙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농도가 기준치의 2000분의 1에서 1000분의 1로 짙어졌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영향이 없음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방사능 비' 우려에 대해서도 "비에 방사성 물질이 섞일 가능성은 있지만
전혀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나 일부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말처럼 안전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오스트리아의 기상지구역학 중앙연구소(ZAMG) 자료를 인용해,
7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에서 시간당 0.3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 낙진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장기화해
시간당 0.3마이크로시버트 농도의 방사능 낙진이 1년 동안 지속될 경우,
노출량은 일반인의 연간 권고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를 넘는 2.628밀리시버트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는 확률상 한국 인구 중 1만2600명 이상이 일생 동안 암에 걸리게 할 수 있는 양"이라며
"정부는 휴교령과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