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일님과 강민석님의 글 ♣
세상이 엉망진창이다.
제도권이 공중에 붕 뜨고 그 위에 변혁운동권이 판친다.
"박영선 위에 문재인, 문재인 위에 김영오…"란
말이 바로 그 꼴이다.
여당은 "계속 몸조심이나 할 밖에 …"라는 식이고,
야당은 "누구 좋으라고 타협?
돌격 아스팔트로!"라는 식이다.
대통령과 근무 중인 여경(女警)에게 '날 쌍욕'이 꽂히고,
사법 판단마저 시류(時流)를 탄다.
국가 기능, 의회 기능, 정당 기능, 정치 기능이
마치 하얀 공백처럼 빛바랜 형국이다.
왜 이렇게 됐나?
유가족을 둘러싸고 변혁운동권과 새정치연합 강경파가
판을 그렇게 몰아갔기 때문이다.
변혁운동권은 타협적인 해결을 바라지 않는다.
한판 붙어 확 쓸어버리고 왕창 깨버릴 궁리만 한다.
그러지 않고 여야 정치인들끼리
'누이 좋고 매부 좋고'로 갈등을 처리해 버리면
자기들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파국·대결·싸움을 확대 재생산해야만 한다.
여야가 힘겨운 협상을 거쳐 간신히 일구어 낸
세월호 합의가 두 번씩이나 '파투' 난 것은
바로 그 타협안이 자기들 밥그릇을 깰 것이라고 판단한
변혁운동권의 고의적인 훼방 탓이었다.
그렇다면 변혁운동은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박근혜 정권의 '정권다움'을 짓부수겠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이 "정부 여당을 어떻게 믿고 합의해 주란 말이냐?"
고 하는 것이야 정부 여당으로선
끝까지 참을성 있게 경청해 주는 도리밖엔 없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양보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하게 갈라서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부모의 아픈 마음까지
이념투쟁의 소재로 이용하려는 변혁운동권의 움직임만은
유가족들의 움직임과는 전혀 별개의 사항으로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제도권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조차
독한 적의(敵意)가 뿜어져 나왔다.
"히틀러의 나치즘에 저항하듯 (국민이) 박근혜에게 저항하고 있다.
(히틀러에 저항했던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를 거론하며)
그는 '미친 사람이 운전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가 단두대에서 죽었다."
민주화 시대의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할 미친 운전자'로 취급한 것이다.
궁금한 것은 이게 새정치연합의 화장기 지운 민낯인가 하는 것이다.
그들은 박근혜 정부를 정말 나치 같은 악마로 보는가?
이런 극단주의가 새정치연합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면
그건 단순한 감기 든 정도가 아니다.
히틀러도 아닌 사람을 히틀러로 억지 설정하는 것,
그 조작된 상징을 향해 레지스탕스를 선포하는 것,
이건 중증(重症)의 조짐이다.
1980년대의 386 학생들은 그렇게 아파할 이유가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이젠 정상적인 시대의 486 정치인으로 성장한 그들이
아직도 여전히 그런가?
친노(親盧)와 시민사회운동 출신 의원들도 아직도 여전히 그런가?
그래서 그들은 아직도 '엎어!'를 꿈꾸는가?
지난주 사석에서 마주한 어느 '합리적 진보' 인사는
"세월호 실질 소유주가 국정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주장하고 사는 거지요.
그렇게 사는 게 지조(志操)를 지키는 것이고
나처럼 사는 건 배신이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런 '지조 지키려는(?)' 증후군이
언제부터인가 전통 야당까지 접수해 버렸다는 이야기일까?
그래서 저런 막무가내 과격성과 못 말릴 강경론이
새정치연합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일까?
이런 '꼴통 이념 세대'는 21세기
'포스트모던 세대'에 의해 결국은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들의 '혁명 유희(遊戲)'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끊임없이
한국판 '작은 문화혁명'을 만들어내곤 했다.
김대중 정권 때의 미선이·효순이 사태,
노무현 정권 때의 천성산 도롱뇽 지원 투쟁,
이명박 정권 때의 광우병 난동, 제주 해군기지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박근혜 정권하의 대선 불복, 그리고 '세월호'의 정치적 이용 등.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은 거짓 선동에 대해
조금씩 면역력을 키워갔다.
광우병 선동 때는 수십만 군중이 서울 광화문과 서울광장을 메웠다.
그러나 그 후론 기우뚱하다가도 이내 다시 평형(平衡)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단식(斷食) 천막엔 골수파와 단골들만 몰려들었다.
대다수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과격파의 말과 몸짓이 너무 지나쳤고,
너무 무리했고, 너무 억지였기 때문이다.
다수 국민은 그래서 그들이 아무리
"광우병이여, 다시 한 번!" 하고 선동해도 이렇게 되물은 셈이다.
"당신들 아직도 이렇게 사는가?"
류근일 | 언론인 Premium Chosun | 입력 : 2014.09.02 05:51
[강민석의 시시각각]
싸가지·기억력·두려움 없는 3무 정당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게 굴비다.
한자어로 ‘屈非’다.
비굴하게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려시대 이자겸(李資謙)이 붙인 이름이다.
이자겸은 권신이었다.
고려 인종의 외할아버지면서 장인이었다.
딸 둘을 외손자 인종에게 시집 보냈다.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하고 전남 영광으로 유배를 떠났다.
영광 조기(助氣·기운을 돋움)를 인종에게 진상하면서
‘굴비’라 이름 붙였다.
“내 비록 귀양 살고 있지만 비굴하진 않겠다”는
가시를 담은 메시지겠다.
뚱딴지같이 굴비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그렇게 비굴하게….”
8월 25일 새정치민주연합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메아리 친 말이다.
8시간.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고 야당은 종일 의총을 했다.
여당과 두 차례 협상을 타결했다가 박영선 원내대표가 아주 혼이 났다.
비굴한 협상이란 거다.
야당은 그날 이후 거리로 나갔다.
비굴하지 않게. 하지만 야당은,
그들에게 무엇이 없는지 드러내 보였다.
①싸가지 없는 진보
‘싸가지’란 결코 욕이 아니다.
‘싹수’(사람이 잘 될 낌새)의 사투리다.
‘싸가지가 없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야당 내부에서 자가진단을 할 때 등장했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우리가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1219 끝이 시작이다』)고 했다.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이 동료 유시민 의원에게 한 말이다.
이젠 정치권 명언이다.
대략 맞는 말이라도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잘난 척하고, 무례하고, 독선적인 걸 말한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이번 의총 분위기는 과연 싸가지 있었나.
“히틀러의 나치즘에 저항하듯 국민이 박근혜에게 저항하고 있다”거나
“안철수·김한길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사방에 총을 쐈다.
무례하고 독선적이 아니랄 수 있나.
공당의 협상 대표가 TV 앞에서 발표한 합의안을 뒤집으면서
여당한테는 고사하고 지금껏 대국민 사과 한 번 안 한 건?
이건 강경·온건의 문제가 아니다.
②기억력 없는 야당
싸가지만큼 부족한 게 기억력이다.
김한길 전 대표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으로
광화문에 50일 넘게 천막을 쳤다.
얻은 게 뭔가. 지지율? 지구력?
불과 지난해 일인데 까맣게 잊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똑같은 패턴일까.
의총에선 “한가하게 국감 할 때가 아니다”라는 말도 나왔다.
국감을 1, 2차로 나눠 하는
‘분리국감’은 야당이 요구해 도입했다.
그것도 까먹었다.
부족한 기억력은 결국 자기부정으로 나타난다.
2012년 총선 때 야당은 한·미 FTA 폐기를 요구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협상에 열매를 맺은 정책이다.
김대중 정신을 말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떻게 중도로 당을 이끌어 집권했는지도 잊었다.
③여론도 안 두렵다
여론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중의 마음을 승차 거부하는 택시 같다.
민생 법안을 인질로 잡아두고 장외로 나간 결과가 뭔가.
대중과의 유리(遊離)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당 지지율은 16%까지 떨어졌다.
창당 시 40%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다.
지지율 말고 ‘공감률’이란 게 있다면 더 낮을지 모른다.
여론 악화의 결과는? 여당의 협상력만 커졌다.
야당은 맹신할지 모른다.
어차피 큰 선거 땐 집 나간 지지층은 돌아온다고.
결국 51대 49 게임이라고.
하지만 49%까진 재결집시킬지 몰라도
2%는 영영 더 얻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여당도 싫지만 이 당이 집권하면 큰일 난다”는
2%를 돌릴 텐가.
야당의 3무(無) 정당 체질을 드러내온 게 비공개 의총이다.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핏대 올리기 싫어 멋쩍게 웃다,
한마디 하면 뒤에서 “저 사람은 원래 그래”라고 무시당하고,
밖에 나가선 욕은 강경파 대신 푸지게 먹고….
온건파의 ‘의총포비아’는 그런 식으로 형성됐을 거다.
춤추는 야당 의총, 차라리 공개로 하라.
중인환시(衆人環視)리엔 무슨 말들을 할지 궁금하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첫댓글 정보 자료에 감사합니다.
서북청년단이답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