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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토트넘의 계륵이 아닌 날개가 되어라
계륵(鷄肋), 닭의 갈비란 뜻으로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뜻한다.
현재 손흥민은 팀 내 입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최근 3경기 동안 선발 출전을 이어오고 점점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기는 하지만, 득점이 터지지 못한 경기에서 교체 1순위가 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오늘 한국시간으로 자정에 열린 크리스탈팰리스와의 FA컵 16강전에서 손흥민은 선발 출전하여 약 67분간 경기를 소화했지만, 경기는 0대 1로 패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최근 들어 가장 좋은 몸 상태를 보여줬던 전반전은 최근 손흥민에게 매우 고무적인 활약이었지만, 후반 들어 급격히 존재감을 잃어갔습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겠지만, 점점 찬스 상황에 볼을 더 끄는 경향이 잦아졌고 공격 전개시 토트넘이 활로를 여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포체티노 감독은 전술의 변화를 위해 샤들리와 손흥민을 바꿨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손흥민에게는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 후, 손흥민은 등번호 7번을 받으며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포지션 경쟁자로는 라멜라, 샤들리, 은지에, 프리차드, 알리 정도였으며 시즌 시작 전 평가로는 손흥민 선수가 충분히 붙박이 선수로 활약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라멜라와 샤들리는 지난 시즌 모두 아쉬운 점을 많이 보여줬던 선수였으며 알리와 프리차드는 어린 유망주로 분류됐고, 은지에는 영입 당시 로테이션 자원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손흥민 선수의 약 400억의 이적료는 이번 시즌 헤리 케인을 도와줄 주력 선수가 되길 바라는 토트넘의 기대치가 심어있는 영입이었습니다.
출발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미 EPL 시즌이 개막한 이후에 이적이 성사되어 9월 일정부터 소화했던 손흥민 선수는 초반부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유로파리그에서 멀티골과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크리스탈팰리스전 결승골은 현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새롭게 둥지를 튼 클럽에서 골 맛을 빨리 본 손흥민 선수는 가장 중요한 자신감을 가져갈 수 있었고, 동료들과 호흡도 좋아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처럼, 이제 속력을 더 내야 할 시점의 그에게 제동이 걸립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는 족저 근막염 부상을 당했고 6주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됩니다. 당시에는 큰 부상이 아니며, 소위 '액땜했다'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이 부상이 다시 돌이켜 봤을 때 타이밍 상 너무 아쉽지 않나 싶습니다.. 이 공백은 라멜라 선수가 대신했는데 그는 역대급 몸 상태를 보여주며 토트넘의 무서운 상승가도에 주력 선수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게다가 잉글랜드산 유망주인 델리 알리 또한 초반부터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며 토트넘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나게 되었고, 손흥민 선수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토트넘의 공세는 대단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알리-에릭센-라멜라의 2선 조합은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기에 포체티노 감독 입장에서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결국 한동안 선발진에 들지 못했고, 교체 출전을 통해 기회를 노렸으며 비교적 비중이 낮은 컵대회 중심으로 뛰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때 많은 언론들은 손흥민 선수의 위기설에 대해 논했으며, 출전 시에도 위치 선정 문제와 부족한 움직임으로 인한 비판이 잦아졌습니다. 지켜보는 팬 입장에서도 답답했던 장면들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볼을 잡았을 시 턴 오버가 되는 상황도 많았고, 역습을 포함한 공격 상황에서 교체로 들어온 선수로서 포지션 상 맞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아쉬운 상황이 많이 연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상 전후로 자신감 있는 플레이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최근 손흥민 선수는 연계 플레이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4-5-1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토트넘에게 2~3선의 두터움을 높이기 위한 감독의 주문이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시즌 초반 메이슨의 부상 이후 토트넘의 3선에서 꾸준한 허리라인이 구축되지 못했으며 현재 뎀벨레-다이어 라인으로 굳혀졌으나 완전히 안정적인 라인으로 평가되진 못 했습니다. 다행히 뎀벨레 선수가 이번 시즌 각성(?)해 중앙 섹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중원의 핵으로 자리 잡은 점이 이번 시즌 토트넘이 우승 타이틀을 기대해볼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장점이 부각되려면 이번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전반전에 보여준 것처럼 라인을 뚫는 돌파나 스피드를 활용한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전개가 필요한데, 현재 토트넘의 공격 스타일을 보면 손흥민보다는 에릭센과 알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두 선수를 통해 케인에게 연결하든지, 아니면 직접 슈팅으로 연결되는 전개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장점을 너무 못 살리고 있지 않느냐는 말들이 나올 수 있지만, 그의 장점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게 현재 델리 알리 선수의 움직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흥민 선수를 지켜보는 팬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지금까지 첫 시즌의 모습을 봤을 때 아직까진 오프 더 볼의 움직임이 공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약간 2선과 3선 사이 위치에서 공격 전개의 다리 역할은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감독의 주문으로만 움직이는 모습이며 약간의 창의성을 가미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크다고 봅니다. 물론 감독에게 지시받은 임무가 선수 개인에게 가장 필수적인 역할이지만, 이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포체티노의 고민, 2선 라인의 남은 '한자리'
뭔가 참 애매합니다.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바로 에릭센, 알리와 함께 2선 자리에 뛰는 선수들입니다.현재 이 자리는 손흥민, 라멜라, 샤들리 3명의 선수가 경쟁 중에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은지에, 오누오하 선수가 있지만, FA컵까지 탈락한 상황에서 후반기에 주력 선수로 활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입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손흥민과 라멜라의 2강 경쟁 체재로 보였지만, 샤들리가 조커로 투입됐을 때 꾸준히 득점 기록을 이어가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어떤 감독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노력은 팀에 큰 플로스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허나 현시점에서 이 3명의 선수는 선발 출전했을 때 그냥 무난한 모습 속 큰 영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몇몇 교체 출전 경기에서 반짝이는 활약으로 팬들에게 잠깐의 기대만 만들어줄 뿐이라 큰 고민거리로 남아있습니다. 후반 조커로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선발 기회를 주면 비교적 다시 잠잠해지는 부분은 토트넘에게 상당한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포지션의 선수가 터져준다면 토트넘은 더욱더 다양한 공격 루트를 생산할 수가 있는데, 이는 이번 시즌 토트넘이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오랜 기간 나오지 못한 손흥민과 라멜라 선수의 득점력에 물꼬가 튼다면 에릭센과 알리가 공격 전개시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체력 안배를 가질 수 있으며, 그들의 장점은 패싱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토트넘이 후반기에 가져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경쟁 중인 2선 자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아준다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토트넘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 시즌 지금까지 이 세 선수는 그야말로 큰 소용은 없으나 안 쓰기엔 아까운 계륵과도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는 활약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전술 속에선 잘 자리 잡은 손흥민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현재 포체티노가 운용 중인 포메이션은 4-2-3-1입니다. 많은 포메이션 중 가장 전술적인 활용도가 높은데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포백 전형으로 수비를 갖추고, 다섯 명의 미드필더와 원 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은 중앙 수비 섹터에 두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한 뒤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원 톱을 도와 공격 임무를 맡게 되는 게 4-2-3-1의 특징입니다. 중원의 숫자를 최대한 많이 가져가 허리부터 상대를 장악하고 시작하겠다는 건데, 이 중심에 있는 뎀벨레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이어가 홀딩을 맡아 수비 섹터까지 내려가 포백을 보호하고, 뎀벨레는 좀 더 올라와 박 투박 미드필더의 전형적인 모습을 구사합니다. 대신 상대방이 압박을 강하게 나올 경우에는 3선에서 패스 성공률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2선의 공격형 미드필더들도 많이 내려와 플레이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포체티노 감독이 가장 중요시하는 사항이며 손흥민을 포함한 토트넘의 미드필더들이 갖추고 있는 장점인 많은 활동량과 수비 가담을 통해 가능한 일입니다. 손흥민과 라멜라가 컨디션이 좋은 경기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건, 상대 공격 시 수비 지역까지 내려와 측면에 생기는 '프레싱 존'(상대방과 공격과 수비 상황에 압박을 받고, 시도하는 구간)에서 풀백의 수비를 도와주고 볼 탈취 시 역습을 전개하는 출발점 역할을 잘 구사합니다. 이를 통해 에릭센이나 델리 알리가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빠른 역습이 가능케 만들어주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꾸준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킥 실수를 유도하는 모습들은 많은 활동량을 통해 동료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손흥민에게 감독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전술적 움직임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아주 좋은 부분이며, 반대로 다른 측면 선수에서 이와 같은 전개를 시작했을 때 공을 받기 위한 빈 공간을 잘 찾아들어가고 공격적인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더 매력적인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손흥민, 날개가 되어라
사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팀에 빨리 녹아들었고 동료들 간의 친밀도도 매우 높으며 적응기를 빨리 앞당겼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최고 이적료, 분데스리가와 국가대표 팀에서 보여준 모습에 비해 기대치를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여러 이유 없는 악평이나 비판 아닌 비난 속에 스스로 휘둘리지 말고 지금처럼 제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길 바라며 더 성장해가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항상 주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통해,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후반기 동안 마음껏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감독의 주문을 잘 이행하고, 이 밖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찬스는 스스로 해결해보는 모습까지 다시 갖춘다면 빠른 시간 안에 경기장 안에서 환하게 웃는 손흥민 선수를 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앞으로 토트넘에서 계륵(닭의 갈비)이 아닌 날개 같은 존재가 되어 힘차게 비상하는 2016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잘읽엇어요~