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하는 말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앞으로 잘 해 봅시다."라고들 말합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을 테고, 또 그렇게들 말한 적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어딘가 좀 이상한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옷깃'을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①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목에 둘러대어 앞에서 여밀 수 있도록 된 부분.
②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
즉 윗옷을 입었을 때, 목의 뒷부분과 귀밑에 있는 게 '옷깃'입니다.
그리고 "옷깃을 세우다." "옷깃을 바로잡다." 처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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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아니고 그림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이 옷깃이 스칠 수 있을까요?
과연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다 이 옷깃이 서로 스칠 수 있을까요?
'옷깃'이라는 부위는 오다가다 슬쩍 스칠 수 있는 데가 아니라는 거죠.
옷깃이 스치려면 목과 목이 스쳐야하는데, 즉 서로 껴안을 정도면 모를까
오다가가는 도저히 스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만약에 길을 지나가다 누군가 자기의 옷깃을 스친다면
아마 "뭐 이런 미친놈이 있나!" 하면서 정신병자 취급할 것이 뻔합니다.
우리가 지나다니다 복잡한 길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 스칠 수 있는 것은,
'옷깃'이 아니라, '옷자락'이나 '소매'일 것입니다.
옷자락은 윗옷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으로
"옷자락이 길다" 또는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떼를 쓴다"처럼 씁니다.
소매는 윗옷의 좌우에 있는 두 팔을 꿰는 부분으로
"짧은 소매" "소매 달린 옷을 입다" "소매로 눈물을 닦다"처럼 씁니다.
즉, 윗옷의 팔부분의 끝에서 나풀대는 곳이 소매인 셈이지요.
따라서....
우연히 부딪칠 수 있는 곳은 옷자락이나 소매이지, 결코 옷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두 남녀가 어떻게 하면 옷깃을 스치게 할 수 있는 걸까요?
두사람이 서로 목을 비벼대지 않는 이상 옷깃을 스칠 수가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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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요..
어쩌면 조상들이 여러 생각을 하면서 이런 속담을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남녀가 옷깃을 스친 뒤에(그게 그리 쉽지는 않은 행동이지만...)
"이제 두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인연'이 되어 버렸고 이게 천생연분이니
잘 알아서 하라."는 못박는 투의 말을 에둘러 그렇게 한 건 아닐까요?
(이건 그냥 저 혼자 생각해 본 얘기이구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저와 옷깃을 스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슬프네요.
근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옷깃만 스쳐도인연이라는 노래도 있었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