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 갑을 노예계약, 증거 드러나다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함용식
1. 최근 1~2년 사이 대형유통업체의 독과점에 대한 국민적(특히 골목 상인들) 분노가 극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 대형할인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6년 7월 경기도 부천에 『까르푸』라는 프랑스계열 유통업체가 첫 입점하면서 부터였다. 이것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이 타결되며 1996년 1월 1일부터 한국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데 따른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의 첫 진입이었고, 이 것은 곧바로 한국 유통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처음엔 쾌적한 환경에서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할수 있다는 매력에 대형할인점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대도시 번화가에나 어울릴 것 같은 대형할인점들이 중소 도시 골목 지역에까지 침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제례시장과 골목 상인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자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들의 제동 없는 탐욕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올해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며 대형유통업체들은 영업시간 조정과 의무휴업을 하도록 강제 종용받았다.
2. 그러나 우리 연구소가 오늘 제보 받은 바에 따르면 대형할인점의 문제는 독과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최근 사회적 이슈를 불러오고 있는 『갑을』문제와 관련된 대형할인점의 전횡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내용은 모 대형할인점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한 입주점이 계약을 한지 3개월도 안되어 그 대형할인점으로부터 임대 계약을 종료한다는 공문을 받은 것이었다.
<그림 1. 모 대형할인점으로부터 받은 계약 종료 공문>
위 공문에 보면 그 대형할인점은 입주점 대표에게 2013년 5월 31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통보하였다. 쉽게 말해 5월 말까지 점포를 빼라는 뜻이다. 그러나 원래 계약기간은 내년 2월까지 『1년』간이었다.
<그림 2. 매장 임대차 계약서, 계약기간 2014년 2월 28일까지>
위 그림은 그 대형할인점과 임주점 대표 간에 맺은 계약서이다. <박스 2.>를 보면 계약기간이 『2013. 3. 1 ~2014. 2. 28』로 정확히 1년이다. 그러므로 입주점이 판매수수료나 임대료를 체불하는 등의 계약 위반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그 대형할인점이 계약한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하는 것은 뭔가 상식에 크게 어긋한 행위이다. 우리에게 제보한 분은 입주점이 무슨 계약 위반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그 대형할인점은 전혀 언급이 없었고, 실제 계약 위반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통상적으로는 계약기간이 1년이라 할지라도, 계약을 연장해가며 5년 넘게 입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대형할인점은 어떻게 계약기간 1년에 훨씬 못 미치는 3개월 만에 점포를 빼라고 당당하게 공문을 보낼수 있었을까? 그것은 위 그림의 <박스1.> 『제소전 화해』라는 규정 때문이다. 『제소전 화해』란 민사소송법에 규정된 것으로, 민사상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 그 분쟁이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전에 법관 앞에서 화해를 성립시키는 절차이다. 원래는 소송으로 인한 시간과 재정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만든 화해 규정인 것이다.
그러나 그 대형할인점은 이런 규정을 이용하여 자기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입주점들에게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강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본 계약서 42조에 만들어 둔 『제소전 화해』 항목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모 대형할인점과 임차인은 이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별도의 제소전 화해조서를 작성하고 쌍방 이를 확인한 다음 제소전 화해를 체결하기로 한다.
2. 제소전 화해신청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 대형할인점, 임차인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
우리에게 제보된 내용이 모두 맞다면, 이 것은 사실상 법의 악용이며, 갑의 위치에 있는 자의 전횡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더욱 실소를 금치 못할 문서가 하나더 있다.
<그림 3. 소송위임장>
위 문서는 그 대형할인점이 모 법무법인에 제소전 화해 신청사건을 대신 처리해 달라고 위임하는 『소송 위임장』이다. 즉 피해를 입은 입주점이 본 사안에 대해 소송을 걸어와도 그 대형할인점은 빠지고 법무법인이 처리하도록 미리 준비를 다 해 둔 것이다. 특히 위 문서의 (1)번과 (5)번을보면 더욱 쓴 웃음이 나온다.
(1) 제소전 화해신청에 관한 일체의 소송행위
(5) 기타 일체의 소송행위 |
이건 다시 말해 제소전 화해 외에도 모든 소송 행위에 대해 법무법인이 책임지도록 한다는 뜻 아닌가? 쉽게 말해 우리(모 대형할인점)가 당신(입주점)과 계약내용과 달리 3개월 만에 계약을 해지하지만, 우리에게 따지지말고 법무법인에 따지라는 말이다.
3. 만약 이 모든 계약서와 문서들이 사실이라면, 이 사안은 갑의 위치에 있는 자의 을에 대한 무자비한 횡포의 또 다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제보 받은 이 사건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 대응해 나갈 것이며, 이 외에도 모든 갑을 간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횡포가 근절될 수 있도록 언론적/법적/정치적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실 본 사건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제보자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그 대형할인점이 해주기로 약속한 사항을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입주점 측이 이의를 제기하자, 그 대형할인점이 위의 계약 해지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당장 나가라는 뜻 보다는, 자꾸 귀찮게하지 말라는 일종의 유사 협박성 문서를 보낸 정황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이 제보의 내용이 모두 맞다면, 이 사건에 관련된 모 대형할인점은 본 사실상의 『노예 계약서』를 즉시 수정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